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음식과 권력

“Suffering arises from trying to control what is uncontrollable, or from neglecting what is within our power(세상살이 고달픈 건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걸 어쩌려고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소홀히 하는 데서 비롯된다).”-에픽테토스(55~135년경.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대표적 철학자)조선 왕조 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초대 황제인 고종은 삼복더위 같은 열탕의 삶과 예고 없이 몰아치는 북풍한설 혹한의 삶을 견뎌야 했던 고난의 군주였다. 권세는 주어졌으나 그의 칼은 아무런 쓸모없이 무딘 것이었다. 얼굴 내놓고 울 수도 없는 그는 상감마마도 황제 폐하도 아니었길 바랐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일생은 범부의 삶만 못했다.날 더운데 뜨거운 음식을 먹는 민족은 우리 한국인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외치며, 삼복(三伏)더위를 이긴다면서 펄펄 끓는 뽀얀 국물 일품인 백숙(白熟)이라는 이름의 삼계탕을 비롯한 각종 보양탕으로 몸을 보하는 민족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황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냉면을 찾았다. 덕혜옹주의 유모였던 창덕궁 상궁 나인 김명길의 수기를 모아 낸 책『낙선재 주변』을 보면, 고종은 맵거나 짠 음식을 잘 먹지 못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나는 냉면을 좋아했다. 그래서 수시로 덕수궁 대한문 밖의 국숫집에서 배달해 편육과 배, 잣을 얹어 먹었다고 한다. 복날과 복달임에 깃든 선조들의 경험복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 음서(飮暑: 더위를 먹는다) 또는 복서(伏暑: 더위에 널브러진다)를 피하는 것을 ‘복달임’이라고 하는데 세상 어떤 풍습이고 그냥 생긴 것은 없다. 사회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해 사람이 따라야 할 것으로는 국가 차원의 율령(律令), 왕령, 포고령, 훈령, 시행령, 금지령 등이 있고, 준칙(準則) 성격을 지닌 민간 차원의 시령(時令) 즉 절기 등이 있다. 후자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인지의 발전 양상을 보여준다.한자 ‘伏’은 “개가 사람을 따라다닌다”라는 뜻의 말이다. “개 같이 배를 땅에 깔고 엎드리다”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보기도 한다. 삼복더위라 할 때의 삼복은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킨다. 초복은 하지 후 찾아오는 세 번째, 중복은 네 번째 경일(庚日)이다. 말복(末伏)은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난 뒤 첫 번째 경(庚)의 날이다. 6월의 무더위에는 입추의 금(金)의 기운도 맥을 못 쓰고 복장(伏藏), 즉 납작 엎드려 숨는다는 오랜 기간 누적된 더위 경험치에서 비롯된 절기 이름이다. 서양에는 이런 시령 문화가 없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배고픔을 덜기 위해 밥을 먹는다. 음식은 생존의 필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다 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과 그 삶은 차별적이다. 자본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차별적 요인이다. 1일 3식은 같다 해도 먹는 음식의 내용은 계층에 따라 사뭇 다르다.미슐랭 가이드가 추천하는 수준 정도의 고급 음식에서부터 소탈한 서민의 밥상에 오르는 거친 음식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실로 무한하다. 도시 변두리 새벽 골목길, 중국 돈 2~3위안이면 적당히 가난한 사람들을 배 불릴 밥집도 있다. 인도에는 도시락을 배달하는 ‘다바왈라’라는 이름의 직업군이 있다. 누군가는 쌀밥에 고기를 먹고, 다른 누군가는 시래기죽을 먹고 사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다.이런 오랜 경제적 불평등의 상황에서 절대 군주, 종교 수장, 군 우두머리는 자신의 권세를 자손에게 물려주기까지 한다. 사람이라는 각종 욕망의 집합체는 한 번 맛 들인 권력이라는 아편에서 자유롭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풍운의 나날을 견뎌야 했던 황제그러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권좌에 오른 군주의 경우, 그를 야욕으로 가득 찬 인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에게 왕좌는 천형이었다. 실질적인 권세가는 그의 아버지 흥선군 이하응을 비롯한 주변인들이었다. 그럼에도 역사는 그를 평가하기를 조선의 마지막 왕(26대)이자 대한제국 초대 황제로 조선을 망하게 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계급사회에서 개인의 이름은 함부로 짓거나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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