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최재식 동문의 '제 2의 인생 칼럼'

최재식 동문·전 공무원 연금공단 이사장은 방송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총무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1982년 공무원연금공단에 입사해 2014년 2월 상임이사로 퇴임했다. 2014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제 15대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 40여년 간 공무원 연금을 다뤄온 연금전문가로 대표저서로는 은퇴 후에도 나는 더 일하고 싶다』  제3기 인생혁명』  등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40대 초반부터

경제적인 준비와 함께

관련 분야 공부도 했다.

 

은퇴관리는 노후관리가 아닌

노전(老前)관리다.

현역 활동 기간 중에

차근차근 준비해서

점진적으로 은퇴하는 것이 현명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단편소설 황혼의 반란은 노년의 위기를 다룬 끔찍한 이야기다. 초 고령사회 프랑스에서 노인 배척운동이 일어난다. 학자들이 TV에 나와 사회보장 적자는 노인들 때문이라고 외친다. 대통령은 신년 담화에서 노인들을 불사(不死)의 로봇으로 만들 수는 없다라고 선언한다. 곧바로 노인들에 대한 약값과 치료비 지급이 제한된다. 노인들을 붙잡아 휴식·평화·안락센터에 가두고 독극물 주사를 놓아 죽인다. 그러자 노인들이 들고 일어나 생존을 위한 게릴라 투쟁을 시작한다. 체포된 주인공 프레드는 죽기 전에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자의 눈을 차갑게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게다.”

이 소설에서는 사회의 모든 부정적인 요소인 인구과밀, 실업, 세금 등을 노인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 소설의 비극을 닮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은퇴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는 영생의 기대감을 안고 불사의 땅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죽지는 않지만 혐오스러운 존재로 변해가는 노인들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기쁨도 즐거움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으며, 식욕도 미각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온갖 질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지만 죽음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모두가 불로장생을 꿈꾸지만,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장수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는 것이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삶의 목표는 행복에 있다. 우리는 마음의 수행을 통해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버리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키우면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수도승이 아닌 경우 마음의 수행만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이 없고, 살 집이 없고, 할 일이 없어서는 도무지 행복해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노년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그 답을 일하는 은퇴(working retirement)’에서 찾을 수 있다. 은퇴하면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굴하지 않는 정신만 있다면 은퇴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은퇴하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보다 은퇴하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마음가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은퇴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다. 적어도 인생 반 살이가 지나갈 즈음 인생 2막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대략 10년은 준비해야 노년이 행복할 것 같지 않은가? 준비 없는 노년, 막연한 낙관주의는 은퇴자들을 벼랑으로 몰아넣는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 3일 앓고 죽으면(4, ) 된다는 ‘9988234’식의 막연한 대처는 안 된다. 은퇴 이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보다 체계적으로 은퇴를 준비해야만 한다.

 

노년을 산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준비된 노년은 축복일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년은 재앙이다. 장자산목편에는 사마귀의 우화가 나온다. 사냥꾼이 밤나무 숲으로 날아가 앉은 까치를 향해 활을 겨눈다. 그 순간 죽을 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까치는 사마귀를 잡는 데 골몰해 있었다. 그런데 사마귀는 근처의 매미를 잡느라 까치의 존재를 몰랐으며, 매미는 그늘 아래서 우느라 사마귀를 보지 못했다. 이처럼 현재에 골몰하다 보면 은퇴라는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 있다. 현직의 정점에 있을 때 은퇴를 생각해야 한다.

은퇴의 출발점에서는 !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더라면 무엇이든 미리 준비할 걸이라고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은퇴의 종착역에서는 !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걸이라는 후회 역시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은퇴 후 한 10년 정도 더 살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나의 경우에는 40대 초반부터 경제적인 준비와 함께 관련 분야 공부도 했다. 그 결과 1차 직업을 마치고 다시 더 보람 있는 현직생활을 하는 행운도 안게 되었고, 70세 언저리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놀고 쉬고 일하고 - Go쟁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더글러스 던은 살아 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지 마라고 했다. 은퇴한 후에도 의미 있는 삶은 계속된다. 결국 은퇴관리는 노후관리가 아닌 노전(老前)관리다. 현역활동 기간 중에 차근차근 준비해서 점진적으로 은퇴하는 것이 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노년은 자신에게도 어렵고 사회에도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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