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고 보람 있게 살려고 하는 인생의 여정에서
방송대는 정말로 좋은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
평생교육을 지향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칠십을 조금 넘은 나이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늙음을 티를 낼 수 없다.
15년 전, 회사 정년을 앞두고 평생소원인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해보고 싶어 회사에 다니면서 학습을 병행하는 방법을 찾던 중 지인의 권유로 방송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때 성수동 서울지역대학 도서관에서 가끔 뵙는 분들이 필자를 두고 ‘당신은 청춘이야!’라고 말했다. 그 당시에도 도서관에 칠십이 넘는 분들이 제법 계셔서 필자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었지만, 그 깊은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몇 해 전 98세로 돌아가신 아버지, 현존하는 석학 김형석 교수(105세)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회갑, 칠순 잔치가 없어진 지가 오래일뿐더러, 최근 동료나 지인들의 집안 장례식장에 가보면 고인이 구십을 넘긴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100세가 지난 분이 계실 정도로 의술의 발달과 주변 환경의 개선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60세 이후의 삶이 큰 의미를 갖고 중요해졌다.
필자가 존경하는 김형석 교수의 말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100세 넘어 현역으로 살아보니 육체가 노쇠해져도 정신은 늙지 않는다. 장수한 것에 감사하지만 자랑거리는 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오랜 세월이 아니라 누가 더 풍요롭고 보람된 인생을 살았는가다. 남은 삶을 지혜롭고 후회 없이 살려면 60세 넘어도 지식이나 생활내용을 풍부하게 무조건 공부해라. 선진사회는 어디를 가더라도 독서가 생활화돼 있다. 절대로 놀지 말아라. 봉사활동을 해도 좋고 무슨 일이든 좋으니 일해야 한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 같지만 그 봉사활동을 통해 내가 더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진다.” 구구절절 필자의 가슴에 닿는 내용이다.
필자 역시 방송대를 만나서 삶이 더욱 풍부해졌다. 2009년 영어영문학과 2학년에 편입했는데, 중간에 해외 근무를 포함해 6년 만에 어렵게 졸업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체득한 공부하는 좋은 습관으로 늦은 나이지만 세 번 도전 끝에 업무 관련 ‘기술사 면허’도 함께 취득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영어는 생각만큼 잘하지 못한다. 지금 생각하면 졸업하는 데 급급했기에 그런 것 같다. 졸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기본을 익히고 충분히 이해해 ‘나의 지식’으로 소화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지금도 교육 방송 청취 등 영어 공부는 계속하고 있다. 방송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최근까지 전국의 발전소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40년 넘게 관리자로 근무하다가 남은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과 고민 끝에 봉사로 마감하고자 올봄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서 지금 열심히 다니고 있다.
진실로 알차고 보람 있게 살려고 하는 인생의 여정에서 방송대는 정말로 좋은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 평생교육을 지향하는 학문의 전당이라고 생각한다. 노력 여하에 따라 앞으로 훨씬 더 훌륭하게 확장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아침은 과일과 채소를 즐겨 먹으며, 집에서 가까운 구립도서관으로 건강관리 측면에서 40분 정도 걸어서 가고, 주말에는 흡사 우리 인생살이와도 같은 등산을 30년 넘게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학교 공부도 하고, 인문학 서적도 읽으면서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또한, 졸업해서 늦은 나이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순간까지 봉사의 일선 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싶다. 얼마쯤 시간이 흘러 또 다른 학과를 선택해서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릴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