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삶, 사람, 소통-평생의 배움’

방송대가 온라인 중심의 원격교육기관인 것은 분명하지만 학우들 눈높이에서 교내 곳곳의 관련 기관들을 훑어보면 공부의 깊이를 다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직접 참여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통합인문학연구소(소장 이상진)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정기학술대회는 학우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6월 19일 대학본부 3층 소강당에서 진행된 통합인문학연구소 제30차 정기학술대회는 ‘삶, 사람, 소통-평생의 배움’을 주제로 잡았다.
1부에서는 이자명 교수(교육학과)의 사회로 이상진 소장의 개회사, 고성환 총장의 축사에 이어 윤여각 교수(교육학과)의 기조강연「인생 2막 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와 주제」를 선보였다. 남기현 교수(문화교양학과)가 사회를 맡은 2부에서는 김성우 서울대 교수(영어교육학과)의「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과 평생배움의 과제」와 이경아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연구원의「이해와 존중의 의사소통: 비폭력대화」가 발표됐다. 우호성 교수(대학원 에듀테크학과)와 한예림 교수(영어영문학과)가 각각 토론에 참여했다. 한석현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3부에서는 박연숙 숭실대 교수의「죽음을 향하는 인간, 예술이 위안」, 최현숙 작가의「‘작별일기’ 속 늙음과 죽음에 관한 재/해석」을 놓고 정영일 교수(보건환경안전학과)와 이로미 교수(교육학과)가 각각 토론에 나섰다.
‘평생의 배움’이 평생학습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날 소강당은 학술대회를 마칠 때까지 뜨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김성우 교수의 발표와 이에 대한 우호성 교수의 토론을 소개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기술이 급진적으로 세계를 재구성할 때,

교육은 급진적인 가치의 도입을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평생 배움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기존의 가치 중 어떤 것을 증대하고, 어떤 것을 소거하고,

어떤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할까?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김성우 서울대 교수의 발표 중에서

 

인생 2막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날 학술대회의 주제와 의미는 이상진 소장의 개회사에 잘 드러났다. 이상진 소장은 “2007년 연구소가 만들어졌을 때, 지향했던 바는 통합 인문학과 평생교육이었다. 오늘 학술대회의 주제가 ‘평생의 배움’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늘 이 시간에는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또 계속해서 배워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함께 탐색하고자 한다. 인간이 자신의 품격과 윤리를 지키면서 살기 위해서 배워야 할 것은 어떤 것인지 이에 대한 답을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이 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상진 소장이 말한 ‘품격과 윤리를 지키면서 살기 위해서 배워야 할 것’은 기조강연을 맡은 윤여각 교수(교육학과)에게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울산지역대학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기조강연을 위해 아침 7시 20분에 울산을 출발했다. 사실 윤여각 교수의 기조강연도 흥미로웠지만, 그가 강연 주제를 ‘인생 2막 설계’로 잡은 이유를 고백한 대목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어느 날 출석수업 강사로 학장실을 찾은 한 제자가 저에게 퇴임 후에 어떻게 살 계획인지 질문을 던졌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물음이었다. 그날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다. 그리고 ‘퇴임 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게 오늘 강연의 출발점이다.”
윤여각 교수는 이 제자를 가리켜 교육학과를 졸업해 박사학위를 받은, 이제는 제자가 아니라 학문적 동료라고 소개했다. ‘삶, 사람, 소통’이라는 학술대회의 주제 한 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인생 2막에서도 원하는 활동을 하려면 평생교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평생 배움이 추구해야 할 가치
AI라는 기술 혁신이 초래하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김성우 교수는 생성형 AI와 리터러시 관행의 변화, AI 저자성 논쟁과 윤리적 문제, 보편적 학습설계와 학습자 행위주체성을 놓고 논의를 풀어갔다.
김 교수는 오늘날 인공지능을 매개로 한 읽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읽기에 있어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고 본 것은 전통적인 텍스트 읽기의 방식 중 정독(精讀)이나 숙독(熟讀) 혹은 미독(味讀) 등 텍스트와 맥락,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세심히 살피는 독서는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의 깊어지는 의미 변화를 추적하는 응용언어학자인 김 교수는 “인간은 삶 속에서 말을 배우지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말을 말로 배운다. 이것은 읽기와 쓰기에 있어 중대한 차이를 가져온다”라고 봤다.
그렇기에 그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선언하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리터러시 생태계를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깊게 읽고 정성껏 쓰고 마음을 다해 소통하는 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기술이 급진적으로 세계를 재구성할 때, 교육은 급진적인 가치의 도입을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평생 배움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기존의 가치 중 어떤 것을 증대하고, 어떤 것을 소거하고, 어떤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할까?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느림과 성찰이 동반되는 인간 중심의 학습
“인공지능 시대의 평생 배움은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고 인공지능과 협업하며 자신만의 ‘인생 사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자, 그렇게 삶과 말을 엮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 김 교수의 발표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우호성 교수는 교육적 시사점과 과제를 제기했다.
그의 토론 요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생성형 AI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학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식적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은 오늘날 교육자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둘째, AI 활용은 단순한 도입을 넘어, 그것이 학습자의 가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며, 기술 윤리와 교육 윤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책임성과 목적의식이 요구된다. 셋째, 보편적 학습설계와 행위주체성의 통합은 AI 시대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보인다. 기술은 학습 환경을 다양화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교사와 학습자의 몫이다.
다음 학기 대학원 과목에 과감하게 AI를 활용해 과제를 작성하고, 이를 비교 분석하는 과제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우호성 교수는 “AI가 생성한 대량의 정보 속에서 무엇을 위해 배우고, 어떤 인간으로 성장할 것인가를 자문해야 한다. 학습의 속도와 결과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느림과 성찰이 동반되는 ‘인간 중심 학습’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 △교사 연수 및 교육대학 과정에 AI 리터러시와 보편적 학습설계 내용 포함 △교육의 평가 체계 전환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 역량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평생교육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언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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