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국총동문회 2024년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가 호텔 리베라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 12월의 한강 바람이 문득 2007년도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던 시절의 기억을 깨워 흐르게 했다.
직장 일을 하면서도 늘 배움의 갈증에 허덕였다. 지(知)에 대한 갈증은 삶의 숙제였다. 그러나 여건이 맞지 않아 미적미적 미루며 ‘이 나이에 배운다는 게 늦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도 했지만, 어디선가 읽었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 할 때’라는 글이 나를 깨웠다.
중년의 나이가 돼 방송대에 입학했다. 늦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건 어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정상적 나이에 일반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삶에 내재한 적성을 늦게라도 꺼내어 삶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방송대 입학’은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하기에 충분했다.
세대의 폭이 넓은 평생교육의 전당에서 만난 학우들과의 교류는 마치 인생의 백과사전을 펼쳐보는 것과도 같았다. 다양한 학우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서사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 서사는 젊은이들에게는 미리 살아보는 듯한 체험이었을 것이며, 중년들에게는 본인들의 젊은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경청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왜 좀 일찍 입학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으려고 동아리 활동,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교수님들의 정성과 학우들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동료 학우들이 손잡고 끌어주는 우정의 힘으로 졸업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그 시절 힘이 되어 준 동료 학우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방송대는 나에게 ‘내 인생을 바꾼 대학교’라는 나름의 성취감으로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 자부심은 ‘방송대문학회’를 꽃피우게 했다. 방송대문학회는 각 문예지에 등단해 활동하고 있는, 방송대에 입학한 등단작가들의 모임이다. 시·수필·소설 등을 발표하며 문집 〈등나무 풍경〉을 발간했다. 문학을 꿈꾸는 학우들에게 글 쓰는 동기부여를 줘서 등단의 용기를 북돋기도 했다.
방송대문학회 회원 작가들도 편입학한 후배들에게〈등나무 풍경〉을 나눠주며 편입학을 축하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충분히 졸업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 그러다 보니 필자도 배움의 갈증이 더 있었는지 ‘환경보건학과(지금의 보건환경학과)’에 편입학해 졸업의 환희를 또 맛보기도 했다.
평생교육이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교육의 장이 된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라면, 배움에 끝이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내 인생을 바꿔 줄 대학교’를 선택해 입학한다면, 그 선택은 평생교육의 행복감으로 건전한 중년의 삶에 꽃이 될 것이다.
두려움 없는 선택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요즘 일반 대학 졸업생들도 방송대에 많이 편입학해 제2의 인생을 저렴한 비용으로 준비해 시들지 않는 청춘으로 산다고 한다. 지난 세월, 사람들은 우리 방송대를 가리켜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려운 대학’이라고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졸업은 멀지 않을 것이다.
2024년 송년의 밤에서 존경하는 학과 교수님이셨던 고성환 총장님을 뵐 수 있어서 좋았다. 동문들과 오랜만에 나누는 다정한 대화에서 지난 배움의 순간들이 스쳐갔다. 그 청춘의 기억들이 순간적으로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방송대의 추억은 크나큰 기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