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입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미술상담치료 선생님의 따뜻한 권유가 있어서다. 자녀들의 입시가 끝난 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대화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동안 자녀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고집했던 엄격한 교육 방식이 오히려 상처로 남아, 아이들은 엄마와의 대화를 피했고, 마음의 벽을 높게 세운 채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 자녀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싶었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미술상담치료를 받게 됐고, 그 과정을 통해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있던 상처와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문득, 끝맺지 못한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살아온 나는, 정작 삶을 돌아보니 ‘60 가까운 인생에 온전히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준 상담 선생님께서 방송대 입학을 권유했다. 그길로 큰 용기를 내어 교육학과에 도전하게 됐다.
입학 초기에는 사실 졸업장이 목표였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단으로서 방송대를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서 얻는 배움 그 자체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지닌 학우들과 소통하는 경험은 나의 삶에 큰 울림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나를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나의 장점을 발견해주고 격려해주었다. 늘 자신을 낮추며 살아왔던 나는, 그들의 진심 어린 응원에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기획한 행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수록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컴스공스(컴퓨터 스터디 & 공부 스터디)’ 모임의 운영은 커다란 활력이 됐다. 처음에는 컴퓨터 수업이 어려워 몇몇 친구들과 소규모로 시작했던 스터디였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고 참여 인원이 늘어났고, 마침내 작년에는 스터디원 전원이 파워포인트와 엑셀 자격증을 취득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이제는 우리 학과뿐만 아니라 타 학과 학우들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을 마련해,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의 변화는 가족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남편에게는 이제 불만 대신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든다. 방송대 입학이라는 나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아이들과는 더 이상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보다는,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를 이해하며 응원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는 자녀들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공감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방송대에서 배운 덕분이다.
앞으로 미술상담치료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자 한다. 상담 치료를 통해 내 마음이 회복된 만큼, 이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내 나름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자 한다.
방송대는 내게 단순한 학위가 아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자 자존감을 회복시켜 준 소중한 공간이 됐다. 앞으로도 배움의 기쁨을 이어가며, 나만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따뜻하게 채워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