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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관해 처음으로 접한 것은 40여 년 전인 1981년 초였다. 당시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일본 책을 접했는데 대충 사진과 한자로 보는 게 전부였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일본’이라면 뭔가 주저하고 조심하는 분위기인데, 그때는 지금과는 비교 불가일 정도로 일종의 일본 포비아가 훨씬 더했다. 그간에 오로지 ‘나쁜 일본’만 알고 있는 게 전부인 상태에서, 사실상 일본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 좋은 책들의 기본적 내용이라도 알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기로 작정하고 도전했지만 독학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었다. 일본어 알파벳인 오십음도 가운데 가타가나까지도 못하고 겨우 히라가나 정도, 그것도 어설프게 익힌 게 전부였다. 그 이후에도 직장 생활 등을 하면서도 일본어와 일본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항상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일본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아서 기본적인 일본 지리와 역사에 대한 사항을 익혀 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말부터 평생교육기관의 중심에 있는 방송대 생각이 떠올랐다. 어딘가에 ‘적’을 두고 뭔가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왕 마음먹은 김에 제주 중앙로에 있는 서점에 가서 일본어 상용한자 책자를 구입해서 일본어를 다듬으려고 했다. 이어 올해 1월 말에 일본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막상 교과서 등을 구입해서 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부담감이 들었다. 하지만 차분히 내용을 파악하고 기본 강의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 3월 23일의 전공 연수도 매우 유익했다. 흔히 연수라면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교수님들이 공부 방법 등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그렇게 알찬 연수는 거의 처음일 정도로 보람됐다. 특히 일본학과 학생 모두 일본을 더 정확히 알게 하고 소정의 과정을 잘 마치도록 학과 교수님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책을 구입했다고 해서 모두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상용한자 책자를 구입하고도 두 달 넘게 겨우 20여 페이지를 읽은 게 전부였다. 사실 그 분량도 구입 초기여서 전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일본학과 공부를 하면서 600여 페이지 가까운 책자를 일단 일독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보고 또 보고 하면서, 특히 일본어 훈독을 익히는 데 주안을 두고 있다. 아마도 최소 50여 번은 완독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 책자를 즐겨 본 것만으로도 일본학과 등록은 대성공이라고 자평해 본다.

나는 퇴직 이후에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대한민국의 보고인 제주의 속살을 발견하는 것, 우리 역사에 대한 심층적인 공부,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접근 그리고 약소하나마 사회적 책임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학은 두 번째 사항인 우리 역사에 대한 심층 공부에 더 없는 활력소다.

특히 근현대 일본 정치론을 공부하면서 감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조선시대, 그리고 대한제국 시기인 19세기 말과 일본 식민지 시기인 20세기 초반의 우리 역사는 좋든 싫든 일본을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일본에 대한 보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서 역사 해석과 평가는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 향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무려 30여 년 전, 더 정확히는 1991년에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세계적 권위지인 영국의 〈타임즈(The Times)〉 도쿄 특파원이었던 조안나 핏만이란 기자의 글 중에 “일본에 대해서 흔히들 타테마에(建前)만을 보는 경향이 있고, 실질적 일본의 속내인 혼네(本音)를 간과한다”라는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역사적 측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일본에 대한 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지식 습득과 평가를 통해서 21세기 4반세기에 접어든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방송대 일본학과가 보다 정확한 향도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더불어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 준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감사드리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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