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본교 교수·유아교육과
‘오늘 뭐 배웠어?’보다
‘뭐하고 놀았어?’라 물어야
TV 뉴스에서 누리과정을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던 장면이 언뜻 뇌리를 스친다. 그때까지만 해도 누리과정이 무엇인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했는데, 이 용어가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는 노이즈 마케팅의 계기가 되었다. 당시 쟁점은 표준보육과정(보건복지부)과 유치원 교육과정(교육부)을 ‘누리과정’으로 일원화하면서 예산 담당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불거졌다.
2011년 만 5세 누리과정 고시에서 시작하여 2013년 만 3-5세 누리과정을 전면적으로 시행한 것은 남북통일보다도 어렵다는 ‘유보 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의 줄임말)의 첫 획을 그은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행정부서도 이원화되어 있고, 교사 양성과정도 다르며 예비교사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학문적 뿌리도 상이하지만 유아교육과 보육에 있어 관련 학계 전문가들과 행정부서, 현장 교사들의 치열한 공방 끝에 이루어낸 성과였다.
그 과정의 치열함을 드러내듯 처음 고시된 누리과정에는 추구하는 인간상이 빠져 있었는데, 이것은 누리과정의 성격을 공통 교육과정이라고도, 공통보육과정이라고도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추구하는 인간상도 규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2013 누리과정은 그리하여 이름에서부터 매우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2013 만 3-5세 누리과정은 최초로 보육과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현장에 최소한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공통과정을 제공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기는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유아교육현장에 경직성과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되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이전의 누리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고려하여 유아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방향성에서 출발하였다. 먼저 누리과정의 성격을 ‘국가수준 공통교육과정’으로 명시화하였고 이에 따라 이전 누리과정에 없었던, 추구하는 인간상이 제시되었다. 핵심 내용은 놀이·유아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유아교육의 본질인 놀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개별 유아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자유로운 놀이가 다양한 현장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구현돼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하위징아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에게 놀이는 근원적인 삶의 충동임을 시사하고 있듯이 놀이는 유아들의 본능이자 학습경험이며, 정서의 표현으로 유아들의 삶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유아교육 현장은 어느새 교사 주도의 구조화된 놀이 하에서 놀이 아닌 놀이 같은 활동들로 가득 찬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놀이의 가장 큰 특성인 자발성과 즐거움이 있는 놀이가 유치원 하루 일과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반성해 볼 때이다.
혹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녀온 자녀에게 “오늘 뭐 배웠어?”를 묻는 누군가가 있다면, 멋진 만들기를 가져오는 옆집 아이와 달리 빈 손으로 오는 아이에게 “넌 오늘도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한 거야?”라고 묻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부터는 “오늘 뭐하고 놀았어?”라고 묻기를 기대한다. 재미있게 놀고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성인이 제시한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 아이일 테니까 말이다.
‘뭐하고 놀았어?’라 물어야
TV 뉴스에서 누리과정을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던 장면이 언뜻 뇌리를 스친다. 그때까지만 해도 누리과정이 무엇인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했는데, 이 용어가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는 노이즈 마케팅의 계기가 되었다. 당시 쟁점은 표준보육과정(보건복지부)과 유치원 교육과정(교육부)을 ‘누리과정’으로 일원화하면서 예산 담당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불거졌다.
2011년 만 5세 누리과정 고시에서 시작하여 2013년 만 3-5세 누리과정을 전면적으로 시행한 것은 남북통일보다도 어렵다는 ‘유보 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의 줄임말)의 첫 획을 그은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행정부서도 이원화되어 있고, 교사 양성과정도 다르며 예비교사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학문적 뿌리도 상이하지만 유아교육과 보육에 있어 관련 학계 전문가들과 행정부서, 현장 교사들의 치열한 공방 끝에 이루어낸 성과였다.
그 과정의 치열함을 드러내듯 처음 고시된 누리과정에는 추구하는 인간상이 빠져 있었는데, 이것은 누리과정의 성격을 공통 교육과정이라고도, 공통보육과정이라고도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추구하는 인간상도 규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2013 누리과정은 그리하여 이름에서부터 매우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2013 만 3-5세 누리과정은 최초로 보육과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현장에 최소한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공통과정을 제공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기는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유아교육현장에 경직성과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되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이전의 누리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고려하여 유아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방향성에서 출발하였다. 먼저 누리과정의 성격을 ‘국가수준 공통교육과정’으로 명시화하였고 이에 따라 이전 누리과정에 없었던, 추구하는 인간상이 제시되었다. 핵심 내용은 놀이·유아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유아교육의 본질인 놀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개별 유아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자유로운 놀이가 다양한 현장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구현돼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하위징아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에게 놀이는 근원적인 삶의 충동임을 시사하고 있듯이 놀이는 유아들의 본능이자 학습경험이며, 정서의 표현으로 유아들의 삶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유아교육 현장은 어느새 교사 주도의 구조화된 놀이 하에서 놀이 아닌 놀이 같은 활동들로 가득 찬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놀이의 가장 큰 특성인 자발성과 즐거움이 있는 놀이가 유치원 하루 일과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반성해 볼 때이다.
혹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녀온 자녀에게 “오늘 뭐 배웠어?”를 묻는 누군가가 있다면, 멋진 만들기를 가져오는 옆집 아이와 달리 빈 손으로 오는 아이에게 “넌 오늘도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한 거야?”라고 묻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부터는 “오늘 뭐하고 놀았어?”라고 묻기를 기대한다. 재미있게 놀고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성인이 제시한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 아이일 테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