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 소추, 파면에 이어 6·3 조기 대선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다수 국민이 검찰개혁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최근 기획재정부(기재부) 개혁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KNOU위클리> 249호 커버스토리는 바로 여기에 질문을 던졌다. 지난 4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국회의원 신정훈 외 주최, 나라살림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기재부 개혁을 위한 전문가 대 토론회: 차세대 재정거버넌스 혁신’에서 좌장으로 토론을 이끈 윤태범 방송대 교수(행정학과)를 만나 왜 지금 기재부를 개혁해야 하는지, 쟁점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기재부 개혁 목소리가 최근 불거진 이유가 있나요?
검찰 개혁과 더불어 기재부 개혁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 오래된 이슈입니다. 연구자 입장에서 새삼스러운 건 아니죠. 우리나라 정부 조직에서 정통적으로 가장 권력이 있는 조직이 검찰과 기재부인데요, 권력의 특징 중 하나가 견제의 대상이 되지 못해 오남용 가능성에 늘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의료 체계, 사회안전망이 붕괴하면서 전 세계 정부들이 위기를 극복해야 했어요. 통상 진보 정부는 적극적 재정 확장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보수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기에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기를 선호하죠. 문재인 정부는 재정을 확장해 위기에 대처했습니다. 당시 문 정부도 선거과정에서 기재부 개편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정부를 운영해야 하니, 적어도 2~3개월은 걸리는 정부 조직개편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죠.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기재부 개혁 이슈가 수면 아래로 들어간 거죠. 윤석열 정부에서는 추경을 둘러싼 갈등으로 기재부 개혁 논의가 전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예산·경제·금융 기능을 통합해 만든 기관입니다. 막대 권한을 가지고 출범했죠.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해 운영했죠. 앞에 잠시 설명했지만, 보수 정권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니,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재정운용을 ‘방만 재정’으로 비판했습니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정부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조직개편에서 ‘대(大)부처주의’로 전환해 두 부처를 기재부로 통합한 거죠. 물론 예산 기능과 재정 기능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반대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있습니다. ‘큰 정부 vs 작은 정부’ 논쟁은 이미 있던 논쟁이었으니까요. 이명박 정부를 계승한 박근혜 정부 역시 그 기조를 유지합니다. 효율성, 생산성, 민영화 등의 기조를 유지한 거죠. 문 정부에 들어서서 조직개편 논의는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기존 조직을 활용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든 권력을 독점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재부는 어땠나요?
기재부는 각 부처에 예산을 나눠줍니다. 부처마다 자신의 정책을 실행할 예산을 기재부에 요구하는데, 기재부는 예산을 심사하는 것을 넘어서 사실상 정책을 심사합니다. 교육예산, 복지예산 등 대한민국 전 부처의 예산을 기재부 예산실이 담당해요. 이 많은 걸 무슨 수로 담당할 수 있나요? 결과적으로 기재부는 예산을 점증주의 관점으로 편성하게 됩니다. 전년도를 기준으로 편성하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는 각 부처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산 총량이 안 움직여야 하니까요. 기존정책 위주로 예산을 편성하려는 기재부를 상대로 부처들이 혁신적인 정책을 새로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죠.
기재부가 타 부처의 자율성, 다양성을 침해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주신다면요.
제 연구 분야인 공기업 부분을 예로 들어보죠. LH는 국토교통부 소속이지만, 정원은 기재부가 관리합니다. 공기업은 정부조직이 아니라 기업인데 자율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운영법」을 만들었어요. 1조에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자율적으로 경영하게 해줄 테니, 국민을 위해 책임을 지라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법을 만들었는데, 기재부는 여전히 매우 자세한 공기업 경영과 관련한 지침을 만들어 공기업을 관리합니다. 언론은 주로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문제시해 기사화하는데, 문제의 원인을 구분해 봐야죠. 사안이 공기업 자체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기재부 등 정부 부처나 정부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지를요.
그렇군요.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한국도로공사를 봅시다. 도로를 만들 때 건설교통부가 전체 예산의 일부, 예를 들어서 40%만 줍니다. 나머지는 빚을 내서 짓고 나중에 통행료로 회수하는 구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대비 도로 면적 비율이 최대인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 알고 계세요? 국토가 이렇게 좁은데, 지방도로 건설하고, 그 옆에 고속도로 또 건설하고 그 옆에 또 국도를 만듭니다. 이렇게 도로 건설은 정치권의 영향을 받죠. 자, 한국도로공사의 많은 부채가 단지 기업만의 잘못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부채가 많은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국민에게는 세금, 공공요금 올라갈 일만 남은 건데, 올리자는 이야기는 정치권에서 꺼내기가 쉽지 않죠. 다른 나라 대비 너무도 저렴한 수도세, 전기세 등등은 계속해서 공기업, 공공기관의 부채로 남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분리해서 운영했는데, 그때도 이런 문제가 있었나요?
그런 인식이 있어서 당시 기획예산처로 분리했지만 이런 기재부의 권한과 관련한 문제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어요. 게다가 전통적으로 재무는 보수적이죠. 기획·예산은 그나마 덜 보수적인데, 이 둘을 합쳐두니 보수성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조직개편과 더불어 부처의 예산편성과 관련한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 ‘총액배분자율편성제(탑다운제)’를 도입했습니다. 부처마다 예산 총액을 정하고, 그 안에서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죠. 기재부가 시시콜콜 따지지 않도록요. 부처의 예산편성, 즉 사업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노 정부가 두 조직으로 분리한 건 하드웨어적 조직개편이었고, 탑다운 정책은 조직 개편과 더불어 병렬적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제 주목할 점은, 차기 정부에서 기재부를 개편한다면 물리적으로 개편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수 정부를 거치며 무력화된 탑다운제를 부활시킬 수 있는가 여부입니다. 이것이 부처의 예산편성 자율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를 담보하기 때문이죠.
말씀하신 부분은 진보 정부 측 주장인 것 같은데요. 정권이 이어지면 보수 정부는 기재부 개혁을 안 하나요?
보수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지하고, 재정 확장을 하지 않는 기조라고 하더라도, 현재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금융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면, 새로운 선택을 해야겠죠. 현재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 삼성 위기 등 우리 경제는 거시적으로나 미시적으로 모두 좋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 상황에서 국민이 정부의 적극적 개입, 역할을 요구하지 않을까요? 이건 큰 정부, 작은 정부의 논쟁을 넘어서죠. 사실 국민은 늘 정부가 자신의 삶을 덜 간섭하길 원하면서도,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더 지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기재부가 늘 강조하는 ‘건전재정’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립니다.
우리나라의 건전재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도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OECD 국가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니 정답이 없었죠. 다만, 한국이 심각하게 재정이 취약한 국가인가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많았습니다. 좀 더 국제적 수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죠. 현재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에서 긴축으로 갈지 확장으로 갈지가 중요한데요. 이렇게 가정해봅시다. 가난해도 먹고 살려면 돈을 빌려야죠? 그게 레버리지입니다. 나중에 갚는 구조인데, 이걸 잘 활용하면 자산이 늘죠.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관점에서 지금 정치·경제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봐야겠죠? 여기에 국민적 인식과 공감대가 있어야 할 테고요. 오직 기재부의 판단만으로 정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부처의 자율성,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전문성을 키우는 기재부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학계에 양론이 있습니다. 이번 탄핵 사태를 두고 헌법학자들의 의견이 나뉜 것처럼요. 보수, 진보 중 누가 옳다는 건 의미가 없기에 기재부 개혁에는 당연히 갈림길이 있다는 겁니다.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는 기재부를 예산처와 재정부로 분리하는 게 현재 상태에서는 필요하다고 보고요.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탑다운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금융 이슈입니다. 현 기재부는 국제금융을 담당하고, 금융위원회는 은행, 보험 등 모든 국내 금융을 다루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 대에 진입하면서 국내금융, 국제금융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만약 기재부가 분리된다면, 국내금융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재정부로 넘기자는 논의가 학계 중요 이슈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재부의 개편 논의가 단순한 조직의 논리를 넘어서 다양한 이슈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 부처 공무원, 심지어 국민들의 의견도 잘 살피면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