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방방톡톡

일하면서 학교 다닐 때 일이 힘들었던 날은 집에 오면 침대에 뛰어들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 쌓여있는 과제를 보면 울고 싶기도 했다.

 

지난 12월 어느날, 방송대에서의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왔다. 시험이 끝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울지역대학을 나서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웠다. 4년 동안 시험 때 말고는 몇 번 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이 고마운 학교에 정들었나 보다.

 

처음 방송대에 입학하기 전 외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막연히 ‘식품 쪽으로 공부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입학하게 됐다. 처음에는 과제부터 시험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혼자서 방향을 잡는 것, 의지를 다지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그러다 2학년 때 위클리에 나의 방송대 입학과 시험 등에 관한 글을 쓴 이후로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혔다. 내가 방송대에서 공부하는 이유와 이루고자 하는 마음속 다짐들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후로도 작은 글들을 몇 번 더 쓰면서 위클리로 학우들과 연결된 느낌을 느끼면서 학업에 더욱 열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식품영양학과 관련된 모든 전공과목을 이수했다. 이것으로 1차 목표는 이룬 셈이다. 그 외 교양과목들도 다수 이수했다. 방송대에서 배웠던 전공과목 외의 과목들도 삶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문득 알아차린다. 1학년 때 배웠던 글쓰기 수업도 이렇게 졸업 소감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 방송대에서의 4년이 나에게 정말 값지고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작년 11, 12월 위생사, 영양사 자격증도 도전했다. 방송대 덕분에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관련 분야의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분이다. 4년 전 방송대에 등록하고 치열하게 공부했던 시간을 마무리 짓고 목표로 했던 일들이 결과로 나타나는 의미 있는 경험을 마주하는 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당연한 명제를 늘 알고 있지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저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 힘든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삶이 너무 바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나 또한 그랬었다.

 

일하면서 학교 다닐 때 일이 힘들었던 날은 집에 오면 침대에 뛰어들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 쌓여있는 과제를 보면 울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에 한 자, 한 줄이라도 써가면서 완성해 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누구든 한 발짝 들여놓는다면 방송대는 생각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 기회라는 것이 단지 눈에 보이는 졸업장, 자격증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꽁꽁 감췄던 내가 진정 원하는 일, 방향성 같은 것일 수도 있다.

 

3학년 때 썼던 글을 보면 ‘방송대를 다니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큰 배를 탄 것 같다. 전공은 방향키이고’라고 했다. 졸업을 앞둔 지금은 망망대해가 아닌 발을 디딜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어딘가에 도착한 기분이 든다. 이제 그곳을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노력 그 자체와 거기에 따르는 보상의 기쁨을 알게 해준 방송대에 감사함을 느끼며 졸업을 앞두고 설레는 요즘이다. 방송대 졸업을 기점으로 영양사, 식품영양대학원 등 방송대에서 더 나아가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하고자 한다. 방송대에서의 값진 경험이 앞으로의 도전에 탄탄한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