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Weekly 시네마

‘남편은 됐고, 아이만 필요하다’는 톱여배우(김혜수)의 발칙한(?) 선언을 담았던 「굿바이 싱글」(2016)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김태곤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익숙한 코미디 장르를 벗어던지고 재난 영화에 도전했다. 올 상반기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탈출: 사일런스 프로젝트」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서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작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았고, 프랑스, 미국, 독일, 스페인, 홍콩, 등 전 세계 140개국에 선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과연 「탈출」은 영화가 시작한 지 10여만에 100중 추돌사고로 관객 몰입에 성공한다. 1,300평 컨테이너 세트, 300대의 차량 동원에 국내 최고 VFX 기술을 보유한 덱스터까지, 「탈출」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재난 상황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했다. 부녀, 자매, 노부부, 반려 가족 등 다채로운 관계를 등장시켜 관객들이 최대한 빨리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도록 유도했다”라고 말하는 김태곤 감독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개봉을 앞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죠. 작년에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좋은 기억도 있고, 다들 아시다시피 안타까운 일도 있고 해서 여러 마음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상업영화 데뷔작인 전작 「굿바이 싱글」(2016)은 코미디였습니다. 재난 영화라는 완전히 다른 장르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해요.
안전한 선택을 한다면, 전에 했던 익숙한 것들을 반복할 수 있죠. 그런데 연출자, 각본가로서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 독립영화를 보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했거든요. 사실 「굿바이 싱글」 이후 코미디 영화 제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그보다는 좀 다른 재난 스릴러 액션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탈출」은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요?
심적으로 힘들었던 때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여행을 했습니다. 한 20일 정도 걸었던 거 같아요. 텐트 치고 거리에서 자고 그랬죠. 국도로 걷다 보니 들개들이 많더라고요. 저녁이었는데, 한 스무 마리가 쫓아오니 너무 무섭더라고요. 호랑이나 사자도 아닌 개에게 쫓긴 기억이 생생해서 이걸 소재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리고 이 개들도 예전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텐데 왜 들개가 됐을까 하는 부분까지 상상하면서, 이런 요소들을 장르적, 의미적으로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제목 ‘탈출’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데, 부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시나리오 초반 부제는 ‘사일런스’였어요. 영화에서 그렇게 자세하게 소개는 안 되지만, 원래 설정은 사람의 목소리를 찾아가서 구조하는 개였죠. 실험견들의 전체 이름이 에코(echo)입니다. 소리에 대한 의미가 있어서, 거기서 제목을 차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지었습니다.

「탈출」은 기존 재난 영화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에 끌려요. 「탈출」 역시 인천공항을 갈 때 지날 수밖에 없는 인천대교(영화에서는 ‘공항대교’)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안개가 자욱하고 사고가 나죠. 거기에 군용 개가 등장하면 일상이 급변하게 되잖아요. 그런 면에서 다른 재난 영화들과 차별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버전보다 러닝타임이 짧아졌다고요.
칸에서 관객을 처음 만난 건데,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요즘 관객들이 선호하는 것이 뭔가를 좀 고민해봤습니다. 개봉까지 시간이 있으니 완성도를 높이려는 생각으로 좀 덜어냈죠. 특히 감정 과잉의 부분에 대해 많이 완화했어요. 음악적으로도 배경음악이 선행돼 관객 감정을 가이드하는 부분도 불편해한다는 느낌이 들어 많이 수정했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요.
정원(이선균)과 경민(김수안)이 맡은 캐릭터들의 감정은 그대로 살아 있고요,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캐릭터 간 감정 과잉들, 또 음악적으로 강조됐던 부분을 수정하면서 좀 덜어냈습니다. 감정 과잉은 요즘 관객이 선호하지 않는 취향이라 생각했고, 앞서 봤던 장면이 공감됐다고 생각하면 연출로서 개입해서 눈물, 감정을 짜내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100중 추돌사고가 일어납니다. 연출자로서 용기를 내야 하는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편집하면서 캐릭터 셋업 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건을 빨리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이 빨리 이 재난에 몰입하도록요. 그래서 첫 번째 사고를 영화 앞부분으로 많이 당겨왔죠. 그러다 보니 어떤 관객들은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연출자로서 그것보다는 전체적 영화 느낌이 긴장감 있도록 하고, 또 볼거리 제공 측면에서도 빨리 극에 몰입해 스릴감을 느끼도록 하는 속도감을 내자고 판단한 거죠.

100중 추돌사고가 정말 리얼한데요. 실제 촬영 과정이 궁금합니다.
질주하던 자동차가 사고 나는 장면을 찍기에는 실내 세트 길이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광양에 컨테이너 적재하는 굉장히 넓은 공간을 섭외했죠. 사실 CG로도 해볼까 하는 고민도 했는데, 홍경표 촬영감독이 그러면 사고의 실제감이나 우연성이 없을 것 같다고, 실제로 차를 ‘때려 박자’고 하더라고요. 의기투합이 잘돼서 실제 사고를 내면서 찍었습니다. 탱크로리도 실제로 넘어뜨렸고요. 달리다가 박는 차가 서른 대가 넘고요, 이미 사고가 나서 세트에 채워진 차는 300대 정도입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유령」(감독 민병천, 1999)에서도 잠수함 장면을 바닷속이 아닌 공중에서 스모그를 뿌려 촬영한 걸로 유명하죠. 이번 「탈출」에서도 안개를 잘 사용하더라고요.
만약 안개를 안 뿌리고 CG로 덧입히면 공간감이 안 살 것 같았어요. 화면 앞이 뿌옇기만 하고요. 당시 촬영 여건은 안 좋았지만, 영화가 관객에게 실제감을 느끼게 하려고, 실제로 스모그를 뿌렸습니다. 구간마다 농도를 다르게 해서요.

100중 추돌사고의 어쩌면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유튜버에요.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관객에게 특정 직업군에 대한 불편함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요. 실제 그런 사건이 있었어요. 100중 추돌까지는 아니었지만요. 여튼 원인 제공자가 누구든 비난을 받을 텐데, 그러면 실제 사건에서 가져오는 게 부담감이 덜할 것 같아서 그렇게 설정했습니다.

 

이제 배우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이선균 배우는 작년 칸 국제영화제에 참여해 한 인터뷰에서 “나는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을 맡을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영화 출연을 망설였다”라고 말했죠.
이선균 배우와는 예전부터 술도 한 잔씩 하는 사이였어요. 인간적으로 호감도 있었고요. 왜 재난 영화 하면 했던 배우들만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저는 이선균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고 생각했어요. 장르물에도, 코디미에도 심지어 홍상수 감독 영화에도 충분히 잘 어울렸으니까요. 제가 재난영화를 준비하는데 같이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렸죠. “내가?”라고 하시며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충분히 잘하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선균 배우가 영화의 중심을 굉장히 잘 잡고 가요. 구심점 돼서 간다는 부담이 굉장히 컸을 텐데 그걸 너무 잘해주셨죠.

이선균 배우 마지막 영화라서 팬들에게는 더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선균 배우에게서 느낀 놀라운 순간이 있었다면요?
굉장히 깐깐한 분이세요. 그 이야기는 뭐냐면 하나도 대충 넘어가는 게 없어요.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니까, 각 구간마다 세팅, 동선이 다 달랐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했어야 하고요. 안개도 있는 상황이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뭐고, 이럴 때 액션을 어떻게 짜면 좋고 등등에 대해 제가 설명을 드렸죠. 부족한 게 있을 때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하나 들어주신다면요?
영화 후반부에 정원이 차에 갇혀서 무너지는 다리 끝에 살짝 걸쳐 있는 설정이었는데요. 현장에서 이걸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나봐요. 서로 상의하는데, 와이어를 달고 완전히 차를 세워서 기어 올라가는 느낌이 좋겠다고 합의했죠. 보통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바뀌는 장면들을 설명하면 위험해서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일 수 있는데, 이선균 배우는 너무 좋다며 빨리 와이어 채우고 찍자고 하셨어요. 영화를 위해 그런 위험을 감수하던 부분이 기억나네요.

 

또 하나 말씀드리면, 작품에서 배우 간 경쟁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배우였습니다. ‘조박’(주지훈)이 불을 뿜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 차력사를 데려와서 불을 뿜는 걸 보여주고, 여기서 촬영 소스를 따서 써도 되니 입모양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는데, 주지훈 배우가 “제가 해볼게요”라고 하더니 차력사보다 훨씬 크게 불을 뿜은 거예요.(웃음) 차력사는 민망해 하고…. 그때 이선균 배우는 조명탄 쏘는데, 이런 장면에서 자신이 뭔가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고 “대박인데”라며 웃어줬고요.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라는 느낌이 어쩔 수 없이 들다 보니, 편집 과정에서 감성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지점을 피해가면 작품을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죠. 과하게 감정이 들어가면 불편할 수도 있는 지점이니까요. 하지만 그전에 만들어진 영화고, 시나리오 대로 찍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오롯이 지키는 게 이선균 배우를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한 것도 덜한 것도 없이 오롯이 계획했던 대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관객이 드는 감정은 영화 외적인 부분이니까 각자 느끼는 감정이 다를 거라고 보고요.

 

너무 좋은 배우였으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컸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호흡을 맞춘 감독 입장에서 어떤 마음이셨나요?
솔직하기 말씀드리면 되게 조심스러웠어요. 너무 조심스러운 분위기였기도 했고요. 저희가 국내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시사회를 했는데, 무대인사를 들어가니 엄청 환호하면서 박수를 치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아, 이거 너무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한 것도 어찌 됐든 이 영화를 많이 알리고 관객들이 보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였거든요. 이선균 배우도 그걸 바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렉카차 기사 조박 역에 주지훈 배우를 캐스팅하신 게 좀 의외더라고요. 그렇게 잘 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요. 조연 전문 배우들에게 맡기셔도 됐을 거 같은데요.
주지훈 배우가 키도 덩치도 크고, 정말 잘생겼잖아요. 보면 너무 어려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실제 만나보면 되게 털털하고 수다스러운 면도 있어요. 조박 캐스팅이 안 됐던 상황에 제작자인 김용화 감독님이랑 대화하다가 주지훈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주지훈 배우가 “저는 조박도 좋고 정원도 좋아요. 다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어, 조박을 한다고? 이 캐릭터를 잘못 이해하고 있구나’ 했죠.(웃음) 조박은 약간 ‘양아치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헤어스타일도 본인이 찾아서 보낸 겁니다. 제가 오히려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는 관계로 흘러갔어요.

 

노부부 역할의 문성근, 예수정 배우 연기도 인상적이더라고요.
‘병학’역에 문성근 배우, ‘순옥’ 역에 예수정 배우를 캐스팅했죠. 문성근 배우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렇게 따뜻한 역할을 한 기억이 별로 없더라고요. 실제 모습은 정반대인데 말이죠. 그런 아이러니를 가진 캐릭터였어요. 사실 병학 캐릭터에는 배를 타셨던 제 아버지를 많이 투영했어요. 젊은 시절 마도로스가 나이가 들어 처음 아내와 해외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 벌어지는 일이라는 설정으로 간 거죠. 아쉽지만 편집 과정에서 많이 덜어냈습니다. 젊었을 때는 이랬지만 늙어서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로, 정원과 경민의 옆에서 이런 조언을 해주는 캐릭터로요.

영화에 ‘에코’로 나온 개들은 전부 CG라고요.
네. 폭발 장면들에 실제 개가 등장해야 실감 날 거 같았는데, 구현하려고 하니 어렵더라고요. 통제도 안 되고요. 에코를 모델링 하려 개들을 만났는데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서서 모두 CG로 구현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을까요? 스티븐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쿠조」(감독 루이스 티그, 1983)에 나오는 세인트 버나드 종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견종 조사 정말 많이 했어요. 개 관련 책만 5~6권 본 거 같아요. 단지 관객이 봤을 때 마냥 무섭지만은 않았으면 했습니다. 감정이 느껴지면서 카리스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었죠. 견종으로는 카네코르소를 참고했고, 거기서 다양하게 변주해서 에코 캐릭터들을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관객에게도 처음엔 무서운 존재였다가 나중에는 동정의 대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완성하려 했고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를 재난 장르에 접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에서 개는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죠. 그래도 나쁜 요소로만 작용하지 않길 바랐어요. 어찌 보면 개도 재난을 당한 거잖아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가 반려견으로 살아가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나쁜 쪽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개 역시 피해자처럼 보이도록 그리고 싶었어요. 에코 역시 이 재난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싶었죠. 재난 영화라고 하면 개에게 가해졌던 고통이 더 잘 표현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조박의 반려견 ‘조디’만 실사인데, 실제 촬영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캐릭터의 관계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녀, 자매, 부부라는 설정을 넣었죠. 조박은 반려견과 견주의 관계입니다. 조박 캐릭터상 특성 견종을 키울 거 같진 않았어요. 유기견을 데려와 키울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 조디가 너무 똑똑했어요. 견종도 믹스견입니다. 너무 똑똑해서 안개가 자욱한 촬영장에서 위안이 됐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캐릭터인 에코가 다 CG인데 걱정은 없으셨나요?

영화 찍기 전에 콘티로 영상화하는 작업을 했어요. 에코가 어떤 속도로 어떻게 움직이면서 위협을 줄지 예측할 수 있도록요. 100% 만족은 못하지만 덱스터라는 회사에 신뢰가 있었죠. 찍고 나서 수정해서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 후속편이 나올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속편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고요, 에코 자체도 피해자입니다. 중요한 캐릭터다 보니 마지막까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장보다 집에서 영화를 보는 시대입니다. 「탈출」 같은 재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실감이 날 텐데요. 감독으로서 이런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쉽죠.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꿈을 키웠으니까요. 극장이 주는 냄새랄까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흥분되는 거였는데 말이죠.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줄고, OTT에서 콘텐츠를 소화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해외는 극장 관객이 회복됐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관객이 현저히 줄어서 안타깝습니다. 제 영화를 극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감독으로서는요.

사실 요즘 극장가가 ‘모 아니면 도’입니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도 100만 관객 넘기기가 힘들죠. 감독으로 예술가로 답답하실 거 같은데, 극복 방법이 있을까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은 꼭 관객이 보러 온다는 믿음이 없으면 영화를 못 만들죠. 창작자로서, 감독으로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관객이 만족할 만한, 제가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기작은 뭐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공포 코미디 영화인 「강시」(가제)를 준비하다가 투자가 너무 힘들어서요. 극장에 관객 수가 줄어든 만큼 투자도 많이 위축됐거든요. 지금은 OTT 드라마로 만들려 논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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