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무엇을 위하여 종(種)은 어울리나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인 달걀을 생산하는 닭은 ‘사역동물’이라 하지 않고 ‘가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알을 낳는 일은 분명 인간에게 쓸모를 제공하는 노동이다. 즉, 닭들은 ‘달걀 생산노동동물’이다. 이 노동동물에게는 복지 수준을 표시하고 있는데, 바로 ‘난각번호’다. 달걀에 새겨진 총 10자리의 번호가 그것이다.

 

난각번호 10자리 중 끝자리 숫자 1, 2, 3, 4는 닭의 사육 환경을 나타낸다. 1번은 방사, 2번은 평사(실내에서 자유롭게 사육), 3번은 개선 케이지(사육밀도 0.075㎡), 4번은 기존 케이지(사육밀도 0.05㎡)에서 사육됐다는 표시다. 난각번호 끝자리가 1번 또는 2번이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좀더 나은 환경에서 생산된, 그러니까 닭이 덜 힘들게 생산한 달걀을 먹겠다는 사람들은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동물복지 달걀’을 산다.

 

지난 5월, 한 방송사에서 ‘동물복지 달걀의 배신’이라며 2번 달걀의 동물복지 인증 적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2번 달걀의 생산 환경 중 하나인 개방형 케이지(aviary cage)가 동물복지 농장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었다. 과연 2번 달걀은 ‘동물복지란’이라 불릴 자격이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동물권단체 (사)동물자유연대는 “2번 달걀과 4번 달걀의 생산 환경은 차이가 크다”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사)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4번 케이지에서 닭은 A4용지의 2/3 면적에서 살아간다. 여기서 사육되는 닭들은 태어나서 도살되기 전까지 날개 한 번 펼칠 수 없고, 스트레스로 서로를 쪼지 못하도록 생후 일주일 만에 부리가 잘린다.

 

2번 에이비어리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날개를 펼칠 수도 있고, 횃대에 올라 쉴 수도 있다. 닭들이 횃대에 올라가 쉬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부리 자르기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사)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복지인증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는 제도임은 분명하다”라며 “2번 달걀과 4번 달걀의 차이는 닭들에게 있어서 결코 작지 않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동물에게 고통을 덜 주는 동물복지 인증 선택을 놓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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