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수를 넘긴 만학도에게 교재만으로도
수업할 수 있는 방송대 시스템은 용기백배하며 일어선
만학도를 공부하도록 배려해 준 크나큰 선물이다.
2022년 1월 70세. 꿈같은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합격.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세상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부모님의 헌신적 지원으로 1969년 2월 천안북중학교를 졸업했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1969년 3월,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향 동네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결연한 결심을 세웠다.
이른 봄 4월, 서울행 완행열차에 올라탔다. 서울생활 중 직장에서 만났던 시대의 어른들은 나의 ‘공부 결핍의 각오’를 인정해 주었다. 종로 한복판에 있는 식품점 점원으로 9개월간 취업해 자전거로 식료품 배달을 하던 중 나를 먼저 알아본 고향 조돈문 선배님의 취업 추천과 정진숙 대표님의 도움으로 ㈜을유문화사로 이직했다. 사환, 사원으로 일하면서 고등학교 진학 결심을 다질 때나 공부 결핍을 채우려는 각오를 실행할 때 협력자가 돼 도움을 주는 분들을 만났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성장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공부하며 희망을 키워낼 수 있었다. 1972년 2월 야간 위례상고(현 동산정보고)를 졸업한 뒤 50대까지 고단한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50대 후반 시절, 드디어 나만의 상품을 만들었다. 출판·서적 계통의 경력을 발판 삼아 책을 만든 것이다. 나만의 콘텐츠 동영상 강의도 250강이나 만들었다. 한문지도사 과정에 도전해 2009년 12월에 수료했다. 동국대 사회교육원 학습과정 1년(2학기) 수료는 좋은 공부 기회였다.
내친 김에 나를 채우는 인문고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서울 숭인동에 있는 성인학습자학교인 진형고교에 2020년 3월 입학했다. 어느덧 인생 70수를 살게 되면서 ‘다시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일어섰지만, 세상은 예측 불가의 험난한 코로나 팬데믹 시련기가 겹쳤다. 그래도 줄기차게 천안에서 서울 숭인동까지 2년여를 열차로, 전철로 통학하면서 졸업했다.
다양한 학습 채널이 생겨난 시대를 살며 ‘빠르게 발전하는 세월 속 나는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살아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중에 나의 인생 경험에서 가장 친숙했던 책과 가까운 우리 말과 글을 공부하는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해 더 공부하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방송대였다.
1972년 개교한 방송대는 종로와 가까웠다. 당시 종로에서 자전거로 배달일을 하면서 시작했던 나의 사회생활도 50년이 넘게 흘렀으니, 방송대와는 어떤 끈끈한 인연이 겹치는 것 같다. 벅차오르는 감정과 기쁨을 가족들과 함께 나눴다.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아련함을 가슴 시리게 느꼈다. 포기할 수 없었던 소망이 이뤄진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낸 셈이다.
2022년 3월, 드디어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방송 수업 수강, 과목별 과제 제출, 그리고 이어진 출석수업, 평가 등등으로 신선한 대학 수업을 경험했다. 학기가 끝날 때 뜻밖의 좋은 선물이 나에게 따라왔다. ‘국가장학금’ 수혜였다. 이제 4학년 2학기를 앞두고 있다.
70수를 넘긴 만학도에게 교재만으로도 수업할 수 있는 방송대 시스템은 용기백배하며 일어선 만학도를 공부하도록 배려해 준 크나큰 선물이며 시대의 격려다. 언감생심 상상하지 못했던 감사한 시절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2023년 2월 겨울방학 기간에 한국평생교육진흥원 한자교육지도사 공부에 도전해 합격했다. 지난날 공부 결핍은 평생의 노력으로 채워낼 수 있다는 나만의 자부심을 느낀다. 2023년 천안시 평생학습 강사에 도전해 성인 문해력 향상 강의에 나섰으며 치매 예방학습 강사 활동도 시작했다.
돌아보면 지난 시절의 어려움 속에서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자세로 살아왔을 때, 이웃 사람들의 도움과 시대의 큰 선물이 찾아왔다. 세상의 모든 인연이 감사할 뿐이다. 나의 꿈을 펼치려 할 때 도움을 준 손길들이 고맙다. 또한, 앞으로 나가려 할 때 믿고 응원해 주는 가족 친지들이 가까이 있어 기쁘다.
아직도 나의 미래는 희망적임을 확신하며 4학년 2학기의 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2025년 2학기 학습을 마치고 방송대 국문학과를 졸업하는 내년을 기쁨과 감사로 맞을 것이다. 나의 인생길에서 평생학습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