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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바라볼 때 떠올리는

 공감과 호기심의 마음, 이것이 역사 공부에서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이 유용한 한 가지 이유다.

 

“방학하셨죠?”-연구자들 사이에는 일상적인 인사치레에 가까운 말이다. 방송대 선생님들의 답변에는 티스푼 하나만큼의 체념이 들어가 있다-“녹화해야죠.” 나는 여기에 한 문장을 덧붙이곤 한다. “과목 하나를 신설하거든요.” 그렇다. 문화교양학과에서는 2학기에「인물로 본 근대」가 새롭게 개설 될 예정이다.

 

왜 하필 ‘인물로 본 근대’인가? 인물이라는 선택지는 적어도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인물의 삶과 행적은 과거라는 이국(異國)으로 들어서는 모험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통로와 같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의 등장인물을 떠올려 보자. 길게는 출생에서 죽음까지, 짧게는 고작 몇 시간의 고뇌를 지켜보는 체험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에는 어느덧 그를 향한 친밀한 감정이, 때로는 강렬한 흥미와 공감까지도 자라나고는 한다. 옛사람의 전기(傳記)를 읽는 경험도 비슷하다. 상황도, 성품도, 마주친 문제도 전혀 달랐던 인물의 행적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가 한 명의 인간을 다소간 이해하게 됐다고 믿으며, 나아가 그가 살아갔던 세계에 호기심을 품게 된다. 인간이 인간을 바라볼 때 떠올리는 공감과 호기심의 마음, 이것이 역사 공부에서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이 유용한 한 가지 이유다.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은 역사의 구체적인 면모를 포착하기에도 좋다. 심지어 전문적인 역사학자라 할지라도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를 몇 가지 근본적인 원리로 요약하고픈 유혹을 피하기란 어렵다. 문제는 그렇게 도출된 요약과 원리를 만사에 자명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식의 그릇된 믿음에 빠지기가 너무나도 쉽다는 데 있다.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인물의 삶과 행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직면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접할 때 우리는 구조·원리에 기초한 설명의 효력이 때로는 매우 제한적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이점은 근대를 이해하는 과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한편으로 근대화와 이를 둘러싼 논의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적으로 전개돼 왔음을 고려할 때, 이를 체험하고 성찰한 인물의 시선은 근대라는 거대한 대상을 조금 덜 낯설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근대와 각각 다른 관계를 맺었던 인물들의 행적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근대·근대화·근대성을 서로 다른 상황에서 상이한 모습으로 나타난 복수의 형태, 즉 근대‘들’, 근대화‘들’, 근대성‘들’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인물과 근대라는 두 가지 항을 연결하기로 한 연유다.

 

「인물로 본 근대」는 총 열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처음 다섯 장은 각각 이탈리아 피렌체의 니콜로 마키아벨리, 잉글랜드의 새뮤얼 리처드슨, 제정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혁명기 프랑스의 피에르-앙투안 앙토넬, 아이티 혁명을 주도한 쥘리앵 레몽과 투생 루베르튀르의 삶을 통해 유럽의 근대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그다음에는 19세기 전후 동아시아로 눈을 돌려 박규수, 후쿠자와 유키치, 유길준, 루쉰, 루정샹, 하니 모토코 등이 서구라는 ‘외부’로부터 몰려오는 근대의 물결에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가를 살펴본다. 역사가 E. H. 카, 교육자 라라지 보운,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를 다루는 후반부는 근대 세계의 질곡과 위기를 성찰하고 나름의 해법을 찾고자 했던 유럽의 지식인들을 돌아본다.

 

“어렵지 않죠?”-학우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미리 답변해둔다. “어려운 내용은 딱히 없고요, 대신 새로운 이야기가 많을 겁니다. 재미는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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