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승리는
반드시 빨리 달리는 데 있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정을 함께 한다는 데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느꼈습니다.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잖습니까. 마라톤(저는 겨우 5킬로였지만)을 뛰어보면, 정말 이 말이 맞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발을 내디딜 때가 가장 가볍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합니다. 지난번 뛸 때의 다짐도 그제야 다시 생각납니다. 맞다, 다음에는 제발 살 좀 빼자 했었지….
평정심도 곧 사라집니다. 나보다 잘 달릴 것 같지 않던 사람이 훨훨 앞으로 나가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며 내 스텝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눈은 늘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나 보이면 내가 흔들리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못나 보이면 쓸데없이 자만해집니다. 마라톤에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비교지심을 버리고 빨리 자신에게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정신없이 달리는 중에, 누가 어깨를 툭 칩니다. 목이 마를까 봐 저는 작은 물병을 들고 달리고 있었는데, 그것을 좀 줄 수 있겠냐는 손짓입니다. 저는 속도가 느려, 물이 딱히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내 것을 내어주고 나니, 제 몸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겨우 물병 하나 내어드렸다고 이토록 몸이 가벼워지니, 달리는 중에 일반론을 가뿐히 뒤집은 놀라운 경험을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늘이 노랗다 싶을 즈음에 저도 겨우 반환점에 이르렀습니다. 심리적으로는 결승선이어야 하는데, 겨우 반환점입니다. 반환점을 돌고 나면 몸 생각보다는 본전 생각이 납니다, 이제 꼭 완주해야지…. 잠시 후에는 반환점에도 아직 못 간 사람들과 엇갈립니다. 죽을 둥 살 둥 결연한 저 자신과는 사뭇 다른 분들입니다. 그런데 반도 못 가면 어떻습니까. 삼삼오오 그저 끼리끼리 즐거이 달리고(사실은 걷고) 계십니다! 인생의 승리는 반드시 빨리 달리는 데 있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정을 함께한다는 데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여기에서 다시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라톤에는 대단한 지혜 또한 숨어 있었습니다. 처음 출발길은 오르막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것이 내리막이 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수월하게 내려가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디 그뿐입니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끊임없이 포기하고 싶었던 나를 응원해 주고 있었습니다. 결승점에 다다라서야 그분들의 응원 목소리가 비로소 들렸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곳곳에서 나를 지켜주고 응원하고 있었지만, 다만 제가 달리기에만 너무 신경이 쓰여 알아채지 못했을 따름이었습니다.
우리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혼자의 고통에 휩싸여 있으면, 나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의 단순함에, 나의 우직함에, 사람들이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지혜를 쏟은 덕택에,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사히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지 못 합니다.
방송대 마라톤은, 그 자체로 너무나 흥겹고 재미있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즐겁게 인사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달리기 전에 하는 체조가 얼마나 멋진지 모르시죠? 세상에서 그렇게 멋진 체조를 단체로 해 보는 기쁨, 끝난 다음 각종 공연을 즐기며 다 함께 도시락을 까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보너스입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달리기를 통해 참 많은 것을 말없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마라톤과도 같다는 것은, 참으로 적절하고도 멋진 비유가 아닐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