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Weekly 시네마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20대 후반의 여성 ‘계나’(고아성)의 도발적인 대사로 시작하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가 8월 28일 관객을 만난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던 영화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2023)로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특유의 장점을 가진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원작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느낌을 스크린에 그려냈다.

 

지독한 취업난을 겪고 들어간 직장과 결혼을 하자는 오랜 남자친구 ‘지명’(김우겸), 적금을 깨서 새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부모를 뒤로하고 계나는 한국을 떠난다. 한국이 ‘헬조선’이고, 뉴질랜드가 ‘파라다이스’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는 진정성을 띤다. 진정한 행복을 찾는 계나가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자신의 자존을 지켜나가는 삶에 대한 태도는 한국 사회의 청춘뿐 아니라 2024년을 살고 있는 세계 어딘가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라는 뭉클한 격려처럼 느껴진다.

 

마치 소설 속 계나가 현현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직장생활을 수년쯤 하면서 지쳐 버린 청춘’ 역할에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고아성 배우는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녹여내기 위해 소설 속 문장을 엽서에 적어 현장에 늘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고. 영화를 보면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비단 한국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계나의 처지에서 자신이 지나왔던 상황, 한계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이 싫어서」를 출항시킨 주역, 장건재 감독이 “이 영화의 모든 풍경”이라고 극찬한 고아성 배우를 삼청동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관객과 만나는 건 오랜만이시죠?
영화로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2020) 이후 4년 만이네요. 코로나19가 심했던 때라 그때는 인터뷰도 서면으로 할 정도였어요. 무대인사 할 생각에 너무 설렙니다.

 

「한국이 싫어서」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하기 전에 넘어지면서 꼬리뼈가 부러졌어요. 병원에 두 달 입원할 정도였죠. 「괴물」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 선배가 부산국제영화제 호스트여서 만남도 기대했는데,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요. 휠체어라도 타고 간다고 했는데, 앉을 수가 없으니…. 관객들을 목소리로라도 만나고 싶어서 잠깐 통화로 GV에 참여하긴 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청춘으로 완성된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제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첫 영화 「괴물」도 찍은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볼 수 있을 정도거든요. 촬영이 제게 너무 강렬하게 남았어서요. 「한국이 싫어서」도 힘들게 찍긴 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봤을 때 저의 한 시절, 관객에게 한 시절의 영화로 남길 바라고 있어요.

 

다독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대본 받기 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나요?
배우 친구랑 만나는 중에 시나리오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한국이 싫어서』라는 동명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고요. 마침 서점 근처에 있어서 책을 사러 갔죠. 그때가 막 영화 「헝거」가 극장에서 상영하던 중이었는데, 같이 있던 배우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넌 유관순인데 한국이 싫으면 어떡하냐”라고요.(웃음) 아, 내 인생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루 만에 원작을 다 읽고, 시나리오도 이튿날 다 읽었습니다. 인상적인 이틀이었어요.

 

장건재 감독이 고아성 배우에게 건넨 시나리오에 ‘35고’라고 적혀 있었다고요. 원작 소설과 차이가 느껴지던가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전작들처럼 꼭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놓치면 영영 후회할 것 같은? 시나리오는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지만, 날씨가 느껴졌습니다. 겨울과 여름, 한국과 뉴질랜드라는 대비가 교차적으로 일어나면서 그 감각, 온도, 습도가 너무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35고를 거치면서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을까 생각도 들었죠.

 

소설을 영화화 할 경우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속설도 있는데요. 부담은 없었나요?
저는 오히려 장점이 많았던 거 같아요. 시나리오는 늘 파헤치고 분석해야 하는 연구 대상이었거든요. 원작 소설이 오리지널 소스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필모그래피가 어마어마한데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과 어떤 차별성을 그리고 싶었나요?
계나는 제가 지금까지 맡아왔던 청춘의 결기랄까, 사회초년생이 갖는 열정이 어느 정도 꺼진, 직장생활을 7년 정도 한 20대 후반의 지친 여성상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전작들에서도 회사원 역할을 여러 번 했는데요.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역할들이었다면, 계나는 이미 그 과정을 지나버린, 그래서 지쳐버린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에 출근했을 때 후배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 무표정하게 “어, 안녕”이라고 답하는, 그런 지친 상태의 계나를 표현하는 게 우선이었죠.

 

아, 그리고 제가 작품을 마칠 때면 의미 있는 소품을 하나씩 챙기는데요. 「괴물」에서 영정사진을 선물로 받은 이후로부터요. 요즘은 회사원 역할을 많이 해서 사원증을 모으고 있습니다. 배우는 자신을 증명할 것이 없잖아요? 다양한 시대, 다양한 인물의 사원증을 보면서 이 모든 인물이 한 회사에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웃음)

 

영화 속 계나와 배우 고아성이 겹쳐 보인다는 반응이 많아요.
소설을 먼저 읽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소설 속 계나의 ‘애티튜드’들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어요. 소설을 읽으며 느낀 감정들이 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계나를 이타적이고 착한 사람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한국 사회의 피해자로 묘사되지 않게 보이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캐릭터를 구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계나 캐릭터 구축에 장건재 감독과 논의한 부분이 있나요?
첫 미팅부터 회의 때 그런 이야기들을 했어요. 계나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남자친구 ‘지명’(김우겸)과 국밥을 먹다가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요. “넌 도대체 한국이 싫은 이유가 뭐야?”라는 지명의 질문에 “나는 한국이 이러이러 해서 싫어”라고 계나가 답할 때 관객이 두 사람 모두에게 동의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관객도 어느 한 사람의 의견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 의견 모두가 팽팽하게 느껴졌으면 한다고요. 그렇게 에너지를 쌓아가려고 했습니다.

뉴질랜드의 계나는 또 다른 모습이더라고요. 어떤 디테일을 부여했나요?
계나에게 한국은 추운 곳이라 늘 웅크린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장갑도 남자친구가 사줬을 법한 오래 돼 보이는 걸로 준비했고요. 뉴질랜드에 가서 몇 년을 사니까 수년 사이의 변화가 느껴지게 해야 했어요. 의상도 현지에서 구해서 입었고요. 교포 메이크업이라고 하던데, 뉴질랜드에 생활하면 기본적으로 피부부터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실제 태닝도 했습니다.(웃음)

 

한국이 싫어서 뉴질랜드로 떠났던 계나는 다시 한국에 돌아옵니다. 헤어진 남자친구도 만나고요. 그런데 다시 떠나요. 원작과 다른 결말이죠. 도대체 계나는 왜 그러는 걸까요?(웃음)
다시 어디로 가는 건지 저도 너무 궁금했어요.(웃음) 감독님이 “계나는 제3의 나라로 가는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계나를 꼭 한국인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베트남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똑같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요. 그래서 어디로 가는지 더 명확하지 않죠. 소품으로 나온 책의 펭귄 ‘파블로’처럼 추위가 싫어서, 단순한 추위가 아니라 심리적인, 상황적인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떠나지 않았을까요?

 

아무도 가라고 등 떠밀지 않는데 스스로 또 떠나는 장면이라 의미가 더 깊은 것 같아요.
펭귄 파블로는 펭귄이면서도 추위를 싫어해요. 그래서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고요. 만약 누군가 데리고 갔다면, 헬기를 태워줬다면 따뜻한 남쪽 나라에 살면서도 언제 다시 누가 자신을 데려갈 거라는 생각에 두려워할 거 같아요. 스스로 헤쳐왔기에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계나 역시 뉴질랜드로 갈 때 주변에서 얼마나 수근거렸겠어요? 녹록지 않은 타지 생활이었음에도 고난을 통해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었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거겠죠.

일부 관객은 결국 한국에서 도망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도 맞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양립된 두 의견이 다 맞아요. 사실 시사회 마치고 스태프들과 뒤풀이를 갔는데 거의 토론장이었어요.(웃음)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의견들을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생경하면서도 좋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 계나는 어딘가에 정착하겠죠?
글쎄요. 진짜 사담인데, 방은진 감독님이 시사회 오셨어요. 계나가 20년 후에 방은진 감독님처럼 너무 자유분방하고 그런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웃음) 방 감독님이 영화를 보시곤 “내 잠들어있던 청춘을 깨워줘서 고맙다”라고 하셨어요.

 

계나의 친구 ‘엘리’가 “자신을 지키려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대사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고아성 배우에게도 스스로를 지키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에 생각한 게 있어요. 어렸을 때는 매일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이벤트가 끊이지 않아서 설레는 기분으로 살았다면, 30대가 넘어서부터는 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고, 어떤 걸 기피하고 싶은지 파악이 됐어요. 저를 위해서 조금씩 보상과 행복을 주면서 스스로를 챙기는 것이 어른의 본분이란 걸 알게 됐달까요?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때그때 원하는 걸 조금씩 하는 거요. 예를 들면, 제가 촬영 중에는 극장에 안 가요. 다른 영화를 못 봐요. 혹시 촬영에 영향을 줄까 봐요. 그런데 최근 촬영 중에 주변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감독 조나단 글레이저)가 그렇게 재밌다고들 하는 거예요. 결국 보러 갔어요. 너무너무 좋았어요! 극장에서 보는 의미가 짙은 영화더라고요. 아, ‘시네마’는 계속되겠구나 하는, 오히려 희망을 얻은 작품이었어요.

 

뭔가 일탈을 기대했는데….(웃음)
제게는 너무 일탈이었어요. 맞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나름 지켜온 규칙이었는데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그걸 깼어요.

 

계나가 “행복이라는 단어가 과대평가된 거 같다”라는 대사도 의미심장합니다.
원작에도 있는 내용이죠. 현장에서는 더 찍었는데 최종본에서는 빠져서 아쉽긴 합니다. 행복에 대해 계나가 두 개의 이론을 제시해요. 하나는 ‘자금성 행복’ 또 하나는 ‘현금성 행복’이에요. 자금성 행복은 지명이처럼 좋은 대학, 원하는 직장 등 성취할 때 자금처럼 조금씩 행복하다는 이론이고요. 반면 계나는 현금처럼 그때그때 쓰면서 오는 행복을 추구해요. 저도 현금성 행복에 좀 가까운 사람인 거 같아요. 조금씩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챙기는 것들요. 영광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고아성 배우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떤 아이디어를 봤을 때 행복한 거 같아요.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Cultures and Histories of Indigenous People in North America)」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요. 영어 제목을 보면 ‘Indian’이 아니라 ‘Indigenous People’이라고 돼 있어요. 영어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인디언’이란 단어 자체가 차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최근에는 ‘Indigenous’라는 단어를 쓴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직원이 했는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걸 발견할 때 행복해요. 음, 역시 좋은 대답은 아니었죠?(웃음) 익스트림 스포츠 좋아해요. 스카이다이빙도 하고요.

 

「한국이 싫어서」 촬영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외로웠어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같은 전작에는 늘 동료가 있었어요. 또 어떤 목표를 향해 나가는 영화들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에서 저는 외딴섬처럼 있었죠. 촬영장에서 자꾸만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게 힘들었습니다.

 

욕심내서 찍어 보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다면요?
아빠한테 “18평에 사시면 안 돼요?” 이거요. 너무 귀엽고, 잘 연기하고 싶었어요. 계나를 나타내는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을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떠나야겠다는.

 

독립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한 장건재 감독은 어떤 스타일이던가요?
콘티가 없는 현장은 굉장히 오랜만이었어요. 굉장히 자유분방한 영화에 걸맞은 현장이었던 거 같아요.

장건재 감독은 본인 스스로를 배우들에게 집요하게 질문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고아성 배우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던가요?
저한테는 별로 안 하셨어요.(웃음) 저는 매우 많은 씬에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흐름에 집중하는 게 최우선이었죠.

 

장건재 감독이 ‘고아성 대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웃기더라고요. 현장에서 그런 소리 들으면 어떤 기분이세요?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어요.(웃음) 성인 되고 사회생활 한 게 아닌데 이렇게 경력을 쳐주는 게 너무 이질적이긴 합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의젓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저는 주변에서 뭔가 매력을 느끼면, 그걸 연기로 구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많은 사람이 ‘아, 저런 사람 본 적 있어’라고 느껴지게 하는 부분을 연기로 꺼낼 때 의미가 있잖아요. 사람들에게 영감을 얻는 게 좋은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계속 영감을 얻고 있어요.

장건재 감독이 “고아성 배우의 모든 몸짓과 표정이 이 영화의 풍경”라고 말하더라고요. 어떠세요?
너무 부끄러운데요.(웃음) 근데 정말 노력을 많이 한 작품이긴 해요. 분량이 워낙 많기도 했고요, 계나의 흐름이 중요했으니, 매번 촬영에 신경 많이 썼고요. 개봉할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관객 앞에 선다는 건 늘 긴장되는 일 같습니다.

 

영화에서 계나도 지쳤고, 아역 배우 출신으로 곧 데뷔 30년 차를 맞이할 고아성 배우도 지쳤을 거 같아요. 어느 순간 막막하거나 그럴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준비할 때가 그랬어요. 시나리오를 받은 때가 2019년이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올스톱 됐거든요. 해외 촬영도 못 갔고요. 그때 희망을 품고 기다릴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이 좋은 시나리오였어요. ‘그래도 영화는 계속된다’라는 마음으로요.

도전하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요?
몇 년 전부터 인터뷰 때마다 “멜로를 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파반느」(감독 이종필)라는 독특한 멜로 작품을 촬영 중입니다. 뭔가 소원성취한 느낌이에요. 에무시네마에서 제작하는데요. ‘에무’가 르네상스 시대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래요. 에라스무스가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성은 신이 부여한 선물이다”라고 했대요. 그렇다면 배우가 하는 일은 이것을 잘 다듬어서 널리 알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맡았던 역할이나 했던 영화들이 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화두를 던지는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런 자유의지나 이성을 중요시 하는 데 매력을 느끼는 사람인 거 같아요. 계나처럼요.

 

정반대 연기를 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안하무인하고 부도덕한?(웃음)
그럴까요?(웃음)

 

「한국이 싫어서」가 외국 관객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거라 생각하세요?
한글 제목이 너무 충격적이었는데요. 영어 제목은 ‘Because I hate Korea’입니다. ‘Because’가 더 들어간 건데, 그 단어가 주는 힘이 영화를 더 궁금하게 할 거라고 생각해요. 한 외국인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It’s so you!”(되게 너답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제 한 시절을 담아낼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해요. 이것도 경력이 오래돼서 알 수 있는 거 같아요.(웃음) 20대 후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거라, 10년, 20년이 지나고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영화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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