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나에게 더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고, 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건 참 다행스런 일이다. 20년 가까이 사업 외길을 걸으며 이미 전문가일 법도 한데, 배움을 통해 자신을 한층 발전시킨 사업가가 있다. 경영학과와 보건환경학과를 졸업하고 2023년 방송대 서울서부학습센터 회장을 역임한 안영관 동문으로, 웰니스컴퍼니올리브의 대표다. 사업이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를 뜻한다면, 창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그는 몇 해 전 자신만의 아이템을 발굴했고, 방송대 공부를 통해 ‘보건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사업이 더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단순 사업가라기보단 요즘 말하는 ‘창업가’에 가까웠다. 정확한 의학·화학 용어로 막힘없이 인터뷰에 답하는 그에게서 자신감과 확신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과연 무엇이 그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이끌었는지, 그의 사업과 지난 방송대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알쓰패치 이용한
절주 프로그램 독자 개발
보건교육사 자격증으로
청중을 설득해야 하는
시민·기업 강연도 가능해져
대표님께서 지금 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각종 보건기관에 보건 교육자료를 개발해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금연센터 같은 곳들에요. 지금 회사는 2007년에 설립해, 법인으로는 2021년에 전환했습니다. 저는 이용자들이 체험을 통해 빠르게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맞췄습니다. 가령 저희 제품 중엔 안에 눈금이 새겨진 밥공기가 있습니다. 당뇨 등 대사질환을 앓는 분들에게 좋은 제품이죠. 다이어트용으로도 많이 나갔어요.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들었습니다
알쓰패치, 노담패치입니다. ‘알쓰’는 신조어로 ‘알코올+쓰레기’의 준말인데요, 술을 못하는 사람을 뜻하죠. MZ세대인 분들은 딱 알아듣더라고요. ‘노담’은 ‘No+담배’란 신조어로, ‘담배를 피지 말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요즘 이 두 제품 때문에 다른 일들엔 시간을 못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명 중 1명이 알쓰에 해당합니다. 유전적인 거라 이 비율은 바뀌지 않습니다. 알쓰패치는 내가 알쓰인지 알아보는 패치입니다. 패치를 팔뚝 안쪽에 붙이고 빨개진다면 알쓰인 거죠.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의 산화 반응은 섭취해야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피부에서도 일어납니다. 알코올 피부 국소 반응법이죠.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또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ALDH 효소반응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 해독됩니다. 그런데 ALDH가 부족하면 아세트알데히드 물질이 축적되고, 이 물질이 히스타민 반응을 일으켜 혈관을 확장시키고 피부를 빨개지게 만듭니다. 알쓰패치의 원리죠.
알쓰는 단순히 얼굴이 빨개져서 문제인 게 아니라,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은 에탄올의 30배로 DNA를 파괴합니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많아지면 숙취가 올라오죠. ALDH 부족으로 인해 우리 몸이 분해하지 못하면 독성으로 DNA 파괴가 누적되고, 결국 암 발생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술뿐만 아니라 담배 연기, 조리흄에도 많이 들어있어요. 노담패치도 알쓰패치와 마찬가지로 알데히드 분해능력을 검사하는 패치에요. 한국, 중국 일본만큼은 이 내용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국가에 비해 동아시아인들이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적거든요. 저는 이걸 알리는 데 많은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담패치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제가 종종 유튜브에도 출연하는데, 어떤 의사분과 대담하는 장면이었어요. 대화하다 보니 “아세트알데히드는 흡연자에게 더 위험한데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물어보니, 술은 어떤 날은 적게 마실 수도 있지만 담배는 중독되면 일정량으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인데, 담배에 아세트알데히드는 니코틴만큼 들어있어요. 담배를 구성하는 물질로 니코틴, 타르, 벤조피렌, 비소 이런 것들이 언급돼요. 그런데 이건 이름이 짧고 각인하기 쉬우니 자주 나왔던 거고 위험도 순으로 얘기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우선순위에요.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흡연하게 되는데, 담배에는 70여 가지의 발암 위험 물질이 들어있고, 이 가운데 7종이 1군 발암물질입니다.
방송대에 진학한 계기는요
한 20년 전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가 1년 정도 공부하고 계속 쉬었어요. 그러던 중 보건환경학과에 새로 입학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이 알쓰패치를 개발하면서였어요. 알쓰패치의 원리가 일본에서 연구됐다는 사례 정도만 들었는데, 국내에서는 관련해 조언을 받을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딘가 찾아보니 방송대였어요. 흔히 원격대학 하면 방송대를 먼저 떠올리니 저도 그랬죠. 방송대 커리큘럼을 봤는데 마침 제가 바랐던 과정들이 있었어요. 과목들을 하나씩 뜯어보니까 일단 화학과 보건학이란 과목이 있었고, 보건 관련 조사 방법론 같은 것들도 공부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게 딱 필요한 과목이 대여섯 개 있었어요. 또 학과 소개에 보건교육사 자격증도 살짝 소개돼 있었는데, 이 자격증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보니 더욱 끌렸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하고 있던 사업에 전문성을 더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만나며 건강 상담도 함께 할 수 있는 자격증이었어요. 실제로 그전까지는 보건 교육자료만 만들어왔다면 이를 가지고 기업·기관에 강연도 나가고 있어요. 이 자격증이 저와 굉장히 잘 맞았죠. 보건교육사는 사람들을 설득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학적인 면도 있어요. 전 보건교육사 준비를 방송대에 다니며 2년 정도 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받고 연구를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입학을 준비하려고 보니 영어 점수가 필요해 요즘 한창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세트알데히드로 인한 피해, 특히 폐암과 관련해 동아시아 여성에 대해 조사해보고 싶거든요. 흡연을 하지 않는 한국, 일본, 중국 여성들이 왜 특히 폐암에 많이 걸리는지 규명하고 싶습니다.
학업적 계획도 있지만, 다른 꿈도 있습니다. 저 같은 보건교육사들을 더 많이 양성하고 싶어요. 저는 서울 서부학습센터 학생회장을 한 번 하고 동문이 됐으니, 이곳 후배들이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건교육사를 양성하는 학습동아리를 만들었으면 해요. 서부학습센터를 주축으로 보건교육사들이 많아지고 이분들이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학교와 같이 해보고 싶은 일들도 많고요. 작년에는 학과 후배들이 실습을 위해 제 회사에 오고 싶어 했고, 실제로 오게 돼 학점을 인정받기도 했어요. 서부학습센터 학생회와 학습동아리들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학교가 많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만으로는 학우들이 원활히 학업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학습센터가 있는 건데, 핵심은 그중에서도 학생회와 학습동아리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