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Weekly 시네마

주지훈의 얼굴에는 드라마가 있다. 귀공자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느껴지면서도, 끊임 없이 조잘대는 동생의 얼굴도 있다. 한편에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이의 슬픔이 보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청년의 모습도 있다. 2003년, 모델로 먼저 이름을 알렸던 그가 대중에게 연기자로 각인된 작품은 MBC드라마「궁」(연출 황인뢰, 김수영, 2006)이었다. 황태자 이신 역할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순식간에 배우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영화「신과 함께 1, 2」(감독 김용화),「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2023) 등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활동했다. 주연을 맡은「암수살인」(감독 김태균, 2018)으로 제24회 춘사영화제와 제5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공항대교’에서 벌어진 초유의 100중 추돌사고로 실험용 군견들이 탈출해 사람을 공격하는 영화「탈출: 사일런스 프로젝트」(감독 김태곤)에서는 인생 잭팟을 노리는 도로 위를 배회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렉카 기사 ‘조박’을 맡았다. 고 이선균 배우의 유작 중 한 편이기도 한 이 영화는 작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140개국에 선판매되기도 하는 등 화제에 올랐다. 주지훈 배우가 데뷔 이후 처음 선보이는 색다른 비주얼에 어쩌면 관객들은 ‘이렇게나 잘생긴 배우가 왜 저렇게 망가지는 역을 맡았는가’ 의문에 빠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가 무거워질 법한 순간이면 어김없이 등장해 위트 있는 대사로 관객에게 숨쉴 여유를 주는 그의 연기를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에 임했는지가 느껴질 것이다. 강동원의 뒤를 잇는 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해, 연기 분야까지 확실히 접수한 주지훈 배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탈출」 시나리오 첫인상은 어땠나요?
저는 항상 기획 의도와 일치하는 시나리오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탈출」은 그게 일치한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누가 봐도 좋아할 만한 팝콘 무비기도 했고요. 팝콘 무비라 좋았다기보다는 시나리오가 가진 의도와 제작진이 좋았습니다. 아닌 경우가 다반사니까요.(웃음) 게다가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두 편을 함께 한 최고의 VFX 회사인 덱스터가 함께 했잖아요. 이들의 작업 방식과 시스템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 신뢰하는 마음으로 합류했습니다.

 

작품적으로 재미를 느낀 지점도 있다면요?
이야기 전개가 빠른데, 그 안에서 사건들과 구성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특히 제가 맡은 ‘조박’ 캐릭터는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위트 있거든요. 연기하는 맛이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말씀하신 조박은 재난 영화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틈을 만들어줍니다.
그런 걸 좋아해요. 관객들이 좀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기능성이 꽤 부과된 캐릭터를 좋아해요. 꼭 이런 캐릭터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요. 극적 허용이 가미돼 있는? 리얼리티라는 것이 꼭 우리의 내면을 잔잔하게 그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이렇게나 잘생기고 멋진 배우가 그렇게나 망가지는 역할 서슴없이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생각의 차이인 것 같아요. 대부분 망가진다고들 표현하시는데, 저는 그런 개념이 없는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연극 등 여러 매체에서 봤던 캐릭터들의 매력을 즐겼거든요. 그래서 작품에서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드는 캐릭터라면 주저 없이 즐기는 편입니다. ‘조박’ 캐릭터도 마찬가지였고요. 드라마든 영화든 주지훈이라는 배우를 넓게 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조박의 파격적인 외모를 구축하는 데 어린 시절 동네 ‘노는 형’들을 참고하셨다고요.
선입견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지만, 뭔가를 창작해내는 배우 입장에서는 잘 활용하면 ‘보편적 감정’이 되고, 비틀면 ‘NEW, 새로운 감정’이 됩니다. 제가 어렸던 90년대 초중반에 동네에 가스 배달하는 형들이 많았어요. 가출 청소년 또는 두발 규제하는 학교나 경직된 사회에 불만이 많아서 ‘마이 웨이’를 외치는 형들이었죠. 다행히 요즘은 그런 형들이 동네에 별로 없지만요.

 

공동체를 배려하기보다는 자기 안위를 우선시하는 느낌으로 캐릭터를 구축했죠. 주유소에서 ‘슈킹’(돈을 거둔다는 일본어의 한국식 발음)할 정도로 장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헌 렉카를 모니, 옷도 낡았을 테고요. 작가님이랑 이야기하다가 머리스타일도 제가 제안했어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제 캐릭터에는 기능적 측면이 있다고 했잖아요. 진중하고 집중된 재난 상황을 비트는 역할이니까, 딱 등장하는 순간 드라마가 생겨야 한다고 봤어요.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입니다.

 

기능적인 캐릭터라고 하셨지만, 관객에게 너무 가볍지 않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셨을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자니 기능적이란 거지, 그렇다고 연기를 기능적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모두 같아요. 기능적인 캐릭터라고 대충 준비하는 건 아니죠.(웃음) 예를 들어 볼게요. 이 장면의 어떤 지점에서 테이블을 탕 치고 싶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지금 말고 대사 다음에 치라고 하면? 그런데 제 감정상 지금 쳐야 해요. 그럴 때는 편집을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봅니다. 다른 인물 얼굴이 들어간다거나, 인서트 컷 등이 들어가서 편집적인 요소로 사용한다고, 그렇게 극적 허용이 되는 상황에서는 제 캐릭터가 기능성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니 할 수 있죠. 그게 아닐 경우에는 감독님께 질문하고요.

군사용 실험견 ‘에코’들은 전부 CG라고 하더라고요. 연기할 때 힘들지 않으셨나요?
CG에 대해선 어느 정도 걱정하긴 했지만, 덱스터라는 회사의 시스템을 알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어요. 오히려 후시 작업에서 느낀 부분이 있어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00%까지는 아니어도 이번 영화는 거의 후시 녹음인데요. 촬영이 끝나도 이 구간에서 많은 부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있던 거죠. 그래서 현장에서 두려움 없이 마구 연기했어요. 감독님도 동료 배우들도 모두 만족할 정도로요.

 

그런데 첫 편집본을 보니 재난 영화라는 어두운 톤앤매너에 안 맞게 제 캐릭터가 너무 튀더라고요. 오선지를 벗어났달까요? 저만 소프라노 같은 느낌이니 민망했죠. 그래도 보정이 가능한 걸 알았기에, 후시에서 촬영 톤의 50% 이상을 깎아냈습니다. 이게 가능한 곳이 바로 덱스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현장에서 두려움 없이 충실히 연기할 수 있었던 거고요.

 

「젠틀맨」(감독 김경원, 2022) 때도 강아지와 케미가 돋보였는데, 이번에 ‘조디’와는 어땠나요?
잘 봐야 눈치채실 텐데, 굉장히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조디와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어서 찍었어요. 작은 강아지라 가방에 넣고 뛰고 액션을 해야 하는데, 잘못되면 골절되잖아요. 제작진이 애초에 걱정이 많아서 대부분은 인형으로 찍었고, 꼭 필요할 때만 데리고 찍었습니다. 요즘 정말 복지가 좋아요. 강아지 노동시간, 휴식시간이 정말 배우들보다 훨씬 좋더라고요.(웃음)

열정 넘치게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장면도 실제로 하셨다고요.
쉽지 않았죠. 제작진도 당연히 하지 말라고 말렸고요. 덱스터잖아요. CG로 다 가능하다고.(웃음) 그런데 이게 말하면서도 웃긴데, 어차피 편집에서는 컷을 잘라서 붙이니 대역을 써도 되잖아요? 근데 당시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쭉 하고 싶은 느낌이 있었어요. 기관총 쏘는 장면도 아니고,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도 아닌데, 저는 그 불을 뿜는 장면에서 이기적이었던 조박이 뭔가 사람들을 도우려 하는 사람으로 변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욕심일 수도 있죠. 그래도 현장에 응급팀이 상주해 있어서 얼굴이나 머리에 물을 많이 바르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고 촬영했습니다.

 

대역으로 부른 차력사보다 더 크게 불을 뿜어서 다들 놀랐다고요.(웃음)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겁을 먹었나 봐요. 더 크게 숨을 내쉬고 한 거죠. 왜 ATV를 타거나 승마를 하고 나면, 할 때는 긴장 안 한 줄 알았는데, 내리면 다리가 후들거리잖아요. 나도 모르게 온 몸이 긴장했던 거죠. 「탈출」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위스키를 머금었다가 후~하고 불을 뿜었는데, 너무 긴장했는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위스키가 침샘으로 넘어갔대요. 일주일 고생했어요. 침샘과 바꾼 장면입니다.(웃음)

조박 캐릭터는 위트 있는 대사를 많이 하는데요. 애드리브가 있었나요?
아뇨. 생각보다 인물들도 많이 나오고, 규모감도 있잖아요. 애드리브가 많아 보이지만 거의 정해진대로 가야 했어요. 투샷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화면에 잡히는 인물들이 많으니까요. 이 애드리브 하나로 다른 배우 타이밍까지 방해하면 안 되니까, 제가 한 건 ‘아앜’하는 거의 의성어 정도?(웃음) 눈치 봐가면서 했습니다.

 

세트가 굉장히 실감 납니다. 영화 초반 100중 추돌장면부터 몰입이 되더라고요. 배우로서는 그런 광대한 세트장 촬영이 어땠나요?
실제 다리 규모로 지은 세트장을 보고 놀랐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고요. 급박하게 달려가는 장면은 물론, 100m 거리를 실제처럼 차량이 운행하고, 사고난 차량 300여대를 세팅해 뒀으니, 억지로 집중하거나 감정선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는 감사한 현장이었습니다. 세트에 아스팔트를 깔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웃음)

 

세트도 넓고 액션 장면도 많아서 특히나 고생했던 현장일 거 같아요.
거기 연기도 다 진짜 스모그를 뿌렸어요. 배우와 스태프까지 몇백 명이 들어가고, 차량도 진짜 차량이잖아요. 그 안에서 매일 뛰고 호흡하면 일단 기관지부터 점막이 있는 기관들을 다 안 좋아지죠. 촬영 끝나고 코를 풀면 까만 물이 나오고요. 뭐 직업병이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습니다. 가벼운 에피소드로 세트가 너무 커서 화장실 갈 때 좀 힘들었고요.(웃음)

영화는 하루 동안 일어난 재난 상황을 다룹니다. 인물 간 호흡이 중요했을 거 같아요.
사실 그게 다죠. 뭐. 우리 영화에는 CG가 많으니까 계속 대화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다리가 무너질 때 각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런데 이동하는 주요 인물만 8명에다 뒷배경에 버스 승객은 10명이 넘어요. 어떤 인물은 ‘그 정도는 안 무서울 거 같은데?’라고 느끼고, 또 어떤 인물은 ‘하나도 안 무서운데?’라고 할 수 있죠. 둘 다 맞는 말이니 계속 대화를 하면서 시선 등 디테일한 부분을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CG를 그렇게 썼는데도, 트렁크 장면은 그대로 찍어서 고생하셨다고요.
그런 게 변수입니다. 사실 트렁크 장면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나 CG 범먹인 영화에서 왜 차를 잘라두지 않은 걸까요?(웃음) 실제 차 트렁크에 들어갔어요. 눈으로 보면 모릅니다. 트렁크 들어가는 순간부터 고난이죠. 하루에도 수십번 몸을 테트리스처럼 접어서 트렁크에 맞춰요. 그런데 눈으로 보는 거랑 화면에 보이는 건 달라요. 공간은 없는데 ‘양 박사’(김희원) 주머니는 뒤져야 하니 더 목을 꺾으면서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연기한 거죠. 나중에는 쥐가 너무 나서요. 그냥 감정이고 뭐고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액션은 고생이고, 이번 영화는 통증이었어요. 너무 아팠습니다.(웃음)

후반부 탈출 장면에서 렉카는 실제로 운전했나요?
일정 부분은 했고요, 점프하는 건 못했습니다. 예산을 한 4천억 원 정도 투입했다면, 저도 톰 크루즈처럼 했을 텐데 말이죠.(웃음)

 

3년 전에 작업하셨지만, 개봉을 앞두고 고 이선균 배우 생각이 안 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영화에 포커스을 맞추는 거죠. 「탈출」에 출연한 배우로서, 조박이라는 캐릭터로 이 영화의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거고요. 견디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우리는 살아 있고, 그렇게 지나가는 거죠.

김태곤 감독은 이선균을 ‘깐깐한 배우’로 기억하더라고요.
깐깐한 게 아니고요, 그게 맞는 거예요. 우리가 식당 가서 제육볶음을 주문했는데, 고등어구이가 나오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선균 선배는 경력도 길고 워낙 작품도 많이 해서 현장을 잘 아는 거죠. 이선균 배우 말이 다 맞았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가끔 피곤했지만요.(웃음)

 

이선균 배우는 어떤 연기자였나요?
저랑 결이 비슷한 면도 있지만, 코어가 다른 부분도 많았어요. 인간적으로는 좋은 선배, 좋은 연기자여서 현장에서 그걸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죠. 감정선 하나하나가 예민한 장면이라면 대부분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충실히 연기하죠. 반면에 조금 관객 친화적인 장면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요. 저 역시 한 번 해볼까? 하는 편입니다. 해보고 아님 말고 식이죠.

 

그런데 이선균 배우는 물음표가 있을 때 굉장히 디테일하게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더라고요. 저는 그냥 던져보는 스타일이니, 이선균 배우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죠. 저는 상대 배우가 물음표를 가지면 말하기 귀찮아서도 안 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다가도 이런 부분은 좀 배워야겠다 생각한 것도 많았어요. 그건 뭐 김희원 배우나 저보다 어린 김수안 배우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 다른 배우가 주지훈 배우에게 배웠으면 할 법한 게 있을까요?
관심 없어요. 각자도생인데요 뭐.(웃음)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알아서 배우겠죠. 제가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가르칠 것도 아니라서요.(웃음)

 

이선균 배우와 결이 비슷하단 건 어떤 부분일까요?
유쾌해요. 스트레스를 대하는 방식이 유쾌하고, 밝게 다가가는 부분이 있는데요. 스몰 토크를 좋아하는데, 웃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날리는 부분이 좀 비슷한 거 같습니다.

 

작년에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관객들이 좋아했던 장면이 있었나요?
일단 칸 국제영화제 자체가 어찌 보면 영화 ‘덕후’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비행기를 타고 와요. 기본적으로 ‘나 여기 즐기러 온 거야’라는 마인드들이라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영화 후반부에 통쾌한 장면이 나오는데, 극장 안에 2천 명이 넘는 관객이 다 박수치면서 휘파람 불고 웃더라고요. 배우로서 기분이 얼마나 좋았겠어요? 라이브쇼, 뮤지컬을 보듯 관람하는 문화여서 그런지, 확실한 어떤 장면보다는 위트가 있을 때 웃어주니, 그런 의도가 잘 전달된 장면들은 기분이 좋죠.

벌써 20년 가까이 연기를 하고 계시는데요. 작품 선택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재미요. ‘funny’가 아니라 ‘interesting’한가입니다. 저는 쉽게 읽히는 대본을 좋아해요. 「지배종」(연출 박철환, 디즈니+, 2024)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바이오, 생명공학 이런 거 저도 잘 모릅니다. 포인트는 이렇게 모르는 분야도 문맥으로 잘 읽혀 넘어가고 이해가 잘 되는 대본을 좋아한다는 거죠.

 

「아수라」(감독 김성수, 2016)도 그렇고요. 힘 있고 액션 있는 연기를 많이 하는데, 특별히 이런 영화들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러니까 왜 자꾸 저한테 그런 역할을 주는 걸까요.(웃음) 저도 봄바람 살랑이는, 수채화 같은 영화 좋아해요. 일본 영화처럼요. 풀샷, 롱샷 위주 영화 좋아하는 데 그런 시나리오를 주시질 않에요.

 

힘들지는 않으세요?
생각해 보니 연기를 시작한 지도 20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최근 10년은 1년에 두 개에서 두 개 반씩, 꾸준히 작품을 했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것보다 실제로 몸이 좀 부대낀다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최근에 액션물을 많이 했잖아요. 시리즈의 경우에는 찍는 분량도 영화보다 많고요. 몸이든 스케줄이든 좀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시점이긴 합니다.

차기작에서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게 있나요?
저는 막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 이런 관심은 없고요. 재밌는 대본이 좋아요. 풍자와 해학이 넘치고, 위트 있는 거요. 요즘은 ‘다름’에 대한 질타가 많은 세상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너그러운 관점으로 무언가를 배제하고 질타하는 게 아니라, 너무 진지하게는 아니라도 함께 고민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 그게 갈등이든 뭐든 부드럽게 풀어낼 수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코미디를 사랑하고요.

 

영화 개봉 후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영화 재밌다!”라는 말이요. 영화가 재밌으면 그 캐릭터가 악역이라도 사랑받잖아요. 배우로서 개인적 욕심이 있는 시기는 지난 거 같아요. 내가 이 영화에 필요한 배우였다고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쓰임새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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