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독자 기고

2001년 여름, 종로구청에서의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끝내고 스스로 ‘시습(時習)’이라는 호를 짓고, 공부하는 길로 들어섰다. 방송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편입해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남들은 이제 퇴직해서 좀 쉬면서 여행이나 다니지 뭐 하러 골치 아프게 공부를 하냐고 한마디씩 한다. 사실 특별하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 인생, 공자의 말씀을 실천하며 사는 일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어』의 첫 구절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말이 필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시때때로 배우고 익히면서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남들도 모르지는 않으리라!


사실 필자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서 은퇴 후 특별히 할 일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니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익히는 게 적절한 선택지였다. 국립대학인 방송대는 일반 사이버대학보다 학비가 반값 이상 저렴하고, 더군다나 필자와 같은 장애인에게 주는 장학금 혜택도 있어 그리 큰돈 들이지 않고 2년 만에 영어영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필자를 잘 모르는 친구들은 더 공부해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라고 권유했다. 젊은 시절 이미 화학을 전공해서 이학석사를 취득했으니 더 이상의 석사학위에는 뜻이 없었다. 그 대신 또 다른 선택을 했다. 일본학과에 편입학하기로 마음을 먹고 3학년에 편입했다.


이러다 80세가 넘어 여러 개 학위를 가진 어느 선배님처럼 방송대 학위 수집가가 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이 들 무렵, 거의 퇴직 후 4년 만에 기적처럼 일자리가 생겼다. 지인이 정보를 줘서 한 화학 회사의 영어 번역 일자리를 만났다.


시시때때로 공부한 결과가 나타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역시 ‘덕불고 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고 했듯 좋은 이웃 덕분에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됐으니 그 또한 복이란 생각이 든다. 아울러 퇴직 후 일자리를 잡고 외조해 준 집사람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오랜만에 받은 번역 일감이 반갑기 그지없다. 여러분도 배우는 즐거움을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시시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좋은 결과가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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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ck***
    첫머리 글에 나온 해는 2001년이 아니라 2021년입니다.^^
    2025-06-18 23:20:18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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