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48회 방송대문학상 공모전 팁

제48회 방송대문학상 공모전 접수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접수된 응모작은 6월 말 춘천우체국 소인이 찍힌 서○○ 학우의 작품들이다. 서 학우는 시, 단편소설, 에세이, 단편동화, 희곡/시나리오 다섯 장르 모두에 출품했다.
문학상 공모전 공고가 나간 이후 학우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개중에는 졸업한 학생인데 응모할 수 없냐는 문의에서부터 다섯 장르 모두 응모해도 되냐는 질문까지 다양하다. 학우들이 자주 묻는 질문은〈KNOU위클리〉제179호(2023.8.11.),「‘표절’ 주의하고 퇴고는 충분히 …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특히 ‘문학상 관련 자주 묻는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weekly.knou.ac.kr/articles/view.do?artcUn=4038 참조).
요즘은 문학상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몇 곳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대학과 다른 특성을 지닌 방송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방송대문학상은 대학문학상 가운데서도 역사가 무척 깊다. 올해가 48회째니, 근 50년 가까이 문학상을 운영했다는 뜻이고, 그만큼 많은 학우들이 재학 시절의 ‘즐거운 추억’으로서 글쓰기 도전에 나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학상을 통해 문단에 진출한 학우들도 꽤나 많이 있다.
다른 대학과 달리 방송대문학상은 주요 문학 장르인 시, 단편소설 외에도 에세이, 단편동화, 희곡/시나리오 부문까지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보인다. 게다가 문학상 상금도 일반 장학금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이다. 시, 에세이, 단편동화, 희곡/시나리오 모두 당선작은 120만 원, 가작은 6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특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에는 200만 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가작은 80만 원이다.
문학상 응모작들은 대개 마감을 앞둔 8월 중순 이후 집중된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작품들이 이즈음 밀려든다는 의미다. 그러나 고심과 퇴고와 달리, 글쓰기에 도전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막차를 탄 작품도 있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도전해 보고 싶은데 망설여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글쓰기가 두려워서다. 그렇지만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먼저 도전해 당선의 영예를 안은 글쓰기 선배들의 조언을 참고하면 된다.

당선작 학우들이 말하는 비결
제47회 방송대문학상 시부문 당선을 거머쥔 정해숙 학우(농학과)는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1929)를 추천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 다 들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젊은 시인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와 릴케가 1903년부터 1908년까지 약 5년간 나눈 편지가 담겨 있다. 릴케는 이 편지에서 방황하는 젊은 시인의 막막한 물음에 현실적인 해답과 방향을 제시한다. 릴케의 첫 편지는 이렇게 적고 있다.
“당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당신 삶의 샘물이 솟아나는 그 깊은 곳을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 당신이 자꾸만 바깥 세계만을 쳐다보고 당신의 가장 조용한 시간에 당신의 은밀한 감정을 통해서나 답해질 수 있는 성질의 질문들에 대해 외부로부터 답을 얻으려 할 때처럼 당신의 발전에 심각한 해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시는 외부 세계와 만나는 내면에서 빚어지는 언어 예술이다. 릴케는 ‘내면 깊은 곳’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시는 질문이지 답이 아니다”라고 말한 정해숙 학우가 릴케 이 책을 권한 이유가 짐작된다.
제43회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작을 낸 이민권 학우(현재 경영학과)는 창작 활동을 할 때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그는 일단 원고지 70장을 무조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글로 쓰지 않으면 작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초고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퇴고’라고 확신한다. 퇴고라는 게 있기에, 처음 원고지를 가득 메워 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퇴고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면, 어느새 작품이 예선을 통과하고, 가작이 되고, 당선작이 될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써 놓고 서랍에 넣어둔 옛 작품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포도주는 오래된 것일수록 가치가 있다고 한다. 기존에 써 놓은 것, 어쩌면 수년 전에 습작으로 써 놓은 것을 꺼내어 다시 살펴본다면 의외로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작가의 생각과 사회의 분위기도 변하기 때문에 그 작품을 새롭게 맞이하게 된다.”
제47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에서 당선된 유승본 학우(현재 영어영문학과)는 좀더 구체적으로 귀띔했다. “에세이는 매우 포괄적인 장르다. 그래서 에세이에 관한 개념을 먼저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 다음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수필집을 읽어가면서 글의 주제와 핵심 단어, 구성과 표현 방식을 분석했다.”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은 자유주제가 아니라 해마다 ‘특정’ 주제를 제시하는 제한된 글쓰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유승본 학우도 이 점을 고려해 공모전에서 제시한 주제를 분석하고, 본인의 경험과 다른 사례들, 사회적 현상 등을 정리한 뒤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정보와 지식을 축적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주제를 독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그런 뒤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이며, 어디에 의미를 부여할지를 고민하며0, 본격적인 글쓰기에 나섰다. 물론 그 역시 이 모든 과정에서 기록과 분석, 구상 등을 ‘쓰고 다듬고 정리하기’를 생활화했다.

동화, 희곡 부문 심사위원들은?
단편동화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던 한 평론가는 ‘어른의 목소리가 아닌 아이의 목소리’로 동화를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훈이나 특정한 메시지를 과도하게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동화를 쓸 때 어린이의 목소리를 앞지르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작품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문학상 응모작의 경우, 작가가 전달하려는 주장이나 메시지를 작중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그대로 표현하기도 한다. 동화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얼마나 생생하게 담겨 있는가에 따라서 이야기의 힘이 갈린다. 이 점을 꼭 명심하고 응모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희곡/시나리오 부문 심사위원을 지낸 한 평론가도 희곡과 시나리오의 장르적 특성을 분명히 이해하고 응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희곡은 무대 위에 올라간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예상하고 창작해야 한다. 시나리오 역시 촬영 환경을 감안해야 하고, 스크린으로 완성됐을 때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계산하고 창작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예측 가능한 주제와 상황 설정은 작품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 그렇다면 방송대 재학 시절의 추억을 만들고, 본인의 내면에 꿈틀대는 글쓰기의 꿈을 외면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 본다면 어떨까.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