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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나라 또는 문화권은 번영을 누리지만, 다른 나라 또는 문화권은 저개발 또는 빈곤에 시달리는가?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지리적 요인이 국가의 번영과 실패를 가져온 주된 요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지리적 요인보다도 제도적 요인이 한 국가의 번영과 실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지프 헨릭(Joseph Henrich)은 『위어드(Weird)』에서 문화권 간 번영의 차이를 가져온 기저에는 사회구성원들의 심리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역사를 거치며 형성된 심리의 차이가 결국 문화적 차이를 만들어 내고, 그 문화적 차이가 뇌의 화학적·구조적 변화를 불러온다. 이것이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해 유전되고, 이는 다시 각 문화권의 집단 지능을 형성해 문화권 간의 다양한 경제적·제도적 차이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분석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공진화(coevolution)’다. 유전자, 생태환경, 심리, 문화 등이 서로 꼬리를 물며 함께 진화해 오늘날의 다양한 인간사회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화권 간의 다양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중세 유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weird’한 집단의 심리적 변화의 기저에 기독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중세 가톨릭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에서 이러한 심리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본다. 
 
이 책의 제목 ‘weird’의 사전적 의미는 ‘이상한, 기이한, 기묘한, 기괴한(strange, eerie)’이라는 뜻인데, 저자는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한(Rich), 민주적인(Democratic) 인구집단을 가리키는 의미의 머리글자를 조합했다. 그만큼 인류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들 인구집단이 ‘weird’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weird’의 심리적 특성은 개인주의와 개인적 동기, 비개인적 친사회성(impersonal prosociality), 분석적 사고에 강한 지각 및 인지능력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분석을 우리 사회와 겹쳐보면 어떨까?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죄책감보다 체면이 중시된다. 자신의 개인적·주관적 가치나 성장 목표보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따라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고, 높은 자살률, 낮은 국민 행복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친족사회의 유풍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뿌리 깊은 연고주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으며, 개인적 친분이나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셋째, 높은 교육 수준도 ‘weird’의 특징인데, 특히 여성의 문해력 향상은 자녀의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결손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넷째, 낮은 출생률도 ‘weird’의 부분적 특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초저출생률은 매우 우려스럽다. 인구통계학자 한스 로슬링(1948~2017)에 의하면, 한 나라가 유독 낮은 출생률을 보이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 배경이 되는 특수한 문화적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분석이 모두 타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 나라의 번영 동인을 살핀 통찰에는 경청할 만한 대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분석을 참고한다면, 우리 사회도 새해를 맞이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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