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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언론에서 부각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감안하면, 
설문조사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이 
선택된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더 놀라운 것은 연령별 결과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두 가지 연금개혁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안(소득보장안)은 말하자면 ‘더 내고 더 받는’ 것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현행 9%)로 높이는 대신 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도 50%(현행 40%)로 높이는 방안이다. 반면 2안(재정안정안)은 ‘조금 더 내고 지금대로 받는’ 것으로, 보험료율을 12%까지만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조사 결과 전체의 56.0%가 소득보장안을, 42.7%가 재정안정안을 선택했고, 양자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했다. 그간 언론에서 부각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감안하면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이 선택된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더 놀라운 것은 연령별 결과다. 연금을 받을 일만 남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두 안에 대한 선호가 거의 비등한 반면, 보험료 부담이 가장 큰 20대 청년층에서 오히려 소득보장안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았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저출산 추세에 따라 ‘어차피 애 안 낳을’ 20대는 미래세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자신의 노후 대비를 위해 소득보장안을 선택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년층은 보험료율이 오를수록 가장 오랫동안 높은 보험료 부담을 지는 연령층이고, 상기 결과가 시민대표단의 학습 및 숙의토론 과정에서 실시된 총 3회 조사 중 최종조사 결과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1차 조사 시 재정안정안이 우세했다가, 2·3차에서 소득보장안으로 역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총선 후 시간 여유가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 공론화에 따라 선택된 소득보장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반대 탓이 큰 듯하다. 한 여당 의원은 소득보장안에 대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개악”이며 “청년과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며 혹평했고, 소관 부처에서도 “현재보다 재정을 더 악화시켜 재정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시킨다”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반응은 그들이 승인한 공론화위원회의 존재 의의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현 정부의 재정운용 행태와도 모순된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사실 그들 말마따나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안정 측면만 고려한다면, 공론화는 애초부터 불필요한 것이었다. 상기 두 방안은 현행 대비 기금 고갈을 고작 6년 또는 7년 늦추는 것으로, 재정안정 측면에서 볼 때 ‘도긴개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초 정부가 표방했던 ‘건전재정’ 기조가 무색하게, 작년 세금을 제대로 못 거두거나 또는 안 거둬 60조원 남짓 세수 펑크를 내면서 연금보험료만큼이나 미래세대의 부담이 되는 국가부채가 사상 최초로 GDP의 절반을 넘어선 실정이다. 청년과 미래세대를 걱정한다는 정부·여당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경제학과 교수다.
 
각설하고 정부와 여당은 부디 일관된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스스로 내건 건전재정 목표에 따라 세금을 제대로 걷으면서 재정안정을 우선으로 하는 개혁안을 내놓든지, 아니면 하던 대로 감세 기조를 유지하되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여 노후소득 보장에 중점을 둔 방안을 추진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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