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 안내

방송대출판문화원에서『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지식의날개, 436면, 23,000원)을 출간했다.〈KNOU위클리〉에서도 동시 연재 중인 내용이다. 서울의 주요 거리 이면을 짚어가면서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을 직시하고 트라우마의 극복을 강조하는 접근이 흥미롭다. 책의 출간에 맞춰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서울 탐방’도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책의 의미를 짚고, 서울 탐방에 나선 ‘성찰과전망’ 박배민 동문의 탐방 후기를 게재한다.


“처음 만나고 사랑을 맺은 /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 아름다운 서울에서 /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1969년 가수 패티김이 부른 「서울의 찬가」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래를 처음 발표했을 때 서울시청에서 매일 새벽마다 확성기로 틀어댔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아름다운 서울’의 거리에는 우리가 들춰내고 싶지 않은 ‘모던 서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바로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이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젊은 연구진들과 교수들이 ‘모던 서울’의 공간을 걸으며 그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아픈 기억을 17편의 이야기에 담았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식민지 수도 경성의 공간(화신상가-현 종로타워, 낙랑팔라-현 더플라자 호텔), 해방 정국 시기에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역사적인 장소들(백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서북학회회관 터, 몽양 여운형 선생의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본부 터), 일본 제국의 식민지 자본화를 고스란히 담은 용산·영등포 공업기지(현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경방 타임스퀘어), 중국 동포 타운의 변천사(가리봉연변거리, 대림동포타운, 자양동 양꼬치거리), 해방과 전쟁에 휩쓸린 성북의 예술가들 이야기(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 권진규 아틀리에, 박경리 가옥, 최만린미술관), 서울의 기념관과 박물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전쟁기념관, 민주화운동기념관) 등 ‘모던 서울’의 여러 단면을 품은 100여 곳을 함께 돌아본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을 마주하고 위로하면서 우리 안에 내재된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어떤 뜻일까?

 

5천 년의 한국사에서 식민, 분단, 이산으로 대표되는 근현대사는 역사적 트라우마로 우리에게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던 서울’을 걷는다는 것은 편안함과 유쾌함보다는 긴장감과 당혹감, 분노와 슬픔을 안겨 준다. 하지만 삶은 지속되며 생명은 강인한 법. 이 책은 한쪽에 묻어둔 아픈 상처의 기억을 불러와 우리가 그 기억을 ‘마주하고 애도하며 성찰적으로 극복’하여 치유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 출간에 맞춘 일반 시민들의 서울 탐방도 흥미롭다. 이동 경로를 고려해 종로-인사동-혜화동에 국한된 탐방이었지만, 이 책을 시민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책 출간과 관련, 흥미로운 행사가 하나 더 있다. 출판기념 라운드 테이블 모던 서울역사적 트라우마를 따라 걷는 서울920() 방송대 대학본부 열린관 1층 대강당에서 저녁 630분부터 2시간 정도 이어질 예정이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과 방송대출판문화원이 공동주최하고,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방송대출판문화원이 후원하는 행사다.

 

특히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는 책의 전체 내용을 기획한 박솔지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임연구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길전혁(파주 청암초), 박지훈(서울 보성여고), 이준석(서울 경문고), 하윤영(서울 월촌중) 교사가 토론자로 참여한다.

 
비평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인식적 지도 그리기(cognitive mapping)’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인식적 지도 그리기는 시대의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윤곽을 온전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은 우리가 아는 서울이 어떤 모습인지 반복해서 묻고, 인식의 지평을 확장할 것을 주문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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