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때문에 잊었다, 중간과제물 제출이 곧 시작이라는 걸. 아니, 2학기 과목을 수강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간과제물 제출이라니….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학우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눅 들거나 겁낼 이유가 없다. ‘과제물’과 같은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여기 방송대학보 위클리에 출제 교수님들의 과제물해설이 있다. 모든 과목을 수록한 것은 아니지만, 위클리에 수록된 과제물해설을 잘 따라가면 과제물 작성의 정석을 만날 수 있다. 글의 구성, 작성 방법, 감점 요인 등을 친절히 설명한 교수님들의 해설을 커버스토리에 담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보고서 혹은 과제물, 이름은 무시무시해도 ‘글쓰기’일 뿐이다. 기본 뼈대가 있고, 글의 흐름이 있다는 뜻. 「중국의 사회와 문화」(위클리 265호 수록 예정)를 담당하는 장호준 교수(중어중문학과)의 설명부터 들어 보자.
친절하게도 장 교수는 ‘강의와 교재’ 내용을 먼저 학습해 문제의 골격을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게다가 ‘상담 게시판에 업로드한 참고 자료를 읽고 보강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라고 덧붙인다. 서두르지 말고 문제를 이해하고, 참고 자료를 읽고 준비하라는 귀띔이다. 여기까지 마쳤다면 이제 구체적인 걸음을 떼면 된다.
목차 초안부터, “목차는 건축물의 설계도”
“학습과 조사를 마쳤다면 목차 초안을 먼저 구성하세요. 목차는 건축물의 설계도와 같아서, 글의 구조를 세우고 논지를 정리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라고 말하는 장호준 교수는 목차 구상을 마쳤다면 쉽게 쓸 수 있는 부분부터 써 내려갈 것을 조언한다.
초고를 완성한 뒤에는 몇 차례 정독하며 ①서론·본론·결론이 명확하게 구분되는가? ②문단과 문단 사이의 논리 연결이 매끄러운가? ③불필요한 문장을 덜어 글의 흐름을 살렸는가? ④분량, 목차, 인용 등 지시 사항을 지켰는가? 등을 점검하면 된다.
이렇게 “기본 지시 사항을 충실히 지키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조사해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쓰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출제자의 설명이다.
「보건교육방법론」을 강의하는 이혜재 교수(보건환경안전학과)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그동안 전공과목을 통해 익힌 지식을 동원해 보건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과제물”이라고 소개하면서, 과제물 작성 요령을 짚었다.
“보고서는 에세이나 블로그 글과는 다릅니다. 읽는 대상자(평가자)를 의식해 보고서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답을 보기 쉽게 정리해야 하고, 이때 글의 개요를 잘 구성하고, 필요 시 표나 그림을 사용해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교수는 ‘잘못 작성된 보고서의 세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학우들도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다. 첫째, 글의 개요가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줄글로 작성된 보고서다. 평가자는 핵심 답안이 어디에 작성됐는지 찾기 어렵다. 둘째, 지나치게 개조식으로 작성된 보고서다. 서술형이 아니라 단어의 나열로 작성한 답안이 간혹 있는데, 이것은 작성자의 의도와 생각을 살피기 어렵다. 셋째,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관련성 없는 내용을 잔뜩 서술한 뒤 마지막에 답안을 간단히 적어 놓은 보고서다. 이런 경우, 문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표절률까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감점이 될 수 있다.
출제자의 요구사항 정확히 이해해야
출제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 의도를 잘 이해했더라도 ‘요구사항’을 잘못 해석하면 전혀 다른 과제물이 될 수 있다.
「청소년육성제도론」을 맡고 있는 주경필 교수(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는 중간과제물로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청소년쉼터를 직접 탐색하고, 그 기관에 대한 조사와 경험을 보고서 형식’으로 기술할 것을 주문하면서, ‘보고서 필수 포함 사항’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청소년사업 탐색 소감 및 비평’이다. ‘탐색 소감 및 비평’이란 분명한 요구사항을 가볍게 생각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 과연 무엇을 담아야 할까? 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청소년사업 탐색 소감 및 비평’에서는 기관 탐색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소감과 비평을 반드시 기술해야 합니다. 단순한 요약에 그치지 않고, 탐색한 기관과 해당 사업의 특성, 장점, 그리고 한계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이러한 분석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점이나 느낀 점을 참신하게 정리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무엇보다도 스스로 기관을 검색·선정하고, 관련 정보와 자료를 조사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타인이 작성한 자료를 참고할 경우에는 반드시 출처를 정확히 명시해야 하며, 자신의 글과 타인의 글이 구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인용의 부정확성이나 표절로 인해 감점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므로, 이 점을 특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현대중국 연극영화 감상」을 강의하는 장희재 교수(중어중문학과)도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과제의 첫걸음’임을 분명히 하면서, 글자 크기와 행간 준수, 아래아 한글(hwp)이나 MS-워드(doc) 파일로 작성할 것, 맞춤법 및 문단 나눔 지키기 등과 같은 요구사항을 ‘지엽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소홀히 여기지 말 것을 주문했다.
“본 과제가 요구하는 형식은 가장 일반적인 문제 작성 포맷이므로, 대학교육에서 반드시 숙지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분량 기준에 따라 글 분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지식은 정련되고, 사유는 깊어집니다. 따라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고자 한다면 형식 요구사항은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입니다. 표절로 판명될 경우 엄격한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과도하게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수업 내용을 잘 참고해 소박한 자신의 말로 적는 것이 좋은 점수를 획득하는 지름길입니다.”
「정신건강론」을 가르치는 유주연 교수(유아교육과)도 무엇을 포함해야 할지, 서술은 어떤 걸 피해야 할지, 근거는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지 등 요구사항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강의 및 교재의 내용을 학습한 후, 학습한 내용을 반영하는 고찰이 포함되도록 하십시오. 답안은 본인의 생각과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합니다. 모호하거나 맥락이 부족한 서술은 감점될 수 있습니다. 근거가 빈약하거나 현실성이 낮은 ‘대처’ 제시는 감점될 수 있습니다.”
「특수체육론」을 맡고 있는 홍영준 교수(생활체육지도과) 역시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는 “이 과목 중간과제물의 주제는 두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중간과제물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두 가지 영역은 ①장애인스포츠 또는 특수체육의 역사, ②장애인스포츠 또는 특수체육의 발전을 통한 사회적 의미입니다. 이 두 가지 내용이 모두 포함되지 않으면 감점됩니다”라고 밝혔다.
AI 활용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사실, 과제물을 작성할 때 자료의 출처나 인용은 정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부주의해도 ‘표절 의혹’을 받고, 감점을 받을 수 있다. 설마~ 하는 방심도 금물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대세가 된 지금, 과제물 작성에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경영학과·무역학과 「기초거시경제론」을 담당하는 박강우 교수(경제학)는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빠짐없이’, 특히 계산형 문제의 경우 계산과정을 ‘상세하게’ 작성”할 것을 주문하면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은 자유나, 이로 인한 불이익(오답 생성 및 높은 표절률)을 감안해 가급적 ‘스스로의 힘으로’ 작성하길 권장”하고 있다.
「동시대 예술산책」을 강의하는 성연주 교수(문화교양학과) 역시 “과제를 하면서 챗GPT의 도움을 받거나, 뭔가를 인용하고 표절할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자신의 언어로 솔직하게 풀어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