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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이나 다문화청소년들이

 편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우리 말과 글, 문화, 역사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쌓도록

방송대 지역대학이 나선다면 어떨까?

 

사회복지학과 편입 후에는 실습을 하게 됐는데, 대개 방학을 활용한다. 내가 실습하는 센터에서는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르신 대상 문해교육을 진행한다.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 등에게 우리글과 우리말 등 문화교육을 담당한다. 또 다문화 청소년이나 이주 배경 청소년(이민자)의 학습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예비 사회복지사에게는 여러 문화를 접하고 배울 수 있어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요즘은 주말에 한국어교육 3단계를 진행한다. 2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체류 자격 연장을 위해 교육을 받으러 사천, 김해, 진영, 통영, 양산 등에서 새벽부터 출발한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체류 자격 연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안쓰러움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한국 하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우리 고유 명절 설날과 삼일절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동료 실습생들과 깜짝파티를 준비했다.
먼저 설날에는 센터를 방문하는 다국적 클라이언트를 위해 예비 복지사들과 고유의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나 역시 새벽부터 잡채와 튀김, 나물을 정성껏 준비해 센터로 향했다. 오전 실습 후 점심시간에 먹을 떡국을 동료 실습생들과 끓이면서 혹시라도 떡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섰다.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고추장을 넣은 매운 비빔밥과 나물 비빔밥으로 준비했는데, 매운 비빔밥이 훨씬 인기가 좋아 모두 걱정을 덜었다. 떡국이 맛있다며 더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준비한 보람을 느꼈다.
오후에는 설날 문화를 즐기자면서 팀을 나눠 제기차기, 윷놀이, 투호 놀이를 했는데, 강의실이 떠나갈 만큼 웃음소리와 응원 소리로 가득 찼다. 한 외국인 노동자는 제기를 50개나 차 모두가 큰 박수로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국인인 나의 어설픈 제기차기 실력에 오히려 사람들의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즐긴 후 각자 소감을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음식을 준비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설날을 의미 있게 보내는 거 같아서 즐겁다는 이야기였다. 한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에 온 지 7년 됐지만, 설날에 떡국을 먹어보는 건 처음이라며 맛있는 음식을 보니 친정엄마가 생각난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모두가 울컥했다. 나도 눈물이 났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얼마나 가족이 그리울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식구(食口)란 말이 참 따뜻한 단어로 다가온 날이다.

삼일절에는 다문화 청소년, 이주 배경 청소년과 동래시장으로 향했다. 동래향교를 들러 기념 촬영을 하는데 해설사님이 나오셔서 향교가 어떤 곳인지 배경·역사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동래시장 옆 동래부 동헌 입구에서 삼일절 행사에서 태극기를 든 시민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뭉클해졌다. 무료로 태극기를 받아 만세삼창도 하고 난타 공연도 구경했다. 마지막으로 단막극을 보는데 만세를 부르다가 우리 국민이 일본 순사 총에 맞아 죽는 부분에서 인도에서 온 한 이주 배경 소녀(10세)가 유관순 열사 생각으로 눈물이 난다고 했다. 유관순 열사에 관해 책을 많이 읽었다는 말에 오히려 어른인 우리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쌀쌀한 날씨지만 구름 인파가 몰려 구경하기 불편할 텐데도 즐거워하며 눈을 떼지 못하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보니 흐뭇했다.
국문학과 재학시절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적응하지 못하고 한 학기 후 학교를 그만둔 것을 알게 됐다.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일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인데도 이들을 위해 체계적으로 교육해 주는 곳이 드물다. 지역별로 그들을 위해 정책적으로 대책을 세워 활성화하면 어떨까? 결혼이주여성이나 다문화청소년들이 편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우리 말과 글, 문화, 역사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쌓도록 방송대 지역대학이 나선다면 어떨까? 나라에서 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역사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그 역사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삼일절 의미가 점점 잊혀 가는 현재 이를 되새기게 된 뜻깊은 하루를 보내고 식구(食口)가 있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부산에 살면서 찾아보지 못한 동래향교와 동래부동헌을 다문화 청소년과 함께한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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