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전북지역 걷기동아리 ‘노고단’ 산행 동행취재기

“단순히 크다, 깊다, 넓다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
병풍처럼 펼쳐진 수많은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고, 둘레만 320여km나 되는 공간 속에 20여 개의 능선 사이로 자리 잡은 계곡들과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 등 3개 도 5개 시군이 걸쳐져 있는 신비의 산이 바로 지리산이다.
지난 12일 오전 전북지역대학 캠퍼스 앞으로 등산 배낭을 멘 학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매월 둘째 주말이면 전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오프라인 모임인 ‘걷기동아리’ 회원들이 전북지역의 걷기 좋은 명소를 찾아 떠난다.
기자는 동아리의 요청에 따라 이들과 동행하며 하루 여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남원 춘향제도 둘러보고
이날 전북지역 걷기동아리의 행선지는 지리산 노고단이다.
걷기동아리 모임은 조영숙 제40대 전북총학생회장이 지난 2022년 5월에 창단해 50여 명의 회원들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동아리는 재학생과 졸업한 동문, 그들의 가족들로 구성돼 있어 서로를 위하는 끈끈함이 많고 가족적인 분위기다.
오전 9시가 되자 약속이나 한 듯 버스가 천천히 미끄러지듯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다. 동아리 회원들을 태운 버스가 전주 시내를 빠져나오자 조영숙 회장이 마이크를 들고 하루 일정을 설명한 뒤 함께 참가한 일행들을 소개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최정학 전북지역대학장도 동참했다. 최정학 학장은 지난 4월 국어국문학과 문학기행에도 참여해 학우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동아리 회원 일행을 태운 버스가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남원이다. 춘향고을 남원은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고장으로, 동아리 회원들을 실은 버스는 올해 94회째를 맞은 ‘남원 춘향제’가 한참 진행되는 광한루 주차장에 멈춰섰다.
일행들이 내린 남원 광한루 일대는 지난 5월 10일부터 7일간 광한루원, 예촌, 요천둔지 및 사랑의 광장을 중심으로 남원 춘향제 축제가 한참 꽃을 피우고 있었다. ‘춘향, COLOR 愛 반하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축제는 전국에서 모여든 상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걷기동아리 회원들은 축제 기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광한루원 일대를 1시간 정도 산책한 후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최종 목적지인 지리산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버스는 어느새 지리산 산길에 접어들었고 힘겹게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고 올라가 드디어 걷기의 첫 기착지인 지리산 성삼재주차장에 도착했다. 노고단을 향한 걷기동아리 회원들의 첫 출발지인 성삼재주차장은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곳이다. 성삼재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 거리는 약 3.2km로 완만한 임도를 따라 걸어올라 가면 된다. 보통 걸음으로 1시간 정도면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는 트래킹 코스다. 물론 중간중간 성질 급한 이들을 위해 경사진 짧은 지름길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성삼재주차장을 출발한 회원들은 중간중간 선두와 후미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사진도 찍으면서 삼삼오오 노고단을 향해 즐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노고단 등반길에 만난 무지갯빛 햇무리
30여 분 걸어 올랐을까?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함성과 함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짐승이 나타났나?’ 놀란 마음에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바라보니 누구라도 할 것 없이 하늘을 가리키며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하늘은 오색찬란한 무지갯빛 햇무리가, 그것도 쌍무지개 형상으로 몽연한 구름 저편에서 비치나고 있었다. 묘한 하늘을 바라보던 이들은 탄성을 지으며 ‘참으로 오늘 잘 온 것 같다’ ‘이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좋아들 했다.
잠시 후, 감탄을 짓던 광경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한 일행은 이윽고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회원들 역시 마지막 남은 노고단 정상 입구까지 편한 임도 코스와 짧고 굵게 치고 오르는 산악코스를 놓고 잠시 고민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산악코스를 선택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10여 분을 산악 행군하듯 걸어 오르니 드디어 목적지의 마지막 입구인 노고단 고개에 도착했다. 잠시 숨을 고른 일행은 동아리 임원진이 미리 인터넷에 예약해 놓은 QR코드를 찍고 노고단 탐방지원센터 입구를 지나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노고단을 향해 데크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노고단(1,507m)은 기온이 낮은 아고산대(해발 1500~2500m 사이)에 위치한 평전(平田)으로 시야는 탁 트였지만 추위와 바람 때문에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털진달래 같은 관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이 데크를 따라 걷다 보니 드넓은 시야에 들어오는 웅장한 지리산 봉우리들의 절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초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5월임에도 옷을 다시 여미어 입어야 할 만큼 불어오는 바람도 차고 거칠었다.
노고단이라는 지명은 본디 할미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통일신라 시대까지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 기슭에 ‘할미’에게 산제를 드리는 할미당이 있었는데, 고려 시대에 이곳으로 옮겨져 지명이 한자어인 노고단(老姑壇)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져온다.
웅장함을 가득 품은 노고단 정상에 오른 걷기동아리 회원들은 저마다 탄성을 쏟아내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한참이나 음미했다. 정상에 발을 디뎠다는 뿌듯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닉한 순간을 추억에 담은 일행은 처음 출발지를 향해 다시 발길을 돌렸다.

“전국을 걷는 동아리로 거듭나겠다”
40여 분을 걸어 내려와 성삼재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도착한 일행은 조영숙 회장이 준비해 온 두부와 수육, 김치 그리고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즐거웠던 여정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돌아오는 버스 안. 노곤함으로 모두 꾸벅꾸벅 졸거나 잠에 취해 한없이 조용했다. 하지만 동아리 회원들의 마음속엔 하루 여정이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물들어 가고 있음을 입가에 맴도는 미소에서 느낄 수 있었다.
버스는 다시 출발지인 전북지역대학 캠퍼스에 도착했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조영숙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걷기동아리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형식적인 모임이 아닌 동문과 가족들이 함께하며 끈끈함을 다지는 동아리였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전북지역뿐만이 아닌 전국을 다니는 동아리가 될 수 있도록 활성화해 모든 동문이 함께하는 동아리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전북=이증효 학생기자 jebo827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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