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이 사회 전 영역에 스며들고 있다. 교육과 학습에서도 AI의 접목은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IT 공학자인 강안나 한양여대 연구교수는 “AI는 이제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동료 학습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노년층과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라고 보고 있다. 그의 기고 글을 소개한다. 
이제 생성형 AI, 특히 ChatGPT와
같은 기술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디지털 세계가
모든 사람을 향해 열린 ‘넓은 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고,
인간은 그 변화에 적응하면서
상호보완적인 동반자가 돼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변화시킨 우리 사회
ChatGPT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로, 자연어 처리 능력을 통해 다양한 맥락에서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대화를 생성할 수 있게 하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텍스트 생성, 코딩, 번역, 요약, 기획, 교육 콘텐츠 제작 등 지적 창작의 영역에서 인간에 필적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와 비전문가 간의 정보 격차가 좁혀지고, 학습 방식과 교육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제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창의적 파트너’, ‘동료 학습자’로서 인간의 지적 활동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디지털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혁신이 모든 이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시니어 세대와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이들에게 정보 습득과 활용은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예를 들어, 전화와 문자 중심의 2G 피처폰에 익숙한 세대에게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단순히 전화기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넘어서, 인증 시스템, QR코드, 앱 설치, 은행 업무,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 정부 민원 신청 등은 복잡한 절차를 수반하며,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에게는 넘기 힘든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세대와 사회적 약자들은 이 전환의 속도와 복잡성 앞에서 디지털 사회환경의 중심에서 자칫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무인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거나, 앱으로만 운영되는 정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이제 낯설지 않다.
반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스마트폰 하나로 음성 명령, 모바일 결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게 적응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을 보다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역설적으로 일부 계층에게는 소외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단순한 ‘디지털 포용’ 정책을 넘어, 기술 그 자체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감성과 인간 중심 AI의 실현
생성형 AI인 ChatGPT는 별도의 복잡한 설치 없이 웹이나 앱을 통해 자연어로 질문하고 대화하듯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비대면·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학습자들에게 디지털 학습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어렵거나 막연하게 느껴지는 학습 내용도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외의 언어’를 ‘소통의 언어’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 나아가 ChatGPT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감성 기반 피드백과 문맥 이해를 통해 상황에 맞는 대화형 응답을 생성하며 인간 중심의 상호작용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에게 기술을 친숙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더욱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공지능 기술이며, LMM(Large Multimodal Model: 대규모 멀티모달 모델)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같은 시각 정보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어,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하면 그 내용을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ChatGPT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문맥을 고려한 요약형 응답을 생성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기존의 검색엔진이 ‘속도’와 ‘정확성’에 중점을 뒀다면, 생성형 AI는 ‘맥락’과 ‘감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기분이 우울하다’는 사용자 입력에 대해 검색엔진은 관련 병원이나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반면, ChatGPT는 “오늘 어떤 일이 있었나요?”와 같이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언어로 반응한다.
물론 이러한 AI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프롬프트(prompt)’ 구성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필요하며, 이는 사용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는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새로운 디지털 동반자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 향상의 징검다리
디지털 교육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는 ‘배워도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질문과 설명에 지치는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ChatGPT는 무제한 반복 학습이 가능한 조력자로 기능할 수 있다.
물론 생성형 AI가 완벽한 정보를 주는 건 아니다. 정보의 정확성, 편향성, 프라이버시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다. 특히 디지털 약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AI에 대한 맹신을 방지하고, 올바른 활용 방법을 안내하는 AI 리터러시(AI Literacy)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도구 활용을 넘어, 디지털 사회에서의 시민권(Citizenship)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디지털 시민권이란 단순한 접근 권한을 넘어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따라서 기술은 사람 간의 관계성, 존재감, 사회적 연결감을 회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하며, 점점 지능화되는 디지털 기술은 인간다운 삶을 확장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기술은 사람을 향한 투명한 창(窓)이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의 능력과 감성을 확장시키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유리판이 아니라, 세상을 들여다보는 통찰의 창, 소통을 가능케 하는 이해의 창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의 창이어야 한다. 이제 생성형 AI, 특히 ChatGPT와 같은 기술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디지털 세계가 모든 사람을 향해 열린 ‘넓은 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고, 인간은 그 변화에 적응하면서 상호보완적인 동반자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목적은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누구나 디지털 사회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렇게 기술은 모두가 바라보는 세상의 공정한 창(窓)이 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