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수업과 사업’ 균형찾기

방송대 학우들은 대부분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 마련이다. 1인 3역, 4역의 생활이다. 이런 학우들에게 학업과 일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나 아이디어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밤에는 강의실에서 지식을 쌓고 낮에는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졸업장을 위한 학업이 아니라, 실질적인 커리어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사업 혹은 창업을 병행하는 청년 사업가들의 사례는 방송대 안팎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울산에 거주하는 최표룡 학우(43세·생활체육 3)도 자신의 사업을 키워가면서 방송대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울산총학생회 수석부회장직까지 맡아 동분서주하면서도 식자재 유통 사업과 함바식당을 운영하고, 학업을 병행하는 그를 만나 수업과 사업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 들었다.
울산=천정희 학생기자 skyrelux@hanmail.net


매일 새벽 4시 기상해 일부터 시작
사업장 안에서 동영상 강의 들으며 공부
1인 4역 열쇠는 ‘우선 순위’ 지키는 것
일에 충실해야 학업도 최선 다할 수 있어

 

최 학우는 38년간 현대자동차에 근무한 아버지처럼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싫어 군 제대 직후 입사한 식품회사에서 일을 배운 뒤 2011년 식자재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이 안정화된 이후 2024년 5월 다른 사업에도 손을 댔다. 함바식당 경영이었다.
이 무렵 방송대 생활체육지도과에 입학했다. 진학 동기와 목적도 뚜렷했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역도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운동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체육관을 차리는 것이 목표였다.

시간은 금, 우선 순위 세워 접근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전은 단연 시간 관리다. 최 학우는 “내 삶의 1순위는 ‘일’이다. 일이 잘돼야 가족을 보살피고, 공부에 진전도 있고, 친구를 만나서 편하게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10년간 사업을 하면서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일을 마친 후 다른 계획을 수행했다. 몸이 아파도 일을 끝내놓고 병원에 갈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 매일 일하면서도 항상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고, 시험 준비를 병행한다고 했다. 총학생회 일정이 있을 경우에도 일을 우선으로 두고 일정을 겹치지 않게 조율해 먼저 일을 마무리한 후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중 약속을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습관을 바꿨다고 답했다. 항상 중요한 일을 먼저 끝내고 두 번째, 세 번째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사업에도 열중하고, 학업에도 열중하려면 대부분 한 가지는 포기하는 선택을 하겠지만, 나는 시간을 쪼개는 걸 선택했다. 방송대 강의는 온라인을 통해 언제든 들을 수 있으니, 일하는 틈틈이 짬을 내서 병행하면 된다. 처음 습관을 잘 들이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일을 먼저 잘 끝내야 학업에도 열중하고 또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수업과 사업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은 실무 감각을 키우고, 이론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체력적 부담과 스트레스, 시간 부족 등 한계가 있다. 그래서 졸업한 선배들은 ‘본인이 공부하는 동기를 분명하게 하고 주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공부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그 역시 방송대에 진학한 자신의 이유와 목적을 늘 되새기고, 자신이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음을 주변에 알렸다. 선배들의 조언을 충실히 지켜 따르는 것도 최 학우의 균형찾기 비결의 하나다.

부족함 생각하며 늘 도전
최 학우는 항상 부족함을 생각하고 계속해서 도전한다고 말했다. 식자재 유통사업을 하며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아 안정화하고 나니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들어 함바식당에 도전했고, 방송대 공부까지 하게 됐다.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잡으면 밑바닥부터 배워 시간과 돈을 아낀다며, 욕구가 강하고 안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인 4역을 어떻게 감당하냐, 갈등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학업이 필요해서 방송대에 들어왔고, 총학생회 일도 ‘한번 해볼래?’라고 권유해서 맡았다. 늘 초심(初心)을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잊지 않고 있다. 내 인생에 ‘빠꾸’는 없다. 갈등할 문제가 아니었다. 고민만 하다가는 포기하는 일이 많지만, 사실 시작해버리면 반은 성공하는 것 아닌가? 돈을 투자한 만큼 경험이 쌓인다고 생각하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방송대 공부도 그렇게 출발했다. 총학생회 일도 ‘한번 부딪쳐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는 돈이 있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20평 빌라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살던 최 학우는 어느 날 집을 팔아 보증금을 걸고 사업을 하고 싶다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는 어머니 집 다락방에서 자고, 밥 먹고 하면 되니 일을 시작해보겠다는 말에 아내가 선뜻 허락해줬다고 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6~7개월 동안 집에 20~30만원 정도밖에 못 가져다줬다. 창고에서 소주에 라면을 부숴 먹으면서 울 때가 많았다. 아내가 다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가족이 있었기에 최선을 다했고 지금의 내가 있게 됐다.”
사업이 잘돼 돈도 벌게 되자 그는 집 명의를 아내 앞으로 해주었다. 기다려준 아내에게 너무 고마웠다는 그는 돈이 있었으면 포기할 수 있었겠지만 돈이 없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또한 기회였다며 아내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현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삶의 목표
졸업 후 사업을 발전시키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는 현상 유지’라고 답했다. 자신의 땅에 자신의 건물을 세워서 장사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을 해결하고 나니 공허함이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지금은 학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방송대를 통해 인간관계가 형성돼 인생에 발전이 있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동업을 하면서 밑바닥까지 갔다. 그때 인간관계와 사람이 재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망해보니 사람이 재산이었고, 절망하는 자신에게 누군가가 ‘집을 팔았을 때랑 똑같은데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했을 때,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열심히 해서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방송대가 학업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좋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면서 어른을 잘 공경하는 것’을 소망하고 있는 최 학우에게 앞으로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가 있냐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수업과 사업의 병행은 더 넓은 시야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과정임이 분명하다. 방송대 2년 차이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동료나 선후배님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인생의 지혜를 배워가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고, ‘체육관 건립’의 꿈도 머지않아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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