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theme.archives.go.kr)에 따르면, 스승의 날은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1964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는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으며,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날짜를 변경했다. 그러나 1973년 정부의 사회정화 방침에 따라 모든 사은행사는 중단됐고, 스승의 날도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념일(12월 5일)’에 통합됐다. 이후 1982년 교권확립의 해를 맞아 스승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으며, 기념 일자도 5월 15일로 환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커버스토리에서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학우들과 함께 스승의 의미를 다시 돌아봤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천정희 학생기자 skyrelux@hanmail.net
스승은 마치 등대지기 같아
그 빛만 따라가다 보면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을 듯한
희망을 주는 분들이다.
2025년 5월 10일 낮 12시. 울산 교육학과 학생회(회장 차혜숙)가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울산 시내 한곳에서 자그마한 행사를 열었다. 18명의 교육학과 학우들이 울산지역대학장인 윤여각 교수를 초청해 감사를 전하고 함께 식사하며 소통과 화합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때마침 김민서 경남 교육학과 학생회장도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찾아왔다.
차혜숙 회장은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의 학장님이자 스승이신 윤여각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참석자들은 윤여각 교수에게 꽃을 달아주고, 다 함께 「스승의 은혜」를 불렀다. 숙연하면서도 정감이 가득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식당에서 찻집으로 옮긴 뒤에도 이어졌다.
윤여각 교수는 스승의 날을 맞아 자리를 만들어 준 학생들에게 “‘스승’은 스스로 스승이라 하지 않는다. 대학교수다, 교육학과 교수다, 그래서 스승인 게 아니다. 학생으로서 나중에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이렇게 사는 게 좋겠지, 더 낫겠지’라고 말했던 그 누군가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면, 그 사람이 바로 그의 스승이다. 그런 스승이 많은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복 많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학우들이 생각하는 ‘스승’
그렇다면 학우들에게 스승은 어떤 존재일까? 울산지역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우들의 대답을 들어봤다.
박세진 학우(교육 4)는 “스승은 지식만 전해주는 분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시고, 때로는 말없이 지켜보며 믿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 주시는 분이 스승 아닐까?”라고 말했다.
‘스승은 용기를 주는 인생의 조언자’라는 대답도 있었다. 이은정 학우(교육 2)는 “늘 가까이에서 편안함으로 힘을 실어주는 존재, 또 내가 가는 길의 방향성을 판단하기 힘들 때,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조용히 힘을 실어주며 용기를 주는 인생의 조언자가 좋은 스승이다”라고 답했다.
김세경 동문은 “스승은 나에게 깨우침을 주는 사람이다. 깨우침을 준다는 말이 광범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깨우침, 즉 가슴에 전율이 느껴지는 가르침을 주는 분, 멈춰버린 심장을 뛰게 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분, 망망대해를 건널 수 있는 지혜를 주는 분이 스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렬한 깨우침을 주는 존재’에 방점을 쳤다.
이도윤 학우(경영 3) 역시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닌 삶의 지혜까지도 일깨워주는 정신적인 존재라는 의미에서, 나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해 주는 존재라면 누구든 스승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권상오 학우(국문 1)는 “스승이란 산산이 흩어져 있는 빛을 모아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하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지식과 지혜를 나누며 생각하는 방법과 살아가는 태도를 가르치는 분”으로, 정형경 학우(교육 2)도 “스승은 마치 등대지기 같아 그 빛만 따라가다 보면,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주는 분들”로 스승을 정의했다.
생활체육지도과 전국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4학년 이효순 학우는 “많고 많은 스승 중에서, 첫 번째 스승은 부모이고, 두 번째 스승은 학교의 스승이며, 세 번째 스승은 친구이고, 네 번째 스승은 사회라고 한다. 그중 필연적으로 부모님 다음인 학교의 스승님은 그만큼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분들이다. 고마운 분들이시다”라고 말했다.
박선형 학우(미디어영상 4)는 ‘전문적 지식의 전달’을 스승의 기준으로 봤다. 그는 “어렸을 적에는 공부를 도와주고 학교라는 둘레 안에서 사회를 알려주는 분들을 스승으로 여겼는데, 나이가 든 지금은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조금 더 전문화된 존재가 스승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큰 울림과 위로를 받는 순간들
울산지역 학우들의 ‘스승’에 대한 생각은 다른 지역 학우들에게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은희 교육학과 전국연합학생회장(경기)도 “제가 생각하는 스승의 의미는 지식의 가르침을 넘어 삶의 본질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분”이라고 대답했다. 심태석 서울 유아교육과 학생회장 역시 “스승은 단순히 가르친다는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 제자가 인격적으로 더욱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제7대 서울 사회복지학과 학생회장을 지낸 김형균 학우는 “스승이란 나를 항상 정중앙으로 이끌어주는 나침반이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다시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라고 ‘나침반과 같은 존재’에 스승의 무게를 실었다.
취재에 응한 학우들은 ‘방송대 진학 후 스승님의 고마움을 느낀 때가 언제였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박세진 학우는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스스로도 자신이 없던 시절, 교수님들께서 진심 어린 격려와 따뜻한 피드백을 주셨을 때 정말 큰 힘이 됐다. 특히 과제물에 대해서나 출석수업에서 주신 세심한 지도와 칭찬 한마디가 오랜 시간 학습의 동기가 됐다”라고 귀띔했다.
이은희 회장은 “지난해 한마음축제에서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먼저 내 잔을 채워라. 그래야 내 주위에도 흘려보낼 수 있고, 나도 지치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듣고 가슴에 새기게 됐다.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임원으로서도 시간과 열정을 쏟다 보니 어느 순간 힘들고 지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번 아웃이 왔을 때였는데, 교수님께서 학우들에게 해 주신 그 말씀이 지치고 힘든 제게 큰 울림과 위로가 됐다”라고 말했다.
심태석 회장은 “유치원 등 외부 기관을 방문하는 경우 혹은 진로특강과 같이 외부인사를 통한 행사를 진행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학과 교수님들께서는 어떤 곳을 방문하면 도움이 될지 혹은 어떤 주제를 선정해 외부인사를 초청하면 좋을지 등 학생들의 의견에 먼저 귀 기울이시곤 한다. 이런 교수님들의 모습에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교수님들과 더 소통할 수 있다면”
김형균 학우는 “대학을 졸업한 지가 30년이 넘었다. 한세대가 훌쩍 지나간 시간이다. 그땐 누군가가 등을 떠민 배움이었다면, 방송대에서의 배움은 완전히 나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로 시작한 배움은 나에게 인생의 동기를 새롭게 부여했다. 꺼져가는 듯한 삶에 다시 한 번 심지의 기름이 되어준 건 방송대의 수업이었다. 그래서 더 교수님의 가르침에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고백했다.
방송대 학우들은 ‘스승’인 교수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박세진 학우의 대답 속에는 많은 것이 응축돼 있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늘 한결같은 열정으로 지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방송대의 장점이자 약점인 비대면 교육으로 인해 스승님들과의 소통에 제약이 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다양한 통로가 마련돼 스승님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이 많았으면 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을 지도하시느라 힘들겠지만, 때로는 더디고 부족해 보여도, 교수님의 믿음과 가르침이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