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 연기의 대명사 조정석 배우가 절절한 부성애 넘치는 아빠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7월 30일 개봉 첫날 43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에서 조정석은 호랑이도 춤출 수 있다고 믿는 초긍정 마인드의 맹수사육사 ‘정환’ 역을 맡아 세상에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되어 버린 사춘기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뮤지컬 스타였지만, 배우로 전향해 2012년 개봉한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의 단역 ‘납뜩이’ 역할을 맡아 대박을 터뜨렸다. 아이유와 함께 한 「최고다 이순신」(연출 윤성식, 각본 정유경, KBS, 2013)의 ‘신준호’, 박보영 배우와 함께 한 「오 나의 귀신님」(연출 유제원, 각본 양희승 외, tvN, 2015)에서 ‘강선우’, 공효진 배우와 함께 한 「질투의 화신」(연출 박신우, 각본 서숙향, SBS, 2016)에서 ‘이화신’ 등으로 인생캐릭터들을 갱신해왔다. 2019년에는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이 900만 관객을 기록했고, 이듬해 방송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각본 이우정, tvN)이 시즌 3까지 제작되는 경사를 맞았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엑시트」와 작년 엔데믹 이후 471만 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 모은 영화 「파일럿」 모두 개봉일은 7월 31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좀비딸」의 개봉일은 7월 30일. 때문에 충무로에서 ‘여름의 남자’로 불리는 조정석 배우는 “개봉 시기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닌데, 텐트폴 시기라는 너무 좋은 시기에 저희 영화가 개봉해서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부담이 됩니다”라고 겸양의 말을 하는 ‘여름의 남자’ 조정석 밸우를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좀비딸」 시나리오를 읽고 “이거 난데?”라고 소리를 질렀다고요. 어떤 면에서 ‘정환’과 동질감을 느꼈던 건가요?
영화 보셨죠? 저 아니던가요(웃음)? 좀 과장된 부분이 있는데요.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정말 하고 싶다고 소속사에 이야기했는데, 그게 전달되는 중에 와전된 거예요. 마침 아빠가 돼서 한참 부성애가 성장하는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난 것이, 제게는 어찌 보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좀비딸」은 앞으로 이보다 더 저와 어울리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제가 충분히 정환 역에 동화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자신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도 캐릭터 구축을 위해 준비한 게 있었을 거 같아요.
너에게 나를 맡긴다, 이 영화에 나를 맡긴다, 뭐 이런 느낌이 컸죠(웃음). 가끔 어떤 작품에서는 감정씬이 힘들게 와닿을 때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감정씬을 찍을 때 감정이 너무 잘 나오다 못해 폭발해버린 적이 많아서 그걸 얼마만큼 조절하는가가 관건이었습니다. 와닿기도 하면서 힘들기도 한 양날의 검처럼요. 내 안에 부성애가 이 정도였다고? 하는 깨달음도 있었어요.

연기하는 데 상상력을 제한할까 봐 원작 웹툰을 읽지 않았다고요.
제 머릿속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었어요. 만화적 설정 있는 작품이다 보니, 그 설정에 있어서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거든요. 호흡도 그렇고요. ‘이건 이렇게 해야 해’가 아니라, ‘이럴 수도 있잖아’라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그렇게 했죠. 촬영을 마치고 원작 웹툰을 봤어요. 제 목소리 톤이나 상황에 대한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차이가 있는 그대로 좋았어요. 그건 만화고 우린 영화니까. ‘왜 이렇게 다르지’가 아니라 이건 만화, 우린 영화 같은 느낌요.
첫 좀비인 101호 아줌마 등장 장면이 정말 섬뜩한데, 정환이랑 같이 잡히면서 묘하게 웃겨져요.
그게 우리 영화 킥이 아닌가 생각해요. 정말 위태로운 상황이었음에도 그렇게 대처하는 정환의 모습이 우리 영화의 매력인 거 같아요. 좀비들에게 둘러쌓여 있다가 도망가는 장면도 그렇고, 할머니한테 물리는 장면도 그렇죠. 그게 우리 영화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원작 웹툰을 영화로 실사화했을 때, 충분히 수용가능한 지점이 아니었나 싶고요.

영화에서 정환과 수아가 함께 보아의 「No.1」 춤을 춥니다. 사람일 때와 좀비가 된 후 느낌이 다르죠. 어떻게 그 장면을 연기하려고 했나요?
정환이도 젊었을 때 ‘한춤’했던 친구에요. 그래서 딸에게는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함께 춤을 줬죠. 좀비가 된 후 환상 속에서 딸을 만나서 춤을 출 때는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었어요. 춤도 슬프게 출 수 있을까? 중간에 감정이 널뛰듯 바뀌는 씬이었는데, 원테이크로 가야 했어요. 카메라 워킹도 그래서요. 촬영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슬프면서 그립고 간절한 마음으로 춤췄던 기억이 나네요.
애드리브가 넘치는 현장이었다고요. 다 마음에 드시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코미디 장면을 꼽으신다면요?
음(고민). 토르 코스프레 한 ‘동배’(윤경호)를 만났을 때? 참 재밌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연화’(조여정)와 정환이를 눈치 없게 만나게 해주는 호프집 씬도 재밌게 촬영했어요.

이정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정은 누나는 천재예요, 천재. 감독님이 “컷” 안 하면 계속 연기할 걸요? 호흡도 좋았지만, ‘밤순’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해 냈어요. 표정 하나하나가 ‘와, 저건 어떻게?’라고 생각할 정도로 하나하나 되게 섬세한 표정이 되게 살아있어요. 밤순 역에 딱 들어맞게 연기하는 게 놀라웠죠.
동갑내기 윤경호 배우는 정말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윤경호 배우는 어떤 사람이던가요?
토르와 함께한 시간들은 정말 다 웃참하기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웃음). 아이디어 뱅크예요. 윤경호, 조여정 그리고 저 이렇게 동갑내기 친구여서 너무 재밌고 유쾌하게 촬영했습니다. 그런 부분이야 당연히 좋았지만, 경호는 정말 준비해오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다섯 개 준비하면 세 개 정도는 감독님이 다른 거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말 ‘바지런한’ 배우이고 아이디어가 좋은 배우, 연기 은행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연화 역의 조여정 배우는 눈치 없으면서 발랄한데, 또 못된 캐릭터는 아니더라고요. 어떠셨어요?
조여정 배우는 2005년에 뮤지컬 「그리스」부터 같이 했던, 그때부터 리스펙 하는 친구이자 동료 배우죠. 연기를 너무너무 잘해요. 이번 「좀비딸」에서는 조여정이라는 배우에게 이런 큐트함이 있었어? ‘맑눈광’ 같은 엉뚱한 매력이 있었어? 라는 부분들을 관객들이 느끼면 좋겠어요. 워낙 여정 씨가 연기 잘한 전작들이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 조여정 배우의 다채로운 부분들, 귀여운 매력을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라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테고, 촬영 마쳐도 또 뭉쳐서 시간을 보냈을 거 같습니다.
너무 신났죠! 촬영 끝나고도 뭐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한 잔 하면서, 저녁 먹으면서 몇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하기가 되게 힘들어요. 원래 촬영 끝나면 힘들어서 숙소 가서 쉬죠. 이번에는 지방 촬영도 많았는데 안 그런 거예요. 아, 「좀비딸」 단톡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입니다. 저랑 경호가 모이면 ‘꺄르르 꺄르르’ 하면서 그렇게 수다를 떤다고 해서요(웃음).

좀비가 되어버린 딸 수아를 연기한 최유리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호흡은 뭐 그만하면 너무너무 좋았죠.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가 굉장히 훌륭한 배우더라고요. 도대체 이 아이 부모님이 궁금할 정도로 되게 잘 자란(웃음)? 뭐랄까, 나중에 미래가 궁금해지는 아이죠. 극찬이긴 한데, 제가 느낀 진심을 다 말씀드리는 거예요. 사실 유리 앞에서 “너 진짜 참 훌륭하구나”라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고요(웃음).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거죠. 저는 훌륭한 배우는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인격과 연기가 약간 비례한다는. 어른스럽다고 말한 건 단편적인 말이고, 연기할 때만큼은 굉장히 능청스럽고 잘해요. 그 나이에 비해 굉장히 집중력이 좋아요. 마냥 어른스러울 거 같은데 게임 좋아하는 거 보면 아기고 영락없는 중학생이고요.
훌륭한 배우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말씀을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고민). 인격이 훌륭하지 못한데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이 만약에 존재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저는 가끔 그런 궁금증이 들어요. 많은 대중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와 주제를 전달하는 플레이어가 만약 별로 안 좋은 인격의 소유자라면 아쉬울 거 같아요, 좀. 그런 생각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어렸을 때 연예인 보고 공책 뜯어서 사인 받으러 갔떠니 “야, 이걸로 되갰어? 노트 가져와”라고 하면 아이의 동심이 무너지잖아요. 뭐 노트 가져오라고 했다고 훌륭하지 않은 인격의 소유자라는 말은 아닙니다(웃음).

‘애용’이 연기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요.
출연료가 올라갈 겁니다(웃음). 연기파 배우에요. 카메라를 알고요. 쩍벌도 그 친구가 직접 소화했어요. 덕분에 CG 필요한 장면이 영화 통틀어 서너 장면 정도로 줄었죠. 사실 애용이는 우리 가족인데 동물이잖아요.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대화하는 자체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 웹툰에서는 애용이가 심지어 말을 하거든요. 그런 게 우리 영화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영화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이 좀비가 되는 극한 상황을 경험하고 나니 현실에서 뭔가 달라진 부분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게 뭐냐면요. 제가 딸 아빠가 돼서 이 작품을 만났잖아요. 촬영하면서 와, 나한테 이런 부성애가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긴 한데요. 집에 가서 딸을 보면, ‘아, 나는 원래 이 자리에 있엇구나, 아빠니까’ 라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딸을 좋아하는 이유가 예뻐서가 아닌 것처럼요. ‘너니까 좋은 거’처럼 이유가 없는 거죠. 제가 아이가 없는 기혼자였다면 그렇게까지는 못 느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실제 아빠니까,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버린 거 같아요. 그래서 「좀비딸」은 제게 부성애를 일깨워준 작품인 건 맞지만, ‘내 부성애가 이렇게 커졌어’가 아니라 ‘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그걸 몰랐구나’라는 거였죠.

여섯 살 딸이 있긴 하지만, 큰 딸과 호흡을 맞추죠. 현실 사춘기 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생각해봤죠. 저는 딸이 빨리 중학생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심지어 했습니다.
네? 아니, 왜 그런 생각을?
지금 여섯 살 아빠의 감사함을 모르고, 너무 어리석은 생각을 한 거죠(웃음)? 주변의 많은 아빠 선배들이 다 일관된 생각들을 했더라고요. “그 땐 너랑 놀아주지도 않아”, “말도 안 섞어”, “지금 얼마나 이뻐, 눈에 많이 담아 둬”라고 하시면서요. 사실 왜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냐면, 딸과 티격태격 하고 싶었어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아빠, 선물 주세요. 해봐!” 같은 대사를 제 딸이 크면 해보고 싶어요.
지금 딸과는 잘 놀아주나요?
두 가지 모습이 있는데요. 하나는 잘 놀아주려고 하는 아빠, 두 번째는 딸이 너무 이뻐서 괴롭히려고 하는데 괴롭힘당하는 아빠. 이 두 개가 지금 제 모습입니다.

혹시 딸이 엄마, 아빠 닮아서 노래랑 연기 잘하면 나중에 연예인으로?
엄마가 가수, 아빠가 배우인 건 알아요. TV에 나오니까요. 그런데 아직 어려서 모든 엄마, 아빠가 TV에 나오는 줄 알더라고요(웃음) 아직 그걸 모르는 시기라, 좀 더 커봐야겠죠.
거미 씨가 “하루만 다르게 살고 싶다면 조정석 씨처럼 살고 싶다. 이유는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밝혀서….
오해입니다, 오해. 거미 씨가 굉장히 위트 있는 사람이라 그렇게 말한 거 같아요. 저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웃음).
예전에 ‘일중독’이라고 하셨죠. 결혼 후, 출산 후 연기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가 좀 달라졌나요?
달라진 건 제 생활 패턴인 거 같아요. 일중독이라는 표현과 연관해서 말하면 「좀비딸」은 올해 1월 초에 촬영이 끝났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내리 휴식 중입니다. 고민하고 있는 작품도 없어요. 시나리오가 손에 들어오며녀 또 쉬지 못할 거 같아서 온전히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어떤 생각이 드냐면, ‘아, 난 연기할 때가 제일 재밌고 즐겁다’라는 거예요. 정말 일중독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죠.

조정석 배우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요?
제가 재밌으면 합니다. 그러면 뭐가 재밌냐고 물어보실 텐데요. 스릴러 장르인데 쪼는 맛이 있고 손에 땀이 나면 재밌어요. 코미디 장르인데 너무 웃기면 또 재밌죠. 멜로 장르인데 미치도록 애달프고 아련하면 그게 또 재밌어요. 저한테는 이 모든 것들이 재미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조정석이라는 배우에게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늘어날 텐데요, 그 시기에 가장 저에게 재미를 주는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제가 흥에 겨워 이 작품에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흥미를 못 느끼면서 제가 연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뮤지컬도 하는 등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인데, ‘조정석=코미디’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거 같다는 걱정은 안 하세요?
전혀요.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전 얼마든지 「약한영웅 class 2」(연출 유수민, 각본 박현우·유수민, 넷플릭스, 2025)에서 빌런 역할로 특별 출연했는데, 주변 분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거 너야?”하고 묻는 사람도 있었죠. 저는 배우 조정석의 자연스러운 작품 선택을 리스펙하고 싶습니다. 그러지 않고 인위적으로 코미디를 벗어나기 위해 제가 다른 걸 선택한다면? 물론 그런 것도 배우로서 필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랬을 때 오는 불협화음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게 정말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주변에서 “코미디 좀 그만해”라는 조언이 반복적으로 들린다면 생각해봐야겠지만요. 그런데 자연스러운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 같아요. 장르를 불문하고요.

말씀하신 「약한영웅 class 2」에서 강렬한 빌런 역할을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셨어요. 너무 짧더라고요. 또 악역을 할 계획은 있나요?
조만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 뭐 예정된 건 없는데, 각오를 말씀드리는 거죠. 앞으로도 장르 불문하고 다 할 겁니다(웃음)!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된다면, 영화 속 정환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영화 홍보하면서 예능 프로그램들에 나가서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정환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나리오를 너무너무 재밌게 읽어서 정환의 감정에 흠뻑 빠질 수 있었거든요. 저 역시 처음에는 제 손으로 어떻게 하려고 해보겠지만, 다시 정환과 똑같은 선택을 할 거 같아요. 만약 기억이 있다면 희망이 있는 거니까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해봤지만, 늘 똑같은 답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영화 후반부에 치료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조정석 배우가 생각하는 현실의 치료제는 무엇인가요?
코로나19 때 딸이 39도까지 열이 오르고 했어요. 저랑 거미 씨가 케어했어요. 물론 저희는 아직 감염된 상태는 아니었지만요. 이유를 따지자면 ‘아빠니까, 엄마니까’ 그런 자연스러운 말들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에 앞서 사실 용기가 필요한 거 같아요. 부모도 사람이기에 그런 용기에서 치료제가 나오는 거 아닐까? 희생정신, 사랑, 희망이 모두 있지만, 그런 용기있는 행동이 앞서야 그런 것들이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엑시트」를 함께 했던 윤아 배우의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가 8월 13일 개봉하면 경쟁 구도가 될까요?
에이, 저는 가족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아니 진짜예요! 이상근 감독님 다음 작품이고, 윤아가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래, 말로 설명이 안 되죠. 같이 홍보 영상 찍은 것도 있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니 같이 잘 돼서 파이팅하자! 내가 먼저 개봉하니 끌어주고! 「파일럿」 같이 했던 신승호 배우의 새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감독 백승환)도 8월 22일 개봉인데, 응원하는 마음이 커요. 극장가가 예전처럼 뜨끈뜨끈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저뿐 아니라 다들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좀비딸」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일단 영화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제일 좋겠고요. 아까 제 내면에 있는 부성애를 일깨워준 작품이라 말했잖아요. 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딸인 것처럼, 주변에 친구일 수도 있고, 부모님일 수도 있고, 자식일 수도 있는데, 그 누군가의 소중함을 잠시 잊고 사는 사람도 많은 거 같아요. 주변의 누군가가 됐든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되면 다행일 거 같습니다. 또 하나 더 말하면, 「좀비딸」은 전형적인 표현이지만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영화예요. 코미디가 너무 재밌고요, 그 안에서 심각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위트가 발동되는 게 우리 영화의 킥이라고 생각해요. 「좀비딸」의 킥의 순간을 맛있게 즐기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