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마로니에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3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특별한 목적 없이 무덤덤하게 방송대와 함께한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다는 것에 새삼 놀랍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회사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금융공공기관에 고졸 공채로 입사했다. 입사 2년 차쯤 됐을 때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내 인생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다진 기점이기 때문이다.


업무 회의가 열렸는데, 대졸 신입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내뱉는 전문용어를 나만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멍한 상태에서 회의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회의가 끝나고 담당 대리에게 내가 알아듣지 못했던 용어에 관해 물어봤는데, 그가 들려준 답변에 충격을 받았다. “아, 그거, 고정재 씨도 다 아는 거야. 평소 고정재 씨가 했던 얘기들을 전문용어로 말했을 뿐인데.”


나는 이때 결심했다. ‘최소한 저들보다 뛰어나진 못하더라도 저들이 하는 얘기는 알아들어야겠다’고. 이 일을 계기로 나는 1991년 방송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긴 방송대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뛰어난 교수님들에게서 배우면서 자신감과 함께 자부심도 강해졌다. 내친김에 좀더 공부하기로 했다. 졸업 후 신촌에 있는 대학교의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 석사학위를 받고 다시 우리 방송대 관광학과에 이어 지금은 중어중문학과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세무, 경제 등의 전공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필자는 꼼꼼한 내성적 성격인데, 격에 맞지 않게 큰 직책을 맡기도 했다. 세 번이나 서울총동문회장(제18~20대)을 지냈고, 이후 제27대 전국총동문회 상임부회장을 거쳐 지금은 제28대 전국총동문회 수석부회장과 제10회 I LOVE 방송대 마라톤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KNOU 자선골프대회 조직위원장으로 동문 골프대회를 무사히 이끌기도 했다.


동문회의 역사를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지만 방송대 전국총동문회가 무척이나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흩어진 동문을 다시 모으고 동문회가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추진했던 행사가 제1회 방송대 마라톤대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라톤을 방송대 공부와 비유하는 이들이 많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한 걸음씩 내면의 힘을 모두 짜내 완주하는 마라톤은 방송대 생활과 정말 닮았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완주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필자도 지나온 방송대 시절을 회고해 보면, 자기와의 싸움이었고,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는 자기 완주의 시간이었다. 총동문회가 마라톤 축제를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라톤 축제는 전국총동문회와 방송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동문 최대의 행사로서, 전국에 있는 재학생과 동문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의 규모가 커지고 참가자도 늘어나 방송대 가족을 넘어 마라톤을 사랑하는 일반인의 관심과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오는 6월 1일에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리는 ‘제10회 I LOVE 방송대 마라톤 축제’는 제28대 전국총동문회(회장 손현례)의 ‘서울에서 한라까지’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방송대를 널리 알리는 ‘홍보의제10회 L LOVE 방송대 마라톤 축제 조직위원장 장’, 방송대·재학생·동문이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참가자 모두 함께 어울리는 친목의 한마당이 되고 모교 사랑과 함께 개인의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마라톤 참가 신청 기간이 종료됐지만, 참가 신청을 하지 못했더라도 현장에 참석해서 흥겹고 뜨거운 방송대인의 열정과 에너지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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