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 리뷰

전문가들은 한국사회가 예상보다 2년 일찍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게 됐다고 말한다. 올해 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백세시대는 축복일까? 과학기술과 의학이 발달할수록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지금껏 겪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 상황에도 직면하고 있다.

건강통계 분석하며 건강 사회 환기
최근 출간된 『젊게 늙는 사회』(방송대출판문화원 지식의날개)에서 저자인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와 정영일 방송대 교수(보건환경학과)가 초고령 사회의 건강을 개인과 더불어 사회 차원에서도 따져야 하며, 노인의 말년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건강하게 나이 드는 일까지 포함해 살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이런 문제의식은 ‘가장 오래 살아야 할 세대, 건강통계로 생각하다’라는 책의 부제에 적확하게 담겨 있다.
건강을 생물학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저자들은 책 전체에 걸쳐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통찰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통찰과 아이디어는 단순히 이론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실제 ‘건강통계’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설득력 있게 읽힌다.
저자들이 말하는 건강통계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건강 문제의 전체적인 경향과 세세한 지표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나의 (건강)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이것은 저자들의 말처럼 “초고령 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면, 건강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정보”로서의 효용성을 지니고 있다.
‘건강하게 늙어가기’라는 주제를 놓고 저자들은 ‘생로병사’에 ‘청(년)’과 ‘의(료)’를 추가해 건강통계에 접근했다. 저자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생로병사는 과거 농경시대에서 생성된 개념이다. 그 당시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약 30세 정도였다. 노인이라 해도 60세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즉, 태어나서 곧 늙고 죽게 되는 삶이었다. 그러데 지금은 청소년기라는 과거에 없던 인생의 준비기간이 생겼다. 이제는 아파도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게 됐다. 의학이 발달한 덕분이다. 그래서 이 책의 논의에는 생로병사 외에 ‘청(년)’과 ‘의(료)’를 추가했다.”
책의 구성과 집필도 이 ‘생청병로사’의 각 주제별로 통계 수치를 제시하면서 그 추세와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했다. 덕분에 출처분명의 ‘카더라’ 정보가 아닌, 설득력 있는 과학적 정보로 살아난다.

왜 청·장년세대의 문제일까?
저자들의 접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건강을 사회와 연결하고, 젊은 세대의 문제로 들여다본 점이다. 예컨대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둘 다 사회구조적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사회·경제적 발전에 힘입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그렇지만 저자들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경고한다.
“갈수록 물질적 성취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그럴수록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역량은 위축되고 기대수명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들이 건강증진을 개인중심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다. 건강증진의 주체는 개인이지만, (금연, 금주, 생활습관 개선 등에 관한)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라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시민적 책무성과 지역사회 참여가 중요한 전략이며,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연대와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늙어 가는 것은 더 이상 노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학의 발달 덕분에 생물학적으로 긴 청소년기를 거쳐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청소년들은 음주나 흡연과 같은 각종 불건강한 상황, 나아가 비만이나 스트레스,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다 신체활동도 제한적이다. 이런 청소년기를 거쳐 중·장년의 삶에 이르게 된다면, 그 결과는 빤하다. 그렇기에 노인 자살률이 높고 만성질환을 달고 사는 노년기의 삶을 지양하려면 청년, 장년기에 건강관리와 건강증진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적 결론과 만나게 된다.

교육과 사회보장정책의 함의도 강조
저자들은 건강 사회를 만드는 주요 요소로 교육과 사회보장정책을 강조했다. “위생 관습의 향상이나 건강관리의 보편화 역시 교육과 지식수준의 향상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은 건강 사회를 선도하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하는 저자들은 건강 불평등을 넘어서는 구조적 변화를 사회보장정책에서 찾았다. 병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찾는 것 모두가 사회보장 문제와 직결된다. “사회보장 수준이 낮아서 생활의 어려움이 다른 완충 장치가 없이 곧바로 건강불안감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더 의료이용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건강 완충 장치로서 사회보장정책을 좀더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주장은 ‘불건강한 생활습관, 제도로 바꿔라’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건강을 위해 행동할 여유가 없지만, 건강 습관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싼 음식 대신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노동시간이 길어서 운동이나 신체활동을 할 여유가 없지만, 짧게라도 운동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술과 담배로 시름을 달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연, 절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등은 건강정책의 과제이기도 하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문제라는 저자들의 지적이 공감되는 대목이다.
노년에 접어든 부모님을 모시는 40대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10대 자녀를 두고 노부모를 부양하는 40대는 연로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어떻게 보살펴 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자녀들이 10대 때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왜 갖춰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서서히 노화의 단계를 밟고 있는 ‘나’ 자신의 건강관리도 챙길 수 있는 건 덤이다. 분량은 311쪽, 책값은 1만9천 원이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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