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동시대 예술 산책

 ■ 동시대 예술 산책 연재 내용은 같은 이름의 교재 『동시대 예술 산책』에서 좀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교재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리의 기록·재생 기술이 발명되자 음악의 소리를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하며 이를 통조림 음악(canned music)이라 칭했다. 이후 공연은 살아있는 어떤 것(live)으로 재정의됐다. 많은 학자와 비평가들이 공연과 음반에 관한 열띤 논쟁을 이어갔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 둘은 같은 대상을 전달하는 매체인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완전히 다른 예술형식인지 등 다양한 논쟁이 벌어졌다. 음반의 발명은 사람들이 음악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 청취 방법뿐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할 때 비브라토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녹음할 때는 마이크 상황에 맞춰 악기를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까지, 다층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변화한 대상은 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음악적 관습이었다. 이렇게 매체가 발전하며 크고 작은 관점의 변화가 만들어진 가운데, ‘공연’의 형태는 계속 그대로였을까? 동시대의 새로운 경향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런 ‘공연예술로서의 음악’은 오랜 시간 형성된 매체의 발전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음악가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음악적인 무대를 새롭게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다채로운 무대를 꾸리는 공연들은 더 이상 ‘콘서트홀’에서 열리지 않는다.  서서히 변화한 음악 공연의 형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물리적 접촉을 기피하게 되자 대부분의 음악 공연이 중단되고 말았다. 물론 음반과 영상 매체가 있어 모든 음악 활동이 멈춘 것은 아니었지만 불특정 다수와 대면해야 하는 공연은 현실적으로 개최하기 어려워졌다. 갑자기 많은 조건이 제한됐던 시기, 음악가들은 자신의 활동을 어떻게 전달하고 관객 또한 음악을 어떻게 경험해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됐다. ‘왜 이 공연을 해야 하는가?’ 혹은 ‘공연이 대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가장 실질적이고도 깊은 차원에서 다뤄졌다.하지만 그 시간은 음악가들이 ‘새로운’ 공연 형태를 만드는 실험의 시간이 됐다. 프랑스 파리의 재즈 클럽 라 가흐(La Gare)에서는 1:1 대면 공연을 개최해 관객이 음악가와 마주 앉아 그들의 연주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이라는 야심 찬 이름을 내세운 공연을 개최했다. 24시간 동안 12회 공연을 진행했던 이 공연의 무대는 로비와 극장 내부, 백스테이지, 야외까지 네 개로 나뉘었고,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이 공연에서 관객은 보고 들을 것을 온라인 투표로 함께 결정해 나갔다.서울시립교향악단은 360°로 볼 수 있는 ‘VR오케스트라’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무대 위, 혹은 지휘자를 마주 본 자리에서 시작되는 이 콘텐츠에서 관객들은 무대 위를 두루 살펴보며 보고 싶은 연주자를 찾아갈 수 있다. 나아가 음악가 최영은 온라인에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무대와 대형 콘서트홀 양식의 객석을 보유한 3D 공연장을 지어 다섯 음악가가 만든 「쿼런틴 에튀드(Quarantine EEtudes)」(2020)를 초연했다. 이곳에서 관객은 WASD 방향키를 이용해 극장 내부를 탐색하고, 스페이스 바로 점프하며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을 찾아다녔다. 음악은 제4의 벽 너머 무대가 아니라 객석 곳곳에 있었다. 예술의 가치와 의미, 존재 방식, 예술의 미래 등 팬데믹은 예술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 논의하게 했다. 이 수많은 사안 중에서도 음악 분야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가져온 쟁점은 ‘공연’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대면/비대면, 동시성/비동시성, 반복 가능/불가능, 개인 경험/집단 경험 등 공연을 이루던 기준들은 점점 세분화됐다. 동시에, 폭발적으로 확장된 온라인 공연 세계는 수많은 인접 분야와 더욱 유연하게 교류했다. 연주회도 음악극도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규제가 풀린 후, 많은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동시에, 새로운 흐름처럼 보이는 공연들도 있었다. 바로 공연예술 분야의 다양한 언어를 끌어들여 총체적인 공연예술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기악 중심의 음악 공연이었다. 음악가의 ‘연주’가 중심인 공연인데도 공연예술의 관점이 들어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연주를 중심으로 해온 음악가들은 연출과 드라마터그, 작가 등 새로운 협업자들을 필요로 하게 됐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서사도 없고, 명확한 극의 형태를 취하는 것도 아

2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