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8회 방송대문학상

제48회 방송대문학상 당선작과 가작이 결정됐다. 응모작이 많은 시와 단편소설, 에세이 부문은 예심을 거쳐 본심을, 응모작이 적었던 단편동화와 희곡/시나리오 부문은 곧바로 본심을 진행했다.
예심에 참가한 심사위원은 시인 안미옥(시 부문), 소설가 서성란(단편소설 부문), 최익현 문화평론가(에세이 부문)이고, 본심에 참가한 심사위원은 시인 이영주(시 부문,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외부교수), 소설가 방현희(단편소설 부문, 동문), 진보성 방송대 교수(에세이 부문), 동화작가 박혜선(단편동화 부문), 극작가 최치언(희곡/시나리오 부문)이다.
9월 5일 방송대출판문화원 회의실에서 예심을 진행해 본심에 넘길 작품(시 부문 7편, 단편소설 부문 5편, 에세이 부문 7편)을 선정했다. △주제의식 △창조성 △실험성 △표현력 △구성력(각 20점, 100점 만점)을 심사 기준으로 삼아 응모작들을 살폈다. 이후 본심은 동일한 심사 기준 하에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비대면 개별 심사로 진행했다. 지난해보다 편수가 줄어든 제48회 방송대문학상 응모작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전체적인 평은 어떨까?
최익현 선임기자

글쓰기의 기본기 가린 예심
시   전체적으로 일상을 소재로 한 시들이 많았는데, 아직 시적으로 형상화가 덜 된 작품들이 꽤 있었다. 시는 결국 내가 구체적으로 만난 대상이나 장면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해 쓰는 작업이다. 일상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든, 시적 상상력을 발휘한 독특한 화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든, 결국엔 쓰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만나 새롭게 감각하게 된 것을 시의 문장으로 남기는 것이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생각할 법한 사유나 관념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감각한 것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한다면 자기만의 시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화자가 감각하는 세계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소재로 써보기를 바란다.
-안미옥 시인  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온』,『힌트 없음』,『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가 있다. 김준성 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단편소설 

총 42편의 응모작 중 수필처럼 읽히는 작품이 많았다. 고향집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 힘겨웠던 젊은 날의 기록 등 소재와 주제가 비슷했고 소설의 언어와 문체, 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본인의 경험은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과거를 회상하면서 감상에 젖는 글은 일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장과 문체, 구성 등을 기성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공부하고 소재와 주제에 관해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설 쓰기에서 퇴고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퇴고 과정을 통해 어색한 문장과 비문을 최소화해야 한다.
-서성란 소설가  1996년 중편소설「할머니의 평화」로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창작집『방에 관한 기억』,『파프리카』, 장편소설『풍년식당 레시피』,『쓰엉』 등을 냈다.

에세이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신변잡기를 넘어서 삶과 인생을 성찰하고 자신과 깊이 대화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의 지평으로 가닿는 에세이(essay)다. 응모작 대부분이 생활 주변에서 글감을 가져와 거기에 시간적 의미를 덧입히는 데 멈췄다. 요컨대 나의 삶에서 시간의 의미를 뫼비우스의 띠처럼 비튼 것이 아니라, 직선적 흐름의 시간표로만 고정시켜 구성 자체가 극적인 긴장을 놓칠 수밖에 없는 글쓰기가 대부분이었다. 

-최익현 문화평론가(위클리 선임기자)

새로운 가능성과 목소리를 찾아낸 본심
시  

가끔 남의 호흡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익숙한 것이 때로는 자신의 생각 같기도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기존의 방식에 머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시의 언어를 안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시를 쓰는 사람들의 숙명이자 시를 쓰는 일의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흩날리는 박수」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안정적인 시의 감수성을 드러내면서도 시인만의 감각을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표현한 것이 눈에 띄었다. 삶의 과정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른 이들까지 끌어안는 힘을 가진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영주 시인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돼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여름만 있는 계절에 네가 왔다』,『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차가운 사탕들』 등이 있다.

단편소설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의 작품성과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소설은 현실성이 바탕이 되어 작가의 문제의식의 방향에 따라 내용이 구축됐을 때 가장 탄탄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기회였다. 다섯 편 모두 차분하게 각 인물이 처한 상황을 장면으로 구성하면서 치밀하게 주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작품은 「부작위 인간」과 「형벌」이었다. 우리 사회는 고독을 선택할 권리도 외로움에서 벗어날 방법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라는 생각에 「부작위 인간」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방현희 소설가·동문  2001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제1회 문학/판 장편소설상을 받았으며, 다수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에세이 

좋은 에세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주요 기준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현재의 시점에서 내 이야기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내느냐의 여부다. 본심작들을 읽으면서 문장 표현에 많은 공을 들인 저자들의 고민과 손품을 느꼈다. 다만 표현에 치우쳐 주제의식이나 글의 전체 구성에서 아쉬운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점에서 「시간의 수(繡)와 향(香)」이 눈길을 끌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놓았던 수를 떠올리며, 스쳐 보낸 과거를 현실로 소환하는 구성의 이음새가 세련되게 맞물려 있다. 제목과 주제가 글의 전체적인 구성에 잘 살아 있어 당선작으로 골랐다.
-진보성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과)

단편동화 

동화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라, 그것만큼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다음은 쓰면서 열 번, 스무 번 스스로에게 묻기 바란다. ‘내 이야기에 다른 누군가도 나처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그럴 것이다, 라는 대답을 할 수 있을 만큼 고치고 고쳐야 한다. 응모작들을 읽으며 이런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다. 동화라고 하면 으레 어린이가 등장하거나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교훈적인 이야기여야 한다는 강박이 새로운 발상과 자유로운 시선을 가로막은 것 같다.
-박혜선 동화작가  1992년 새벗문학상에 동시「감자꽃」, 2003년엔 푸른문학상에 단편동화「그림자가 사는 집」이 당선돼 등단했다. 다수의 동시집과 동화집을 냈으며,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희곡/시나리오 

희곡(극 일반)의 대사는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상징적으로 써야 한다. 특히 단막 희곡은 대사로 쓴 시와 같아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작품들이 통제되지 못한 대사들로 희곡 ‘대사’ 본래의 목적성을 잃고 지리멸렬하게 설명적인 ‘말’이 되고 있다. 또한 희곡은 공간을 전제하고 있으며 그 공간은 물리적으로 제한된 공간인 무대다. 물리적으로 제한된 공간 속에서 세계를 담아내는 사유의 확장은 공간 활용에 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응모작 대부분이 정제된 희곡 대사와 무대 공간 활용에 대한 상상력에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 기성 극작가들도 예비 극작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위로 삼아 초심자의 각오로 건필하기를 바란다. 
-최치언 극작가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2003년 우진창작상 장막희곡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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