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Weekly 시네마

9월은 영화제의 계절이다.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집행위원장 장항준)가 4일부터 9일까지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부대행사들과 열려 음악영화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11일부터 17일까지는 파주시, 일산시 등 경기도 일대에서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집행위원장 장해랑)가, 17일부터 26일까지는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을 맞이한다. 전 세계 다큐멘터리의 최신 경향이 궁금하다면 경기도로, 줄리엣 비노쉬를 비롯한 쟁쟁한 스타를 만나고 싶다면 부산으로 떠나보자!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30돌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체제로
올해로 서른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이사장 박광수)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이다. 17일부터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부산극장 등지에서 총 328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이병헌이, 폐막식은 배우 수현이 진행한다.

가장 큰 변화는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경쟁작 선정 기준에 대해 “공인된 거장, 화제가 된 감독, 도발적인 신인 감독, 여성 감독 중에서 아시아 영화의 흐름, 비전, 경향, 시선 등을 보여주는 14편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폐막식 날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발표한다. 화제가 된 트로피 디자인은 태국의 세계적인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맡았다.

어떤 영화들이 첫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을까?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장률 감독의 신작 「루오무의 황혼」, 스리랑카의 세계적 감독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 중국의 떠오르는 신진 감독 비간의 「광야시대」, 일본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는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 「아노라」의 션 베이커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고 각본가 쩌우스칭이 연출해 화제를 모은 「왼손잡이 소녀」, 대만 대표 배우 서기의 놀라운 연출 데뷔작 「소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나카타 고토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이란 감독 하산 나제르의 「허락되지 않은」, 타지키스탄의 신예 감독 이저벨 칼란다의 아름다운 시적 영화 「또 다른 탄생」, 일본의 주목받은 신예 감독 시가야 다이스케의 데뷔작 「고양이를 놓아줘」 등이다. 한국 영화로는 수지·유지태·금새록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이제한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다른 이름으로」,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를 관통하는 유재인 감독의 데뷔작 「지우러 가는 길」, 활기와 도발로 가득 찬 한창록 감독의 데뷔작 「충충충」 등 4편이 포함됐다.

 

주목할 상영작과 다양한 부대행사
경쟁작 외에도 주목할 만한 영화들이 많다. 매일 저녁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수천 명의 관객을 기다리는 ‘오픈 시네마’ 섹션에서는 성룡, 양가휘, ‘세븐틴’ 멤버 준 등이 출연하는 액션 범죄 스릴러 「포풍추영」,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일본 대표 배우 와타나베 켄이 출연한 미스터리물 「파이널 피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구현한 「초속 5센티미터」 나탈리 포트만이 제작한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아르코」 등이 있다.

 

매일 밤 자정부터 새벽까지 장르적 색채가 강하면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영화들을 상영하는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는 해외에서 이미 입소문이 난 「8번 출구」,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의 복귀작 「프로텍터」, 치열한 맨손 액션으로 홍콩판 「테이큰」이라 불리는 「분노의 추격」 등이 눈길을 끈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길복순」, 「불한당」으로 선 굵은 액션 영화를 선보인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 지구 마지막날의 사투를 그린 김병우 감독의 SF 재난 블록버스터 「대홍수」, 배우 하정우의 연출작 「윗집 사람들」을 비롯해 ‘비전-한국’ 섹션에서는 김덕중, 유은정, 최승우 등 각광받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신작도 관객을 기다린다.

 

관객이 직접 상영작을 선정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커뮤니티비프’는 ‘추억’을 키워드로 8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남포동 영화의거리를 비롯해 개성 있는 부산 명소 15곳에서 감독, 배우, 성우 등이 직접 관객과 대화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영화, OTT, 산업 등에 대한 토론의 자리인 ‘포럼 비프’는 ‘다시 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속에서 한국과 아시아 영화가 직면한 현실과 미래를 조망한다.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영상산업센터 1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리니 관심 있는 학생은 참석해 논의를 들을 수 있다.

 

줄리엣 비노쉬·기예르모 델 토로 등 스타 총출동!
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세계적인 거장과 스타가 대거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올해의 참석 라인업은 가히 ‘역대급’이라는 평을 받는데, 특별기획 프로그램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위해 아시아 거장 지아장커, 두기봉, 차이밍량, 마르지예 메쉬키니, 이창동, 박찬욱 감독이, ‘까르뜨 블랑슈’ 프로그램으로 봉준호 감독이 ‘부산행’을 택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이자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에서 모두 배우상을 석권한 전설적인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는 15년 만에 부산에 오고, 「라스트 모히칸」(1992), 「히트」(1995), 「콜래트럴」(2004)로 한국에 알려진 미국의 거장 마이클 만 감독은 최초 내한한다. 「판의 미로」(2006)로 알려졌고 베니스와 오스카를 석권했으며, 스크린과 OTT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명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최초 내한한다. 현존하는 유럽 최고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열면서 80여 년 생애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 영화제 방문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레드카펫을 수놓을 아시아 스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일본에서는 와타나베 켄, 니시지마 히데토시, 오카다 준이치, 니노미야 카즈나리, 요시자와 료 등이, 대만에서는 서기, 계륜미, 이강생과 최근 제대한 ‘대세 청춘 스타’ 허광환이, 홍콩에서는 양가휘, 안젤라 유엔 등의 배우가 부산 방문을 확정했다.

 

AI가 각본 쓴 영화…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집행위원장 장해랑)는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143편의 영화를 메가박스 킨텍스, CGV파주야당, 일산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성남미디어센터, 포천미디어센터, 화성시작은영화관 등 경기도 일대에서 상영한다. 장해랑 집행위원장은 올해의 슬로건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에 대해 “기후재앙과 전쟁, 인종, 계급, 민족, 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갇힌 위태로운 하루하루에서 희망의 미래를 시작하는 하루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한 슬로건으로 전 세계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개막작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감독 데이비드 보렌스타인·파벨 탈란킨)은 우크라이나 침공 기간 러시아 학교에서 자행된 악독한 선전, 선동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자 교사의 행적을 뒤따라간다. 폐막작 「오웰: 2+2=5」은 다큐멘터리의 거장 라울 펙 감독이 소설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의 편지, 에세이, 소설을 원전으로 삼아 전 지구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파시즘의 부상을 현란한 스타일로 그려낸다.

올해 눈길을 끄는 특별전 ‘인간, AI, 그들의 영화 그리고 그들의 미래’는 AI와 관련해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AI는 일시적 유행인가, 불가역적 변화인가?’, ‘도구에 불과한가, 새로운 협업의 파트너인가?’, ‘AI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진실인가, 허상인가?’, ‘창작자와 관객에게 어떤 윤리가 요구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하기 위한 9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특히 「그를 찾아서」(감독 피오트르 비니에비츠)에서는 지역 공장의 한 노동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조사하며 인터뷰, 아카이브, 연출된 재현 장면 교차 편하며 선형적 역사를 지우고 감독과 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놀라운 건 AI가 각본을 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독일 감독 겸 배우 베르너 헤어조크가 직접 각본을 감수하고 내레이터로 영화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지구 곳곳의 분쟁 조명하는 ‘국제경쟁’ 부문
국제경쟁 부문에 오른 10편의 다큐멘터리는 우크라이나, 수단, 팔레스타인, 이란, 레바논, 인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폭력, 말살 그리고 파괴의 상황에 대해 다채로운 화법으로 전한다. 남부 레바논을 초토화시킨 전쟁을 섬세하게 기록한 압바스 파델 감독의 「상처받은 땅에 관한 이야기들」, 신예 감독 안드라 맥마스터스가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재조명한 「밝은 미래」, 아르헨티나-파라과이 국경 다리에서 만난 소년 앙헬을 10년에 걸쳐 기록한 클라리사 나바스 감독의 성장 다큐멘터리 「나나와의 왕자」, 요양원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한 이르사 로카 팬버그 감독의 「발 아래의 땅」, 쿠바에서 가장 험난한 자파타 습지에서 거주하는 부부가 자폐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악어 사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감수하는 과정을 담은 다비드 빔 감독의 「자파타에서, 서쪽으로」 등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한국경쟁 부문에는 장편 10편, 단편 11편이 이름을 올렸다. 1964년, 27세에 처음 한국을 방문해 60년간 청계천, 기지촌 등 한국 근현대사 격동 현장을 기록해온 일본 보도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여정을 고희영 감독이 기록한 「사진의 얼굴」, 한국인 최진배, 미얀마인 녜인따진은 결혼 후 코로나로 미얀마 복귀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미얀마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파괴된 마을 사진을 받고, 미얀마인들의 현실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카메라를 들게 된 임대청 감독의 「지금, 녜인」, 출산은 장려하지만, 출산 후 양육은 개인에게 맡기는 한국사회의 이중성에 대담하게 반칙을 선언한 황다은·박홍열 감독의 「반칙왕 몽키」 등이 관객을 만난다.

다큐계 전설 ‘프레더릭 와이즈먼 전작 순회 회고전’
이번 영화제는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특별전만으로도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획기적인 다큐멘터리 「티티컷 풍자극」(1967)을 시작으로 프레드릭 와이즈먼은 제도와 기관, 인간의 초상을 특유의 방식으로 담아내면서 복잡한 사회 문제를 조명하고, 제도의 모순과 효용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표현하는 걸작들을 양산해왔다.

 

영화제 기간에는 미주리주 캔사스시티의 경찰관을 따라가며 거리와 일상에서 국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포착한 「법과 질서」(1969), 질병·빈곤·중독에 맞서는 환자와 한정된 자원과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지친 의료진을 통해 공공 의료 시스템의 이면을 파헤친 「병원」(1969), 성인 재판 대상이 될 위기에 놓인 열일곱 살 소년과 울음을 멈추라는 경찰의 말에 얼어붙는 소녀 등 1970년대 초 테네시주 멤피스 청소년법원의 일상을 통해 제도적 절차 속에서 인간성과 권력의 관계를 묻는 「청소년 법원」 등 2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전작 45편은 영화제 이후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부산 영화의전당 등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이 90세 고령으로 내한하지 못하는 관계로, 일본 감독 소다 카즈히로가 내한해 와이즈먼 감독과의 관계와 함께 그의 영향을 받은 관찰영화 기법에 관해 소개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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