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전문가 가이드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동문(행정)
노년기의 여유로움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삶의 한 과정이다. 나이 들었지만 젊게 살면서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다. 열심히 일한 당신, 놀고 쉴 자격이 있다. 충분히 즐기며 살아야 한다. 오늘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라고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만이 최선일까?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과 존중의 원천이 되는 일이 없어지면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놀고 쉬는 것만으로 인생을 살 수 없다. 오히려 한 번 사는 인생이니 의미 있게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은퇴 후의 일은 반드시 직업으로 하는 일일 필요는 없다. 자기 마음을 채우고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좋다. 은퇴 직후 여유롭게 쉬는 얼마간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일을 병행해야 한다. 놀고 쉬고 일하고… 삼박자를 갖추는 게 좋다.
 
오늘날 60세의 남은 생은 30~40년이나 된다. 과거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신생아와 평균 여생이 비슷하다. 결코 짧지 않은 이 기간을 어찌 사는 것 같지 않게 살려고 하는가?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촘촘히 짜인 죽음의 그물코를 통과해 노년에 이른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 노년은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의 운명이 아니라 인류 대다수의 미래다. 인류에게 주어진 보편적 만년(晩年)은 더 이상 쓸모없는 자투리 인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년에 관한 생각은 과거에 묶여있다. 지난 시절의 노년에 관한 관념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런 고루한 생각은 던져버려라. 인생의 길이가 바뀌면 가치관이나 정신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왜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빨리 바꿀 수 없을까? 자기 마음대로 인생의 커서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살아도 될 충분히 긴 시간인데 말이다.‘노년=추함=쓸모없음’이라는 등식의 고정 관념을 던져버려라. 은퇴 후 30~40년의 인생은 결코 짧은 생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자. 늦가을에 새봄을 꿈꾸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는가. 영원히 늙지 않는 것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위대한 정신, 자유롭고 창의적인 의식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어떠한 것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자. 생의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사랑하자.
 
그렇지만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수명 연장이 늘려준 것은 ‘젊음’이 아니라 ‘노년’이다. 오래 사는 만큼 병도 오래 앓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너덜너덜해진 삶을 30~40년 더 살게 된다. 보람된 수확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지난(至難)한 고갈과 마모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인간을 리모델링하고 증강하려는 트랜스 휴머니즘의 약속들은 아직까지는 듣기 좋은 소리에 불과하다.
 
인생은 죽죽 늘어져 끝나지 않을 것 같다가 어느 날 꿈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새롭게 주어진 30~40년의 세월! 강산이 몇 번 바뀔 만큼의 긴 세월이지만, 지나고 보면 기차처럼 홱 지나가버린 순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빅토르 위고가 말했듯이 “인간에게 가장 무거운 짐은 정말로 사는 것 같지도 않은데 사는 것”이다. 우리는 추가로 주어진 날들을 의미 있는 수확으로 채워야 한다. 
 
만년(晩年)은 평온해야겠지만 체념하고 살 필요는 없다. 이제 은퇴기는 재건의 대상이다. 끝없는 겨울잠 속에서 쇠락해가는 슬픔을 즐기기보다 여름날의 질풍노도 속에서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삶을 사는 게 좋지 않겠는가? 인간은 문명을 건설하는 존재다. 문명을 건설하는 활동이 문화다. 장수 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자. 노년을 노쇠하고 병약한 존재로 인식하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활동적이고 건강한 ‘신노년’ 문화를 만들고 확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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