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대학원) 재학 중에 기발하고 참신한 창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현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 5월 17일 열린 경영대학원 봄학기 MBA 워크숍의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그런 창조와 혁신의 경연장이었다. 이날 경진대회 수상자들을 6월 30일 다시 만나 각자의 창업 아이디어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시의적절한 창업 아이디어를 선보인 수상자들 중 강유진 원우(최우수상)와 서민지 원우(장려상)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노령견 AI 웨어러블 기기 렌탈 & 헬스케어 플랫폼
“반려동물은 내 삶의 일부이자 동반자”(최우수상 강유진)
먼저 본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유진입니다. 한국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일본, 영국, 아일랜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과 F&B 산업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와인 분야에 입문한 후 13년 차 소믈리에이자 프리랜서 와인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반영하셨나요
예전과 달리 ‘애완동물’보다 오히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게 사용되는 것 같아요. 전 10년간 함께 살아온 반려견 ‘분식이’가 어떤 의미에서는 내 삶의 일부이자 감정의 지지자라는 걸 몸소 느꼈어요. 이제 반려동물을 인생 여정을 함께하는 존재로 보고 그들의 복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고, 반려견이 노쇠했을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에 집중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지금의 서비스 아이디어로 연결된 것 같아요.
반려견 이름을 ‘분식이’라고 지은 이유는요
제가 분식류를 좋아하기도 하고, 수컷이다 보니 ‘식’ 자가 어울릴 것 같아서 분식이라고 지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음식 이름을 따서 강아지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더군요.

분식이와 원우님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저는 출퇴근을 해야 하는 일반적인 보호자와 달리 24시간 반려견과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분식이는 제 하루의 모든 순간을 공유하는 존재예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을 걱정하지만, 제 경우엔 반려견과 떨어져 있을 때 제가 더 큰 분리불안을 느끼죠. 늙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공평함 속에서도 조금 더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 마음이 지금 제가 만드는 서비스의 시작점이 됐었습니다.
수상작 강평의 언급처럼 이 사업을 노년기 부모님 등의 건강관리에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보호자 입장에선 반려견이 노년기 부모님보다 자녀에 가까운 것 같아서요
고령자를 위한 건강관리 시스템은 이미 시장에 많이 출시돼 있고, 관련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반대로, 사람에게 쓰이던 기술이나 시스템을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에 적용해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물론 향후에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노령견이 처한 현실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건강 악화 징후 외의 정보 제공도 가능할까요
현재의 구상에서 핵심은 노령견의 일상 건강관리를 돕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렌탈을 중심으로, 보호자가 자연스럽게 건강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적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에요. AI를 활용한 부가 기능과 보완적인 정보 제공은 향후 서비스가 안정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이후 점진적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반려견 관련 보험 서비스와 연계할 방안은 없을까요
보험은 질병이 발생한 후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라면, 저희 서비스는 그 이전 단계, 즉 질병 예방과 조기 대응을 가능케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보험은 가입자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도 있고, 보장 범위에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보험과는 결이 다른 서비스로 유지하되, 필요한 보호자에게는 보험 연계형 리워드나 보완 기능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시상식 아이디어 설명에서 언급하신 긴급 출동 및 구호 서비스에 필요한 인력은 어떻게 충원되나요
긴급 출동 서비스는 사실 초기 단계의 핵심 상품, 즉 MVP(minimum viable product)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고 향후의 주요 확장 영역으로 검토 중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서비스의 특성상 ‘책임’과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먼저 확립한 후 단계적으로 테스트해가며 최적의 방향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반려견과의 이별을 맞은 이에 대한 심리상담 서비스는 어떨까요
오랫동안 함께해온 반려동물을 잃은 경험은 생각보다 깊은 정서적 상처를 남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서비스의 마지막 단계에서 정서적인 지지, 상담소 연계, 커뮤니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호자를 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심리상담은 보험 서비스나 건강관리 리워드와도 연결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라, 향후 확장 가능한 중요한 축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진대회 외에도 사업 프로젝트 공모 경험이 있으신가요
작년에는 ‘경기 청년기회 여행감독 육성 관광상품 공모전’에 참가해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공모전을 계기로 다시 창업하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정부지원 사업과 각종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어요. 올해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확정하는 해로 삼고 있으며, 이 과정이 단지 결과를 향한 수단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고안해내는 즐거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송대 경영대학원의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렴한 학비 대비 양질의 교육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과의 폭넓은 네트워킹이 큰 장점이죠. 이메일 등을 통한 지도교수님의 피드백도 아주 세심하게 이루어지고요.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듣고 학습할 수 있어 직장인이나 예비 창업자에게 적합했고, 저도 많은 것을 배우고 실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중심 3D 타워 디펜스 인디 게임 《로드 투 킹덤》
“많은 사람에게 오래 기억될 작품을 만들 것”(장려상 서민지)
본인 소개와 경력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15년 전에 대학 졸업 후 바로 게임업계에 뛰어들어 국내의 몇몇 회사에서 FPS와 MMORPG 게임 제작에 참여했고, 그 후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의 회사로 이직해서 한국 온라인 게임의 퍼블리싱 업무를 맡았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귀국한 후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 관련 기업에서 일하다가 다시 통신사로 이직해 모바일 게임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저도 게임 애호가입니다. 복합 장르 게임인 수상작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면
저희 게임은 타워 디펜스와 비주얼 노벨 요소를 결합한 구조인데요, 기본 구조는 디펜스 장르의 명료한 목표 설정에서 가져오되, 비주얼 노벨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플레이어가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두 장르가 충돌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디펜스 파트는 전략적 몰입을, 비주얼 노벨 파트는 서사적 감정이입을 담당하게끔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되, 두 파트가 플레이어의 선택과 성과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도록 연결했습니다.

2인의 개발인력이 각자 분담한 파트, 채택하신 게임 엔진의 종류 등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를 포함한 2인 체제였고, 한 분은 개발(프로그래머), 저는 기획 및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유니티(Unity) 엔진을 사용했고, 프로그래머 분이 인터페이스 구현, 게임 로직, 데이터 시스템 등을 모두 혼자서 소화해줬습니다. 저는 게임 시스템 기획, 콘텐츠 디자인, 일정 관리, 외부 커뮤니케이션 및 사업, 홍보를 맡았습니다. 유연하게 작업하는 팀워크가 큰 강점입니다.
게임 개발의 여러 요소 중 생성형 AI를 활용한 부분이 있나요
배경음악과 음향효과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전 작사·작곡·편곡·연주까지 직접 진행한 음반 앨범을 5개 발매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게임에서도 배경음악 중 일부는 제가 직접 작곡해 사용했고, 상황에 따라 외부에서 구매한 음원도 활용했습니다.
아트 그래픽의 경우, 콘셉트 아트 초기 구상 단계에서는 생성형 AI를 참고자료로 많이 활용했습니다. 실제 결과물 중 일부는 생성형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부분은 외주 아트 디자이너의 리터칭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기획서 작성이나 콘셉트 정리, 아이디어 정제 등의 작업에서도 챗GPT 같은 생성형 AI 도구를 보조 도구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저희 팀은 AI를 제작자의 의도와 감각을 보완하는 아이디어 보조자, 피드백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종의 스토리텔링으로서 게임은 특히 영화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과 ‘개입’을 중심에 두는 스토리텔링 매체라는 점에서 영화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야기 속에 참여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감정적인 몰입과 서사적 기억을 훨씬 강렬하게 경험하도록 해줍니다.
인디 게임의 장점과 필수요건은 무엇일까요
인디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창작자의 가치관과 취향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디 게임은 창작자의 세계관을 솔직하게 반영할 수 있는 영역이고, 그것이 다른 유저들과 ‘가치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인디 게임이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는 PC(political correctness) 같은 정치적 신념이 영화나 게임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저 역시 여성 개발자로서 게임의 기획과 디자인 전반을 직접 맡다 보니, 특히 여성 캐릭터 표현에 있어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게임에서는 신체를 과도하게 드러내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을 지양하고, 따뜻하고 개성 있는 ‘예쁜 캐릭터’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실제로 게임쇼 행사의 전시용 부스에 가면 여성 유저들이 “이 게임 캐릭터는 춥지 않게 입혀줘서 좋다”, “섹시하지 않고 여자가 봐도 예쁘다”, “카톡 프사로 설정해도 민망하지 않다”고 평가해줘서 감사한 적도 많았습니다. 요즘 많은 게임들이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과장하거나 과도하게 노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제 안의 ‘유교걸 감성’이 그런 표현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더라고요.

스팀 외에 모바일용 출시 계획은 없나요
현재는 PC용 게임을 서비스하는 스팀(Steam)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버전 출시도 내부적으로는 검토하고 있지만, 인터페이스 재구성과 조작 방식 개선 등 고려할 요소가 많아 우선순위는 낮은 편입니다. 또 모바일 기기는 PC에 비해 기계적 성능이 낮기 때문에 그에 맞춰 게임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게임을 몇 가지 소개한다면
《Journey》와 《삼국지 영걸전》이라는 게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Journey》는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며, 게임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게임 유저로서도 굉장히 재미있게 플레이했는데, 게임 기획자로서도 감탄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어릴 때 정말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하나는 《삼국지 영걸전》입니다. 전략적인 턴제 전투와 개성 있는 장수들, 그리고 시나리오의 몰입감이 뛰어났습니다. 단순히 전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성장시키는 재미가 컸고, 스토리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긴 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두 게임 모두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는, 재미를 넘어서 감정과 스토리를 강하게 각인시켜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향후 개발하고 싶은 게임은 어떤 장르인가요
무엇보다도 지금 개발 중인 게임을 먼저 끝까지 멋지게 완성하고 싶습니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플레이어에게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현재의 프로젝트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은 게임도 도전해 보고 싶지만, 지금은 눈앞의 작품이 가장 소중한 목표입니다.
한국 게임의 취약 요소로 꼽히는 스토리텔링의 개선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개인이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장엄하면서도 심오한 서사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에서도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유로운 게임 창작을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부정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기획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제고함으로써 스토리텔링 수준을 개선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창작자 개개인의 내적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는 스토리텔링이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를 확장하는 데 인문학이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인디 게임 생태계에서는 창작자가 곧 세계관의 주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문학적 감수성은 창의력 이상의 무기가 됩니다. 이를 장려하기 위해 산업계와 교육계, 그리고 지역 문화기관 등이 협력하여 개발자 대상 인문학 강좌나 창작자 멘토링 등 비공식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게임 관련 제도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견해는
전 개발자이자 실무자 양쪽 입장에서 이 제도를 겪어봤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행 게임 등급 분류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등급 분류를 받기 위해서는 게임 장르나 기능(예: 네트워크 포함 여부)에 따라 수십 만원~수백 만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다양한 서류 제출, 플레이 영상과 심의 자료 준비 등 행정적인 절차도 복잡해요. 인디 게임 중 상당수의 수익은 등급 분류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실험적인 장르나 짧은 볼륨의 창작 게임들, 무료로 배포되는 게임들이 많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가 창작 의욕을 꺾고 있다고 생각해요. 등급 분류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창작 생태계를 해치지 않도록 제도의 세부사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하의 게임에는 비용을 감면하거나, 간소화된 자가등급평가 시스템을 병행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면 좋겠습니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