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강성남의 그노시스

노벨상 중에서 세상을 격변시키는 데 영향을 끼치는 건 과학상이다. 특히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생리의학상은 인류 문명의 변곡점을 형성할 것이다. 인공 신경망으로 기계 학습을 가능하게 한 기본적 발견과 발명자들에게 물리학상이, 인공지능(AI)을 통해 ‘단백질 계산 설계’와 ‘단백질 구조 예측’에 공헌한 이들에게 화학상이 수여됐다. 게다가 단백질 제조 과정을 통제하는 마이크로 리보핵산(miRNA) 연구자에 수여된 생리의학상은 인류에게 질병에서 해방될 거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합소라’, ‘라벤더’란 이름의 인공지능 무기로 공격했다. 합소라()는 히브리어로 ‘복음’이란 말이다. 찾기 어려운 표적을 찾아 귀한 소식처럼 알려줘서 붙인 이름이다. ‘라벤더(Lavender)’는 특정 목표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특유의 향과 냄새까지 추적해 낸다는 의미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란을 방문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숙소에 들어가는 순간 폭발물이 터지면서 사망했다. 하니예의 얼굴을 식별해서 조준, 발사되는 첨단 AI 장비의 공격 때문이었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듯이 AI도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멀티모달(multi-modal)’이라고 부른다. 즉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정보와 데이터를 파악한다는 의미다. 합소라와 라벤더는 바로 이러한 멀티모달 기술이 적용된 무기다. 이제 전쟁의 종결자는 AI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인명 살상에서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나게 하는 데도 AI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인류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과학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제기된 우려와 걱정을 ‘합소라’로 승화시키는 역량으로
지금의 문명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희망의 미래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에게 노벨 화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AlphaFold)’가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라는 오랜 비밀을 푸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다. 알파폴드를 이용해 결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3의 단백질을 찾아낸 것이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은 생명의 출발을 의미하지만, 여전히 이 중요한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몰랐다.


노래방에 갔던 게 수십 년 지났다. 필자의 18번은 소월 작시, 서영은 작곡의 「부모」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 이 이야기 듣는가 /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가사도 좋지만, 음향의 형태가 좋아서 18번으로 삼았다. 작곡자인 서영은 씨는 코미디언 서영춘의 친형으로「고향 무정」과「뜨거운 안녕」 등을 작곡했다.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왔는지’를 ‘부모가 된 지’ 한참 지나서 알게 된 요즘,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는 과학에 관심이 크다.


알파폴드가 아니었으면 정자와 난자, 두 세포가 어떻게 서로 달라붙고 융합되면서 유전 물질을 공유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자와 난자라는 두 세포가 만나 합쳐지기만 하면 수정된다는 중학교 3학년 과학 교과서의 ‘생식과 유전’에 대한 설명을 해체했다. 수정 과정에서 정자가 열쇠, 난자가 자물쇠처럼 작동한다. 제3의 단백질은 정자와 난자가 서로 인식하는 메커니즘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두 세포가 서로를 찾고 만날 수 있는 ‘길’을 밝힌 셈이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 자연과 인간을 넘어서면서 ‘오펜하이머의 순간(Oppenheimer Moment)’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건 핵무기 못지않게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재앙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순간이 도래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말이다. 2029년을 상정한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지능형 컴퓨터 시스템이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파괴해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할 거라는 가상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이다.


또한 유발 하라리는『넥서스』(2024)에서 AI가 인간의 통제와 이해를 벗어나 사회, 문화, 역사를 주도하는 강력한 구성원이 된다고 전망했다. 즉 AI가 인류의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라는 것이다. 축음기는 음악을 재생했지만 교향곡을 작곡하진 않았고, 현미경도 세포의 비밀을 보여줬지만 신약을 합성할 순 없었다. 그러나 AI는 이미 스스로 예술을 창조하고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수십 년 내에 AI는 유전 코드를 작성해 새로운 생명 형태를 창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인공지능은 곧 인간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하지만 인류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과학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제기된 우려와 걱정을 ‘합소라’로 승화시키는 역량으로 지금의 문명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희망의 미래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방송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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