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3일부터 방영을 시작해 9월 28일 마침표를 찍은 tvN의 드라마「폭군의 셰프」. 폭군이자 절대 미각을 겸비한 왕 ‘연희군’(이채민 분)과 미래에서 온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이 만나 요리의 맛에 진심을 느끼고 요리의 완성을 위해 목숨을 거는 가운데 깊어지는 사랑, 그리고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요리정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과 정치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건,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테마입니다.「폭군의 셰프」도 요리와 정치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요. 혹시 아세요? 이 화제의 드라마 제작에 방송대 동문이 참여했고, 그의 사랑하는 동물도 함께 출연했다는 것을요. 맞습니다. 방송대 제40대 전국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올해 새롭게 구성된 ‘방송대 발전후원회’ 이사로 참여해 모교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킴스홀스앤컬쳐 대표 김교호 동문(미디어영상·생활체육)이죠. 김 동문을 만나 드라마 제작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이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타던 말(블랙스타)을 둘러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았다는데, 드라마의 여운과 함께 방송대 동문과 그의 말[馬]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앞으로는 생활체육지도과와 농학과 등
승마와 말산업에 연관된 학과에 제가 가진 현장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
화제의 드라마「폭군의 셰프」비하인드 스토리
김교호 동문이 화제의 드라마「폭군의 셰프」승마감독을 맡게 된 계기는 제작진으로부터 승마 장면 자문과 말 섭외 요청을 받으면서였다. 그는 배우의 기승 지도는 물론, 안전 관리와 마필 조련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했고, 그의 애마 ‘블랙스타’도 주인공의 말로 함께 출연하게 됐다.
촬영을 불과 열흘 앞두고 남자 주인공이 SNS 논란으로 하차하고, 당시 신인급이던 이채민 배우가 파격적으로 주인공으로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첫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0일. 이 비상 상황에서 김 동문은 직접 속성 승마 교육을 진행했다. 이채민 배우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기본기를 빠르게 익혀 블랙스타와 안정적인 호흡을 맞췄다.
주인공이 타는 말의 캐스팅 과정 또한 흥미진진했다. 원래는 김 동문의 백마 ‘벤자민’이 주인공의 말로 예정돼 있었으나, 촬영용 더미 말에는 ‘백마’ 모델이 없어 급히 ‘흑마’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최종적으로는 ‘폭군의 강렬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유럽산 프리시안(Friesian) 품종의 흑마 블랙스타가 선택됐다. 그는 자신의 ‘블랙스타’를 이렇게 평했다.
“블랙스타는 올블랙의 근육질 몸매에 윤기가 흐르는 매혹적인 말이다. 평소에는 차분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감독과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천상 배우의 기질을 보였다.”
특히 이채민과 임윤아 배우의 첫 만남 신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이 장면은 경주의 주사암 마당바위에서 촬영했는데, 삼면이 절벽이고 바위가 기울어진 지형이라 안전 문제가 큰 이슈였다. 하지만 배우와 블랙스타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면서 멋진 장면이 완성될 수 있었다.
극 중 악녀 역을 맡았던 강한나 배우 역시 쉬는 시간마다 블랙스타를 쓰다듬으며 ‘정말 멋지다’는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배역에서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블랙스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었다는 후문이다.
현장에는 웃음과 감동이 함께했다. 임윤아 배우가 블랙스타를 예뻐하자 스태프들이 ‘부럽다’는 농담을 던졌고, 임윤아 배우가 폭소를 터뜨린 장면은 공식 메이킹 필름에도 담겨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 하나의 유쾌한 에피소드. 임윤아 배우가 폭군을 상대로 태권도 동작을 취하는 신에서, 블랙스타가 갑자기 뒤돌아가 버리자 임윤아 배우가 즉흥적으로 “나 무시하냐?”며 응대했고, 현장 스태프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 동문을 감동시킨 것은 연출을 맡은 장태유 감독의 태도였다.
“장 감독님은 블랙스타를 무척 아껴주셨으며, 촬영 중에도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직접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다. 저 역시 이 모습을 보며 블랙스타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하나의 ‘배우’로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껴 큰 감동을 받았다.”
콘텐츠 속 ‘명마’의 활약과 동물 복지
김교호 동문이 운영하는 킴스홀스앤컬쳐의 말들은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광고 촬영에도 폭넓게 참여하며 ‘K-콘텐츠 속 명마’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MBC 드라마「연인」과 영화「하얼빈」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도「붉은 단심」(KBS),「나의 나라」,「더 킹: 영원한 군주」(SBS),「우씨왕후」(TVING), 2017년 영화「남한산성」등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한 르세라핌,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NCT, 제로베이스원 등 글로벌 아이돌 그룹의 K-POP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경험이 풍부하며, 다수의 광고 촬영에서도 매력을 발산했다.
이쯤에서 명마의 ‘출연료’가 궁금해 슬쩍 물었더니, “계약이나 역할에 따라 편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지만, 금전적 보상보다 한국 콘텐츠 속에서 말이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점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대답했다.
무엇보다 김 동문은 승마가 특정 계층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넘어 ‘사람과 동물이 교감하는 힐링 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승마는 균형감각과 집중력을 기르고, 자연 속에서 말과 함께 호흡하며 정신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전인적 운동이다.
“최근에는 승마 대중화와 함께 한국마사회 지원사업 등이 확대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저렴하게 승마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이러한 대중화와 함께 제작 현장의 동물권 인식 또한 크게 강화되고 있다.「폭군의 셰프」촬영에서도 말의 컨디션을 우선해 스케줄을 조정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제도적으로도 말산업 관련 자격증 교과 과정에 ‘말 복지’ 과목이 신설되는 등 동물권은 강화되는 추세다.”
김 동문 역시 참여하는 작품마다 제작진과 배우들, 특히 승마 장면을 많이 소화하는 액션 배우들에게 실습과 이론을 통한 말 복지 교육을 가장 먼저 진행하고 있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디어 이슈에 대비하고, 동시에 말 학대 예방 교육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노력이다.
총학생회장에서 발전후원회 이사로
김교호 동문에게 방송대는 단순한 학업의 장을 넘어 ‘제2의 청춘’이자 끊임없는 도전을 가능케 한 든든한 공동체다. 승마 촬영 전문가로 활동하며 현장의 역동적인 경험을 보다 디테일하고 전문적으로 영상에 담아내고 싶었던 갈증, 이것이 바로 그가 방송대의 문을 두드린 첫 번째 이유였다.
“2017년 미디어영상학과에 입학해 영상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시작했고, 2022년 2월 졸업 후에는 곧바로 같은 해 3월 생활체육지도과에 편입했다. 이는 체육지도자로서 승마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5년 2월 졸업과 함께 다시 농학과 1학년에 입학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 동문은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의 직업과 생업에 직결되는 맞춤형 학과들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방송대의 열린 교육 시스템 덕분에 학문적 길을 끊임없이 넓혀가며, 현장의 활동과 학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반 학생에 머무르지 않았다. 제40대 전국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전국 학우들과 함께 성장했고, 현재는 방송대 발전후원회 이사로 모교 발전에 힘쓰고 있다. 또한, 총학생회 임원 출신 모임인 ‘사공회’ 활동을 비롯해, 학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50·500억 발전기금 프로젝트 총괄본부장’, 그리고 충북총동문회 수석부회장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동문 네트워크와 학교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총학생회장 시절 학생 권익과 학습 환경 개선에 주력했다면, 이제 그는 동문으로서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장학사업, 교육 인프라 확충, 동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방송대가 사회 속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학문과 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
방송대 발전후원회 이사로서 김 동문의 각오는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다. 그는 “앞으로는 생활체육지도과와 농학과 등 승마와 말산업에 연관된 학과에 제가 가진 현장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소박하면서도 단단하다. 학문과 현장을 잇는 다리로서 방송대의 교육적 가치와 승마산업이 함께 발전하도록 기여하는 것, 이것이 그가 꿈꾸는 그림이다. ‘제2의 청춘’을 선물해준 방송대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현장에서 그 지식을 실천하며, 다시 학교에 기여하는 김교호 동문과 그의 파트너 블랙스타의 도전이 어떤 서사를 더 써내려 갈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