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지평을 넓히는 방송대인

 

학우들에게 귤피차를 할인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한다
수익이 나면 제주지역대학에 이익금도 나누고 싶다

 

“제주도가 감귤의 고장이잖아요. 감귤초콜릿처럼 귤로 만든 제품이 많아요. 그런데 귤껍질은 ‘진피(陳皮)’라고 해서 예로부터 한약재로 썼던 거 알고 계시나요? 양파 껍질의 비타민 P성분이 있어서 혈관도 깨끗하게 해준대요. 감기 걸리면 입안이 바짝 마르죠? 귤 보면 침이 고이니, 신 걸 먹어주면 감기에도 좋겠고요. 저는 귤피차, 풋귤차를 만들고 있어요.”

 

첨가물 ‘0’, 위생에 최우선!
4인 가족 가운데 1명은 관광업에 종사할 정도로 관광업이 성한 제주도의 특성처럼, 김미라 학우(관광 4) 역시 1988년 국내관광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해 여행가이드로 일했다. 남편은 여행사를 운영했다. 평범했던 가이드는 어떻게 사장님이 된 것일까? 뭍에 있는 한 귤피차 생산업체가 연락을 준 게 시작이었다.

 

“관광안내사협회 회원으로 있다 보니 제주에서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조사하고,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확인도 해요. 귤피차 판로를 개척해달라는 한 업체의 연락을 받고 1년 정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해 나갔죠. 그런데 업체에서 당장 수익이 안 나온다며 사업을 철수하겠다길래, 제가 제주에 지사를 내겠다고 했어요. 새 상품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5~6년은 기다려야 하는 걸 아니까요. 게다가 저는 귤피차의 가능성을 봤거든요.”

 

이후 본사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김 학우는 자연스럽게 농업회사법인 (주)제주허브를 설립하게 됐다. 사회적 기업으로 도의 지원도 받으면서 생산라인을 직접 가동했다. 직원들도 10여 명 고용했고, 남편도 일손을 도왔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중독자’라고 불릴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가이드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공항과 관광객들이 가는 쇼핑센터에 완제품을 납품했고, 귤 분말을 감귤초콜릿 공장에 납품하는 등 B2B 영업 판로도 개척했다.

 

귤피차는 무농약 귤로 만든다. 먼저 귤을 숟가락으로 일일이 깐다. 건조 단계를 거쳐 말린 귤껍질을 무채처럼 기계로 썬다. 파쇄한 귤피를 로스팅 후 티백으로 만든다.(하단 사진 참조) 일반 티백에는 0.5~1g 정도의 귤피가 들어가지만, 김 학우가 생산하는 ‘오티아 귤피차’(otia는 라틴어로 안락하다는 뜻)에는 3g이 들어간다. 두세 번 우려먹을 수 있는 양이다.

 

풋귤을 통째로 말려 생산하는 ‘풋귤차’도 생산한다. 풋귤은 청귤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노랗게 익기 전 초록색을 띠는 미숙과의 일종이다. 단맛이 강한 황금향, 천혜향보다는 신맛이 강한 편이다. 여타 공장처럼 주스 원액을 짜낸 귤껍질이 아니라 100% 풋귤을 첨가물 없이 쓴다. ‘건강하고 안전한 로컬푸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김 학우는 위생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점점 성과가 나오던 중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제주도를 강타했다. 코로나19였다. 예측할 수 없던 환경적 요인으로 정들었던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코로나19로 회사는 (주)탐진유통으로 전환했다. 지금은 귤 수확 철에만 외국인 노동자 10여 명을 고용한다. 직원들이 꺼리는 화장실 청소 같은 일을 솔선수범하면서 짬짬이 방송대 형성평가를 들으며 공부할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대동제에서「한잔해」영어로 부르기도
사실 김 학우는 2014년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적이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자녀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에 적는 부모 학력란에 ‘고졸’이라고 적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일만으로도 24시간이 부족한데, 한자를 외워야 하는 부담감에 중도 포기했다.

 

늦둥이 셋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2020년 관광학과로 입학했다. 수십 년간 관광현장에 있었으니 공부가 좀 더 수월할 거란 판단이었다. 그의 예상처럼 ‘항공권 예약발권’ 강의, 모객 여행 상품 개발 과제물 등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코로나 학번’이라 교류가 없다가, 2021년부터 학생회 임원으로도 봉사했다. 코로나 상황이 조금씩 풀리면서 학우들과 월 1회 문화탐방도 다녔다. 작년 여름부터는 매주 목요일 저녁 두 시간씩 영어스터디도 하고 있다. 그 덕에 11월에 열린 대학동아리연합회 대동제에서「찐이야」,「한잔해」를 영어가사로 불렀다. 스터디원들과 선글라스, 옷도 맞춰 입고 신나게!

 

공부, 교류만이 아니다. 방송대 생활은 그에게 사업적으로도 힘이 됐다. 제41대 제주총학생회장을 역임한 농학과 김병우 학우를 만나면서는 귤 수급부터 보관까지 수월해졌다. 귤은 수확할 수 있는 3~4개월 동안 1년 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수급도 쉽지 않지만, 귤을 저온저장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김병우 학우의 도움이 크다.

 

지난해에는 제41대 제주총학생회 정책국장으로 봉사했다. 그런 그를 보며 주변에서는 대단하다는 사람도 있고, 뭐하러 공부하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상품을 포장하며 강의를 듣고,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질 때면 기분이 좋다. 처음엔 어려웠던 컴퓨터도 이제는 익숙하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방송대 전도사’가 됐고 시동생도 입학했다. 관광학과를 마치면 중어중문학과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온라인 판로 개척 고민 중
김미라 학우는 귤피차, 풋귤차에서 취급 품목을 확장하고 있다. 귤피를 채로 썰어 귤피칩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톳에서 가능성을 보고 어촌계 직거래 또는 수협 공개입찰로 1년 치 톳을 확보하고 있다. 말린 톳으로는 톳밥 등 건강식을 만들 수 있다.

 

현재 김 학우의 제품들은 제주공항, 인천국제공항면세점, 관광쇼핑센터 등에서도 살 수 있다. 오프라인 판로를 더 개척하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큰아들이 귀국하면서, 온라인 수출, 무역 판로도 알아보는 중이다. 방송대 학우들에게 할인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온·오프라인 가격 차별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 중이다. 수익이 생기면 제주지역대학에 이익금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제주=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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