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서울 대학로 방송대에서 열린 2024 선배시민학회 학술대회에 70여 명의 회원 및 관련 연구자들이 참석하여 선배시민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선배시민조례가 왜 필요한지 성찰
새로운 노인상을 추구하는
선배시민 운동의 성패는 철학과
이 철학을 아는 시민력에 달려
선배시민학회(회장 유범상 방송대 교수)가 지난 11월 21일 방송대 대학본부 열린관 강당에서 회원 및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배시민조례, 그 이후’라는 주제로 2024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는 전용호 교수(인천대), 김미숙 도의원(경기도 의회), 신명희 관장(성남시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이 나섰고,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태수 교수(인하대,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유범상 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빵은 시민의 권리로 얻어야 하고, 장미는 공동체의 일에 참여함으로써 획득해야 한다”면서, 이제 “노인은 시민으로서 권리를 알고 이 권리를 관철하기 위해 시민력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 학회는 그동안 이론과 광장을 만들어 왔다. 오늘은 한국의 시민권과 노년의 인간다운 삶을 향해 급한 걸음을 재촉해온 우리들이 잠시 멈춰 서서 성찰하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대항담론으로 자리매김한 선배시민담론
첫 발제자로 나선 전용호 교수는 발표문 「노인의 사회참여와 한국 사회의 변화: 선배시민을 중심으로」에서 한국 노인들의 여가와 사회참여 현실을 소개하고, 선배시민 담론이 현재 노인담론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4.5%로 가장 높다”면서,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경제활동들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4.9%에 불과해 한국 노인들은 스스로 일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노동’의 상태에 놓여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노인이 되면 여가시간이 증가하면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건강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원봉사활동은 2.5%, 정치단체 활동은 1.3%에 불과하고 대부분 친목단체나 동호회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선배시민 담론은 ‘활동적·성공적 노화론’과 ‘고령화 위기론’을 대체할 수 있는 대항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베이비부머 세대를 비롯한 노인세대의 증가에 대응해서 한국의 정치와 노인의 삶, 사회복지의 현장 등에 긍정적인 의미 있는 변화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령사회, 선배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발표한 두 번째 발제자 김미숙 의원은 “경기도 선배시민 지원 조례는 고령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서 선배시민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들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라고 말하면서, “선배시민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례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각 지자체의 내년 예산에 선배시민 지원 조례 시행에 필요한 예산이 편성돼야 하는데, 유권자인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자체 의회 의원들을 설득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귀뜸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신명희 관장은 「사회복지실천의 확장, 선배시민」을 통해 “노인복지 현장에서는 조례 제정의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 노인복지관은 케어센터가 아니라 커뮤니티센터다. 노인에 대한 관점이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의 주체로 바뀌면서 노인을 시민이라 부르고, 실천 공간이 복지관에서 마을이나 지역사회로 확장됐으며, 사업 내용이 서비스 제공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서비스 전달자에서 교육가나 조직가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유범상 학회장(사진 위). 지정 토론없이 자유롭게 진행된 종합토론(사진 아래).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태수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지정토론자 없이 자유롭게 진행됐다. 플로어에서는 공군자 선배시민협회 부회장 등 총 여섯 명이 질문과 소감을 개진했다. 선배시민 담론의 확장성과 실천방안, 각 지자체의 선배시민 지원 조례 제정이 선배시민 운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정치적 실적주의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 지원 조례가 실현되기 위한 예산 확보 방안 등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이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사회운동이 공공 영역으로 들어가 예산지원을 받게 되면 반대급부를 치러야 한다. 사업화되면서 감시와 통제를 당하고 의존적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라고 우려하면서, “선배시민 조례가 꼭 필요한 것인지, 어떤 조례가 필요한 건지, 그걸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 운동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폐회사에서 유범상 학회장은 “이태수 교수의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새로운 노인상을 추구하는 선배시민 운동의 성패는 철학과 이 철학을 아는 시민력에 달려 있는데, 시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배시민 운동에서 ‘철학은 엄격하게 실천은 유연하게’라는 태도가 중요하다. 선배시민학회가 철학을 보다 더 견고하게 세우고 선배시민협회가 튼튼하게 조직된다면, 조례 제정은 한국의 노년의 삶을 안전하게 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