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농학과 졸업하면서 생활과학부에 도전한 박정수 학우

충남 서산의 한 시골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진로상담 교사를 자처하면서 아이들과 더 깊이 어울리고 있는 학우가 있다. 곧 농학과를 졸업하게 되는 박정수 학우다. 생물 과목을 싫어했던 그가 방송대 농학과에서 좋아하는 ‘식물’ 공부를 마치자마자 이번에는 생활과학부 가정복지상담학에 도전했다. 정년퇴직을 코앞에 둔 영어 교사이자 진로상담 교사가 농학을 공부한 것도 흥미로운데 다시 가정복지상담학을 선택했다니 조금 의아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7월 12일 그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를 찾아 사연을 들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학교 다닐 때 생물 과목을 정말 싫어했어요. 그런 제가 농학과 공부를 마쳤다니, 저 자신도 사실 의아하긴 합니다. 다시 생활과학부 가정복지상담학에 도전했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다문화 상담에도 관심이 있어서 지금 프라임칼리지 과목 과제물도 마무리 중입니다. 그런데 잘 안 풀리네요. (웃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는
더 넓은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담과 농학 전공을
바탕으로 숲속에 아름다운 공동체
놀이터를 만들어서 함께 소통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농학과에서 배운 지식을 숲해설에 쏟아
박정수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교육적으로 유익한 동아리를 찾다가 (사)한국숲사랑청소년단을 알게 됐다. 이후 학생들과 숲과 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숲에 관한 관심이 더 많아져서 산림교육전문가(숲해설가) 과정도 수료했다. 그래도 나무와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더 갖추고자 2022년 방송대 농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가 학교를 찾았을 때, 마중 나온 그는 교정 곳곳을 안내하면서 그가 직접 키운 꽃과 다양한 식물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베테랑 교사지만, 농학과 공부는 어려웠다. 온라인 강의를 충실히 들으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교과목은 두세 번 반복해서 강의를 듣고 요점을 정리하고, 암기하는 식으로 돌파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업무에 쫓기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에 집중적으로 공부했어요. 학점은 자랑할 만큼 잘 받은 건 아니지만, 나름 만족합니다. (웃음)”
자랑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는 ‘3학기 연속 성적우수장학생’ 타이틀을 유지했다. 그런 그에게도 사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아이들 진로상담에 쫓겨 첫 학기 방송대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과제물 작성과 제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는 학습에 집중할 시간이 좀 부족했어요. 수업과 관련한 다양한 서적을 읽어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방송대 적응도 잘 못하고, 과제물 작성도 남들처럼 어렵게 느껴졌어요. 힘들었죠. 아마 지역 학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농학과에서 배운 식물에 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어린 제자들과 활발하게 숲과 환경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산 가야산, 태안해안, 안면도자연휴양림, 천리포수목원, 신두리 사구 등에서 숲환경 캠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박정수 학우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은 서산태안학습관이 구심점이다. 그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사회기관에서 40회 이상의 강의(무료 강의 포함)를 이어가고 있다. 학습관이 있다는 것도 몰랐던 그가 학습관 학생회와 인연을 맺은 건 우연한 일에서 비롯됐다.

지역 학우들에게 ‘과제물 작성법’ 안내
“사실 지역 학생회를 중심으로 다른 학우님들도 많은 재능기부를 통해 방송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좋아서 몇 가지 재능기부를 한 것뿐인데, 부끄럽네요. 2022년 편입학하던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라 학우들이 실내 학생회 활동을 하기에는 많은 부담과 제한이 있었어요. 학습관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당시 학생회장 중심으로 몇몇 학우들이 연 만들기 활동을 제안하더군요. 연 만들기를 좋아했기에 쉽게 나설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학습관 학생회와도 인연이 시작됐어요.”
올해 3월 서산태안학습관 학생회는 그에게 새로운 ‘임무(?)’를 의뢰했다. 신·편입생을 위한 과제물 작성법 특강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학우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준비해서 특강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는 8월에도 다시 과제물 작성법 특강을 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평소 가르치는 일을 하기에 방송대에서 제작, 배포한 자료를 풀어서 정리하고, 제 개인적인 경험을 보충해서 전달하는 것뿐이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학우들이 ‘과제물 작성과 제출’을 어려워하더라고요. 저도 남들 앞에 서는 걸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사람인데, 과제물 작성법 특강을 또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됩니다.”
지난 6월 15일 충북 금산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3회 디지털워낭소리 MT에서는 「MBTI로 알아보는 나의 이해와 행복한 삶」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디지털워낭소리는 농학과의 전국구 대표 스터디다. 전국의 방송대 농학과 학우들을 대상으로 성격 유형 진단 특강을 한 것이다.
“MBTI는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니 상담과 소통의 도구가 필요해서 10여 년간 꾸준히 공부한 분야였죠. 그러던 중 몇몇 기관의 요청으로 특강을 하게 된 것이죠. 이곳저곳에서 꾸준히 초청해 주던데요. 그래서 가능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므로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요즘도 시행착오가 있긴 해요.”


전문성 높이기 위해 ‘가정복지상담’도전
박정수 학우는 내년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그의 계획은 산림치유와 전공인 심리상담을 활용해서 타인의 아픈 마음을 도와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숲속 놀이꾼’이 되는 것이다. 그런 그가 농학과를 마치고 곧장 ‘생활과학부 가정복지상담’을 공부한다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생활과학부 가정복지상담 전공이 있는지는 얼마 전에 알았어요. 농학을 공부하기 이전 전공이 상담인데, 지적 전문성을 더 높이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편입학 원서를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7월 29일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문자 통지를 받았다고 알려 주면서 “생활과학부 가정복지상담을 2년 만에 마치고 싶지는 않아요. 18학점씩 공부하기보다는 과목도 적게 선택해서 좀더 공부를 즐겨볼 생각입니다”라고 전해왔다.
영어 교사, 진로상담 교사, 숲해설가라는 다양한 영역을 가로지른 그는 요즘 지인들로부터 퇴직 후의 삶에 관해 질문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는 더 넓은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방송대에서 지적 탐구력을 넓혀가는 배움의 과정도 놀이터를 넓히기 위한 것이고요. 더 넓은 놀이터에서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어요. 상담과 농학 전공을 바탕으로 숲속에 아름다운 공동체 놀이터를 만들어서 함께 소통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지역에서 학교 교사로 살아온 그는 방송대가 앞으로도 평생교육 시대에 학습자의 지적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모범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습자들에게 지적 전문성을 채워주고,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이끌어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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