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풀밭동인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행사는 내실 있게 한다는 명목으로 외부 인사 초대 없이 회원들만 참석해 풀밭동인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다소 아쉬웠다. 창립 40주년이라는 의미를 담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풀밭동인’은 방송대 국어국문학과가 주축이 된 문학 모임이다. 40주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역사와 함께 방송대 문학사를 넘어 우리 문단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여러 기록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기록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문학동인 모임을 40년 이어온 것이다. 아마추어 ‘문청’과 등단한 ‘프로 작가’가 한데 모여서 40년을 이어온 기록은 우리 문단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다.
두 번째 기록은 등단과 함께 문단 활동을 하면서 문학상을 수상한 기록이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동인이 20여 명, 문예지로 등단한 동인이 30여 명. 문예지로 등단한 동인 중 숨기고 있는 숫자까지 더하면 50여 명은 넘을 거라는 추측이다.
등단을 위한 신인상 및 문학상에도 진기한 기록이 있다. ‘전태일 문학상’ 시와 소설 두 장르에서 영예를 안았는데, ‘전태일 문학상’ 역사상 한 단체에서 두 장르를 수상한 기록이 처음일 것이다. 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작가 신인상’ 수상 기록도 있다. ‘작가 신인상’은 1년에 한 명을 수상자로 선정해 수상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여기에 시 부문에서 3년 연속 수상한 기록이 있다.
등단만 해놓고 작품 활동은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성과도 있다.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됐고, 한국문화예술원에서 시행하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지원 사업’에 다수가 선정되기도 했다. 거기에 동인이 발간한 책이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풀밭동인 출신이 창간해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는 문예지가 서너 개나 된다.
세 번째 기록은 등단 자원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단하기 쉬운 문예지로 등단할 수 있음에도 권위 있는 신춘문예나 문예지로 등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동인이 많다. 이런 이유로 신춘문예 발표 시즌만 되면 가슴 설레며 당선작 발표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기에 필자는 방송대 국문학과와 연계해서 축제의 장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방송대 문학사 40년, 풀밭동인 창립 40주년’ 축제를 개최해서 국문학과뿐만 아니라 타 학과 출신의 훌륭한 작가가 한자리에 모여 행사를 가진다면 재학생에게 꿈과 용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풀밭동인 40년 역사 기록을 이야기했지만, 현재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명맥만 유지하고 느슨해진 느낌이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펜데믹 시대를 거치며 모임 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단은 냉정하다. 부족한 문필은 쉽게 퇴출당한다. 문학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풀밭동인과 같은 모임에서 활동할 것을 권한다. 물론 풀밭동인도 많이 부족하다. 거기에 좌절하지 말고 부족한 만큼 갈증을 느끼고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좋은 결과를 통해 방송대 문학사에 빛나는 전통을 이어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