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커리어줌인


천재들 사이에서

많은 좌절을 겪었습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보다

어떻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습니다.

 

한계는 그럴싸한 상상의 산물일 뿐이고

그걸 극복할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동기로 삼은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세계 IT산업의 메카, 전 세계 인재들의 AI 대전이 벌어지는 미국 실리콘밸리, 그곳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삼성전자 반도체 R&D 센터의 AI 엔지니어로 세계적인 인재들과 경쟁하고 있는 김광균 동문(33세)을 화상과 이메일로 만났다.

김 동문은 AI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기기 자체에 AI를 탑재하는 ‘온 디바이스 AI’ 전문가다. 특히 ‘머신러닝 추론 가속(ML inference acceleration)’이 핵심 업무로 인공지능 모델을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에서 실행할 때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빠르게 응답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김 동문은 2017년 고려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문과생으로 이공계 기초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2018년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메카트로닉스 전공에 편입학해 2021년 장학생으로 공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21년 AI 분야 세계 최정상으로 평가받는 카네기멜런대 대학원에 한국인으로서는 다섯 번째로 입학해, 2023년 로봇시스템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Nod AI 등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키웠고, 카네기멜런의 로봇 연구를 돕고 있다. 문과생이 세계 유수의 대학원에 입학하고 실리콘밸리에 입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실리콘밸리는 일하기에 어떤 곳인가요

 

전 세계에서 모인 인재들 사이에서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최신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특혜이자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업무 강도가 높고 철저하게 성과 중심인 곳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경영 사정에 따라 구조조정 되는 것이 일상이라 스트레스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확실히 다져두면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함께 일하는 주변 동료들이 장점이다. 급여도 높은 편인데, 주니어 엔지니어의 경우 기본급, 주식, 보너스 등을 합치면 18만 달러(약 2억 5천만 원) 수준이다. 시니어 엔지니어는 기본급만 25만 달러로 주식, 보너스 등을 추가로 받는다. 

문과생이 공학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가 있을까요

 

고려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이후 행정고시, 로스쿨 입학 준비 등 4년의 수험 생활을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2018년 LG에너지솔루션에 입사해서 프로젝트매니저로 볼보 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모두가 꺼리는 프로젝트였는데, ‘내가 사장이고, 곧 내가 최후의 보루다’라는 생각으로 집중해 수익률 1위라는 결과를 내면서 큰 성취감을 느꼈다. 해외 출장 당시 볼보 자동차 공장에서 AI/로보틱스의 비전을 그려 보게 됐고, 공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대기업 직장 생활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던 비법이 있나요 


6시에 기상해 운동을 한 뒤 1시간 반 강의를 듣고, 대중교통편으로 출근하면서 교재를 읽고 강의 내용을 복습했다. 점심때도 간단히 먹고 공부했고, 퇴근 후와 주말에도 공부를 지속했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밤 12시에는 꼭 잠자리에 들었다. 주말 동안 로봇 제작 등의 실습도 꾸준히 했다. 프라임칼리지의 워크북 외에도 일반물리학, 전기 전자회로, 정/동역학 이론서들을 통해 개념을 공부하고, 연습문제를 많이 풀었다. 교수님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적극 활용했고, 연습문제 추천과 피드백을 부탁드렸다.

프라임칼리지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2018년 방송대 프라임칼리지에 입학 원서를 제출한 것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메카트로닉스에서 배운 기계와 전자 공학 지식은 회사 업무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배터리 셀과 모듈을 조립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매니저로서 맡은 일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정세윤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았는데 카네기멜런대 대학원 진학에 큰 도움이 됐다.

 

다른 곳이 아닌 프라임칼리지 진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찾고 있었고 가장 교육 프로그램이 좋다고 생각을 했었다.

교수진, 강의 커리큘럼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지를 고려했다. 

내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지식을 활용해 스킬셋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프라임칼리지에서 공부하면서 각 수업에 참석한 교수님들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더 많은 연습 문제와 시험을 치고 싶다고 매 학기 초마다 연락을 드려서 공부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공학의 경우 이론 강의외에도 문제를 직접 풀어보거나 직접 만들어보면서 해야 느는 공부라서 실습도 많이 하려고 했다.

 

로봇경진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했던데, 비결이 있을까요

프라임칼리지 진학 당시 공학을 제대로 하려면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파이어웍스’라는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다. 로봇 경진대회를 개최하자고 교수님께 제안해 없던 대회가 만들어졌다. 매주 일요일마다 학우들과 모여서 즐겁게 로봇을 만들었고, 2018년에는 쿼드콥터 드론의 호버링(hovering) 비행을 구현하면서 임베디드 시스템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2019년에는 6-자유도 로봇 팔을 만들면서 역기구학, 3D 프린팅, C언어 소프트웨어를 배웠다.


카네기멜런대학원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팔,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다. ‘매일 공부하다 죽었단 사람은 들어본 적 없어’ 하면서 쉬지 않고 공부했다. 위축될 때도 많았고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버티면서 하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이해가 되고 능숙해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이공계 경력이 부족해 그 부분을 보완하느라 진땀도 많이 흘렸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인재들과 연구하고 공부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스타트업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동료들과 함께한 김광균 동문의 모습

김 동문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토마토 로봇의 모습
대기업 외에도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력이 많던데 어떤 일을 했나요


카네기멜런 졸업생들이 창업한 스타트업(ESTAT Actuation)에서 산업용 클러치보다 훨씬 가볍고 종이처럼 얇은 미래 로봇 액츄에이터의 부품을 연구했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Nod AI에서 거대인공지능모델이 신속하게 구동될 수 있게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카네기멜런 동기들이 창업한 농업용 로봇회사 Moss에서 일하며 600만 그루의 나무들의 재고 수량을 관리하는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가했다.

성공가도를 달린 것처럼 보이는데 실패나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도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4년간 준비했던 행정고시에서 실패하면서 주변의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주변의 시선’은 내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숙고하고 정의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이다. 어려움이나 난관을 만났을 때도 해결방법을 떠올리면 난제가 재미있는 도전 과제로 보이는 놀라운 관점의 변화를 경험했다. 카네기 멜런대학원에 진학한 뒤에 전 세계에서 온 천재, 수재들 사이에서 많은 좌절과 어려움을 겪었다. 스스로 깎아내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한계는 그럴싸한 상상의 산물일 뿐이고 그걸 극복할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동기로 삼는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엔지니어를 꿈꾸는 이들이 많을텐데 조언을 부탁합니다

 

카네기멜론에서는 로보틱스는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다. 학부에서는 수학(선형대수, 미분방정식, 확률), 물리, 컴퓨터공학 등 기초 지식을 튼튼하게 하고 로봇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좋다. 기초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걸 추천한다. 끊이지 않고 발표되는 최신 논문을 찾아보고 논문에 있는 수학 모델을 최소한의 라이브러리만 사용하면서 프로젝트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꼭 코딩테스트도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엔지니어로 일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뭘까요

 

문제해결능력과 학습능력이다.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의 내릴 줄 아는 게 중요하다. 어떤 문제든 해결책을 떠올려야 한다. 수학 공부와 비슷한 면이 있다. 수학도,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면서 어떤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신속한 학습능력도 중요하다. 이러한 역량은 기본기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느냐에 따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을까요

 

궁극적으로 다가오는 로봇 시대의 기회를 잡는 것이다. 현재 목표는 정상급의 AI/로보틱스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시니어라는 직급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훌륭한 수준으로 혼자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얻고자 한다. 그러한 능력을 토대로 여러 로봇 개발 연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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