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충북지역대학 복도에 ‘한국화’ 작품이 걸린 사연은?

방송대 충북지역대학 본관 2층 복도에 들어서면,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한 폭의 한국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볼수록 명암을 이용해 다양한 색을 표현한 여백의 암시성이 더욱 눈을 사로잡는다.
푸른 소나무의 씩씩한 기상과 언제나 자리를 지켜주는 바위, 그리고 계곡을 청량하게 흐르는 물소리는 ‘늘 도전하는 방송대인의 글 읽는 소리’와도 같은 깨우침의 뜻을 표현했다. 이 작품을 기증한 이는 동문인 한경미 화가(60세, 중어중문학과)다. 한 동문은 개인전을 비롯해 각종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한 동문은 오늘도 배움이란 캔버스 위에 열정이란 물감으로 ‘영원한 방송대인’이 되어, 그녀의 인생을 채색하고 있다.

뭔가 대단한 동기나 이런 건 아니고,

충북지역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이

조금이라도 예술의 향기를 맡으면서

학업을 마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기증했답니다. 

 

방송대는 언제 처음 인연을 맺었나요
남편 사업을 도와가며 세 딸을 키우던 중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기게 됐을 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을 떠올리며 모범이 되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예절 다도강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에 유교적인 전통문화와 중국의 공자, 맹자 등 동양철학을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2005년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게 첫 인연이었죠.
특히 2007년은 중국어 열기가 뜨겁던 시절이었어요. 중문학과 선후배의 단합을 위한 학교 행사도 빼놓을 수 없었죠. 1년간 학과 학생회장을 맡아 선후배 단합을 강조하면서, 평소 다도(茶道) 강사 활동에서 배운 ‘부화(浮花)’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게 기억에 남네요. 운동장에 원을 크게 만든 다음 각자 꽃 한 송이씩 물컵에 담아 들고 앞으로의 꿈이나 다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며, 학우들 각자의 뜻하는 바를 꽃을 피워보자는 의미로 시도했던 행사였어요. 당시 꽃이 든 항아리를 김성곤 충북지역대학장님께 드렸더니 학장님께서 저에게 ‘범화기향(汎花氣香)’이라는 친필을 써주시며, ‘범향’이란 멋진 호를 주셨습니다. 향기로 그림을 그리라는 뜻이죠.

한국화 자작품 4점을 충북지역대학에 기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3학년이 됐을 때인데요. 2010년 충북지역대학 신축공사가 완성돼 현재의 크고 넓은 새 캠퍼스로 이사를 하게 됐어요. 새학교 새학기를 맞아 학우들을 위한 ‘예술문화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채우기 전시작품 기증 행사’가 열렸는데, 평소 아끼던 한국화 자작품 4점을 기증했어요. 뭔가 대단한 동기나 이런 건 아니고, 충북지역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이 조금이라도 예술의 향기를 맡으면서 학업을 마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지금은 갤러리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하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쉽지는 않죠. 다도예절 강사를 오랫동안 하면서 틀에 박힌 대로 행동하고 가르치는 일에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었어요. 마침 시에서 ‘원도심 살리기’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도로가 확장되면서, 20년 전부터 살던 집도 헐리고 빈터로 남게 됐죠. 문득 든 생각이 여기서 직접 카페를 운영하면 경제활동과 더불어 그림 작업을 위한 화실과 전시실 및 문하생 지도까지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갤러리카페를 오픈한 거죠. 코로나19로 조금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예술작품과 함께하는 사람들 속에서 소통하는 공간으로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건강한 수제 차를 직접 제공하고 있는데, 흡족해하시는 손님들로 인해 점점 ‘다올재갤러리카페’ 입소문이 나고 있어요.(웃음)
화가로서 느끼는 인생의 매력이라면 뭘까요
자연을 동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풍경화를 주로 그리고 있어요. 먹과 색을 화선지에 입히는 과정을 통해 수많은 붓질을 중첩해서 화폭에 담아낼 때, 저 스스로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것처럼 저의 그림이 타인에게도 즐거움과 위로를 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작품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화가로서 느끼는 인생의 매력은 바로 이 ‘즐거움과 위로’를 타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충북지역대학의 자랑인 ‘청명장학회’와도 인연이 깊으시더군요
네. 4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청명장학회’는 전국에서 모범이 되는 사례로 타지역에서도 부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명장학생회(이사장 서삼일, 법학과 졸업)는 1983년, 충북총동문회가 조직되면서 뜻있는 선배들의 십시일반 장학금 모금 운동과 후원을 통해 설립됐습니다. 장학회는 충북지역대학의 동문 및 재학생 중 장학기금을 출연한 자로 구성됐는데, 저는 현재 이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재학생 가운데 학생회 및 학과의 모범이 되는 학우를 선정해 매년 15명 내외로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1억6천500만원 가량의 장학기금이 적립돼 있을 정도로 기반도 탄탄합니다. 특히 재학 당시 장학 혜택을 받은 학우들이 졸업후 감사의 뜻으로 장학금 일부를 재차 후원하는 등 충북 청명의 후배 사랑은 그 훈훈한 사례를 이어가고 있어서 더욱 뜻깊습니다.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방송대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끝장을 보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혼자 몰래 공부하지 말고 남에게 알리고 동기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낙오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도전의 가치를 스스로가 만들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완주했거든요. 방송대가 내 인생의 디딤돌 같은 시간이자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걸 저는 확신했습니다. 벌써 졸업한 지 14년이 흘렀지만, 그 추억과 함께한 시간을 잊을 수가 없네요.

충북=이배근 학생기자 ksab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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