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회 국제다큐영화제(EDIF2025)가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EBS 채널과 고양시, 서울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의 슬로건은 ‘새 물결을 포착하라’로 인공지능(AI), 애니메이션 등 다큐멘터리의 지평을 넓히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큐멘터리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EDIF2025는 개막일인 8월 25일부터 폐막일인 31일까지 EBS 채널에서 상영한다. 28일부터는 고양시 메가박스 백석벨라시타, 서울시 에무시네마 등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된 35개국 62편의 작품들을 8개 섹션으로 나눠 선보인다. △월드 시네마 포커스 △아시아 커런츠 △뉴코리안 웨이브 섹션은 소재별로 섹션을 구성했던 기존 EDIF와 달리 제작국가별로 글로벌/아시아/한국으로 나눠 최근 다큐멘터리 트렌드를 다각도로 조망했다.

개막작은 「정원사와 독재자」(감독 왕후이, 캐나다, 2025)로 8월 25일 오후 5시에 EBS디지털통합사옥에서 개막 리셉션 후 상영한다. 중국 격동의 근현대사 100년을 배경으로 풀어낸 노년을 맞은 부부의 매우 개인적이고 유쾌한 사랑 이야기로, 일상의 사적인 순간들과 어려운 순간들 그리고 기쁨과고통이 교차하는 기억들을 정교하게 엮어내 보여준다.
EDIF2025 프로그래머 추천작은 총 10편이다. 「그를 찾아서」(감독 피오트르 비니에비치, 미국·덴마크, 2024)는 베르너 헤어조크의 작품 세계를 기반으로 학습한 AI가 쓴 각본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헤어조크 본인의 허락을 받아 제작됐다. 허구적 내러티브 속에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교차 편집해 구성된 작품으로, AI 시대에 ‘독창성’, ‘진정성’, ‘불멸’, 그리고 ‘영혼’이라는 개념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이러니하고 자기반영적인 영화다.
「블랙 버터플라이」(감독 다비드 바우테, 스페인·파나마, 2024)는 자연재해로 인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고향을 떠나야 하는 여성들의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바우테 감독과 각본가 야이자 베로칼은 미술 감독 마리아 풀리도, 프로덕션 디자이너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호세 산체스 알론소와 협력하여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정성스럽게 구성했다.
「빵, 여자 그리고 꿈」(감독 시그룬 발라 발게이르스도티르, 스반뢰이그 요한스도티르, 아이슬란드, 2024)는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스바나와 생물학자 아그네스가 아이슬란드 전역을 여행하는 모습을 다룬 매력적인 다큐드라마로, 활발한 여성이 운영하는 다양한 독특한 카페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일상생활과 꿈을 탐구한다.

「쿠데타의 사운드트랙」(감독 요한 흐리몬프러, 벨기에·네덜란드·프랑스, 2024)은 1960년, 16개의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들이 UN에 가입하면서 표결의 주도권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에서 남반구의 국가들로 움직이는데, 변화의 중심부에 놓인 콩고에서 일어난 파트리스 루뭄바의 암살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노 어더 랜드」(감독 바셀 아드라, 함단 발랄, 유발 아브라함, 라헬 쇼르, 팔레스타인·노르웨이, 2024)는 5년 동안 이스라엘 점령으로 파괴되어가는 마사페르 얏타 지역의 모습을 촬영하던 팔레스타인 활동가 바젤 아드라가 그의 싸움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스라엘 기자와 예기치 못한 동맹을 맺게 되는 이야기를 기록했다.
「아이웨이웨이의 투란도트」(감독 막심 데레비안코, 이탈리아·미국, 2025)는 중국의 혁명적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가 자신의 예술적 비전과 급진적 행동주의를 바탕으로, 로마 오페라 하우스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연출하며 오페라 감독으로 데뷔하는 여정을 따라간다.
「전장에 핀 꽃: 전쟁과 여성」(감독 마기 킨몬스, 영국, 2025)은 세계 곳곳 전쟁터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여성 아티스트들의 선구적인 역할을 조명한다. 예술을 통해 분쟁을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을 대변하며, 생사를 가르는 문제에서 남성에겐 보이지 않고, 여성만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춤을 멈추면 안 돼!」(감독 라몬 토르트, 스페인, 2025)는 유럽, 북미,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에서 촬영된 <춤을 멈추면 안돼!>는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춤이라는 매체가 그 다양한 형식을 아울러 개개인의 감정 표현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인간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며 성장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눈」(감독 아나스타시야 트로피모바, 프랑스·캐나다, 2024)에서는 공식적인 출입증이나 허가서도 없이 부대에 합류한 감독이 일선 병사들의 신뢰를 얻으며 7개월 동안 최전선을 따라 함께 이동한다. 작품은 가족과 역사적 유대를 갈라놓는 전쟁,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조차 혼란스러워하며 고군분투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하와의 첫 문장」(감독 나지바 누리, 라술 누리, 프랑스·네덜란드·카타르·아프가니스탄, 2024)은 어린 시절 강제로 조혼해야 했던 하와가 52세의 나이에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잡으면서 딸과 손녀의 꿈까지 산산조각 나고, 세 여성이 새로운 시련에 맞닥뜨리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 EDIF2025는 ‘다큐멘터리 경계의 확장’에 주목해 AI, 애니메이션, 드라마 문법 등을 차용한 다큐멘터리도 상영하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해외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는데, ‘크리에이티브 다큐멘터리 섹션’의 「쿠데타의 사운드트랙」은 제40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마스터즈’ 섹션의 「노 어더 랜드」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에무시네마에서 열리는 ‘다큐 토크’에서는 △사진예술의 철학-무엇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을 것인가? △차세대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대담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에무시네마 가르강루프탑에서 열리는 ‘썸머 나이트 스크리닝’에서는 「춤을 멈추면 안 돼!」(29일 저녁 8시), 「바람이 전하는 말」을 상영하는데, 맥주 1잔씩을 제공한다(우천 시 취소).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