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영화「사마귀」(감독 이성태)가 공개 2주 차에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2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액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사마귀」는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 ‘사마귀’(임시완)와 그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재이’(박규영) 그리고 은퇴한 레전드 킬러 ‘독고’(조우진)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다. 잘 알려져 있듯「사마귀」는 2년 전 전도연 배우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길복순」(감독 변성현, 2023, 넷플릭스)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변성현 감독은 ‘사마귀’ 역에 진작부터 임시완 배우를 ‘원픽’한 상태였고, 임시완 배우는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복싱장과 액션 스쿨에서 땀을 쏟으며 작품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죽을 사(死), 마귀 마(魔), 귀신 귀(鬼)’. 킬러명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사마귀’는 양손 무기인 낫을 사용하고, 곤충 사마귀의 움직임을 본뜬 시그니처 포즈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라이징 킬러들이 선배 킬러 세대와 권력을 두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고, 그 안에서 복수 대신 섬세한 감정선을 부딪히는 영화
「사마귀」의 주연 임시완 배우를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영화가 ‘글로벌 2위’에 올랐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하죠.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좀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감정 연기나 액션씬에서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죠. 물론 이런 느낌은 모든 작품이 끝나면 들기는 하지만요. 저는 자신에게 혹독하고 냉정한 편이라 작품이 끝나면 만족감을 그렇게 크게 느끼지 않는 편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직업병인 거 같아요(웃음).
특히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와이어를 타고 찍은 액션 씬이요. 아이돌 가수 시절에 동료 아이돌들이 무대에서 그 수준의 움직임을 하던 걸 본 적이 있었어요. 와이어를 사용하지 말고 실제로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장에서 주인공인 제가 “와이어 없이 한번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연습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서 시도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던 거죠.

「사마귀」에 캐스팅되고 ‘운명’이라고 말했죠
변성현 감독님이 제게 ‘사마귀’ 역할을 제안했을 때, ‘아, 나는 사마귀로 점지가 됐구나’ 하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마음이었어요. 사실 「길복순」에서 사마귀 음성 출현을 요청 받았는데, 영화에 최종적으로 들어가진 못했거든요. 나중에 변 감독님이 “나중에 사마귀 편이 나오게 되면 그때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좀 더 신비롭게 감싸두고 싶다라고 말씀하셔서 납득이 됐죠. 그 이후로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만들면서 기다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출이 이성태 감독으로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청천벽력 같은 느낌이기도 했죠. 온전히 변성현 감독님이 하실 거라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새 소식에 당혹스럽긴 했지만, 변 감독님이 잘 설명해주셨어요. 본인과 오래 함께한 조감독이고, 「길복순」의 세계관을 그대로 잘 이끌어줄 거라고요. 그러면 잘 믿고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현장에서는 섬세한 감정선을 잘 캐치하는 감독님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제가 어떤 씬에 대서 테이크마다 감정선을 다르게 가면 어김없이 알아차리시더라고요. 사마귀와 재이의 감정선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의 감정에 호기심을 갖고 현장을 지휘하셨어요.

사마귀와 재이의 감정선이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전사가 많이 나오지 않던데, 어떻게 해석하셨어요.
그 부분은 어렵지 않게 접근했어요. 시나리오에 재이와 한울의 과거가 디테일하게 묘사되지는 않죠. 현재를 계속 보여주니까 저는 명쾌하게 해석하려고 했습니다. 처음에 재이가 사마귀의 손을 잡아주잖아요. 그 뒤로 사마귀에게 재이는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존재, 인간으로 다가온 존재라고 생각했죠. ‘그 이후부터 나는 널 좋아할 거야!’, ‘아, 그때부터 좋아했구나!’ 하고 해석한 거죠.

사마귀는 MZ 세대 킬러에요. 선배 킬러 세대와는 색이 다른데, 텐션도 높고 허세에 허당기도 보여서 웃음을 줍니다
텐션 올리기 힘들었습니다(웃음). 원래 제가 그런 텐션인 사람은 아니니까요. 일부러 좀 더 허세스럽고, 본인 감정을 숨기기 위해 더 밝은 척하는 캐릭터로 설정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막 붕붕 떠서 설레발치고 유난 떠는 캐릭터로 연기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 대사 긴 씬 찍고, 액션씬까지 찍고 나면 그날은 진이 다 빠질 정도였으니까요. 평상시 그런 텐션 있는 배우들이 참 에너지가 많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의상도 사마귀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것 같더라고요
베테랑이신 조상경 의상감독님이 맡아주셨는데, 정말 제게는 행운이고 영광이었죠. 사마귀는 옷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 킬러라는 설정을 하고, 화려하고 디테일이 많은 자켓 같은 의상을 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스타일들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오프닝씬을 양동근 배우가 강렬하게 열어주더라고요
양동근 배우가 「사마귀」의 오프닝을 열어준다는 건 1급 비밀이었어요. 물론 저는 「오징어게임」 촬영하면서 양동근 배우가 캐스팅된 걸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죠.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그래서 액션 스쿨에 더 편하게 연습하러 같이 다녔어요. 액션을 처음 맞춰보는 게 아니다 보니, 서로 믿고 의지할 힘도 많이 생겼던 것 같고요.

액션 씬이 「길복순」 때보다 더 많더라고요. 아이돌 때도 몸을 많이 쓰셨지만, 본격 영화 액션은 처음인데 어떠셨어요
물론 아이돌 시절이 도움이 됐죠. 더 도움이 되려면 아이돌을 14년 정도는 해야 했어요. 7년은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요(웃음).
‘재이’역을 맡은 박규영 배우와는 어땠나요
저랑 액션 스쿨을 가장 많이 간 배우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성실함에 있어서는 적어도「사마귀」팀에서 최고였던 거 같아요. 이른바 악바리 근성이라는 것도 있었던 거 같고요. 물리적으로 안 되거나 부족한 게 있으면, 적당한 선에서 끝내지 않고 될 때까지 하는 근성이 느껴져서, 같이 연기하면서 그 부분이 제게는 속 시원히 다가오는 지점이었습니다.

재이와 함께 후반부 3인 대결씬을 펼치는 ‘독고’ 조우진 배우 역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조우진 배우 작품을 정말 많이 봤어요. 대개 배우들은 특화된 장점이 있어요. 그러면 보통 그런 특장점을 재활용하는 배우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조우진 배우에게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가복제 하는 경우를 못 봤어요. 그러니까 조우진 배우의 연기는 굉장히 정답에 가까운 모습이었죠. 언젠가 꼭 같이 연기해 보고 싶던 배우였기에, 현장에서 은연중에 계속 관찰했습니다. 조우진 배우의 연기는 뭐랄까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서 서울대 갔어요’ 같은 딱 모범생의 정석 같은 느낌입니다(웃음).

임시완 배우도 모범생처럼 파고들고, 악바리 근성도 있다고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제가요(웃음)? 파고드는 건 좋아하는데…. 조우진 배우와는 결이 좀 다른 거 같아요. 조우진 배우는 딱 자세부터 바르고, 현장에서 유할 때는 풀어주고, 들어갈 때는 딱 잡고 들어가거든요. 저는 그런 모습은 아닌 거 같고요.
「길복순」의 주연 설경구 배우와도 오랜만에 재회했죠. 분량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불한당」 이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이 더 컸어요. 사실 「사마귀」는 제가 오롯이 가지고 가야 할 책임이 많은 영화였는데요. 설경구 배우가 현장에 올 때마다 위안이 많이 됐어요. 정신적 지주 같은 느낌이랄까요? 설경구 배우가 현장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그런 부담감이 덜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길복순」의 주연 전도연 배우와는 첫 연기였죠
대사를 주고받은 건 처음이었는데요. 아, 정말 영광이었습니다(웃음). 제게 약간 기념비 같은 순간이었어요. 짧게 나오는 순간 눈빛 하나만으로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영화뿐 아니라 연극에서도요. 저는 배우로서의 평생 숙제를 신비감을 유지하는 것과 개인적인 인간미의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춰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전도연 배우는 그 신비감을 계속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지키는 배우라고 느껴요.

최근 ‘청룡시리즈어워즈’ 오프닝 무대를 단독으로 꾸며서 화제가 됐었죠(웃음)
작년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소년시대」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신이 난 나머지 내년 오프닝 무대를 맡겨주면 책임지겠다는 실언을 해버려서. 업보란 생각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긴 했습니다(웃음)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라 제 인생에서 가장 떨리고 아득했어요. 가요제도 아니고 연기자 선후배 동료들 앞에서 한 무대이기도 했고요. 무대랑 객석이 정말 가까웠어요. 표정만 보이는 게 아니라 눈까지 보일 정도로요. 이병헌 배우의 마임춤을 패러디했는데 선배님 눈을 보면서 ‘다시는 병헌 선배님 집에 못 가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습니다. 끝나고 전화드렸더니 “재밌었어”라고는 하셨는데, 제가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고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행사를 같이 갔는데, 안 되는 영어로 인터뷰를 막 했어요. 그러다 이병헌 배우와 눈이 마주쳤는데 또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더라고요.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아름답게 선배님 댁에 잘 갔다는 걸로요(웃음). 그 뒤로 결심했습니다. 혹시나 수상소감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면, 그때 하지 못하더라도 SNS로 해야겠구나 하는(웃음).

금발로 염색했는데 차기작 캐릭터 때문인가요
오랜만에 아이돌 활동을 재개하려고 염색했습니다. 완전 댄스곡은 아니고요, 미디엄템포 팝 장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한 번 들어도 귀에 좀 잘 들어오는 곡들로요. 목표는 10월 말 11월 사이에 앨범을 출시하는 건데, 올해 안에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