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는 예순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제 나이는 다섯 살입니다. 뇌동맥 파열로 쓰러져 여덟 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기적처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날부터, 제겐 새로운 나이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삶을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눈을 뜨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다시 걸음을 떼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지난 5년은 재활의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몸과 마음을 단련해야 했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통의 순간마다 오히려 단단해졌습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고, 오늘 하루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사랑니 발치를 했습니다. 의사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발치를 권했지만, 통증이 두려워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결국 옆 치아까지 충치가 생기고 나서야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두려움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뿐이라는 것을. 작은 발치의 경험은 두려움을 직면해야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방송대문학상 응모도 제겐 그런 두려움이었습니다. 1학년 여름, 패기 있게 도전했지만 낙선의 아픔을 겪은 뒤 다시는 원고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학습된 실패의 기억은 마음 깊이 남아 있었습니다. 2학년 때는 결국 포기했지만, 3학년이 되자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그때의 망설임과 떨림은 사랑니를 뽑기 전의 두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발치의 통증을 견디던 순간 뜻밖에도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두려움의 문턱을 넘으면 상처는 언젠가 아물고, 새로운 기쁨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방송대에서 공부하며 저는 수없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나이에 공부해서 뭐하니?”
“그 나이에 응모해서 뭐하니?”
이런 물음은 나이 앞에 선 이들에게 흔히 따라붙는 시선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눈길은 나이를 기준으로 도전을 가로막지만, 우리는 그 시선을 넘어 배우고, 글을 쓰고, 삶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흔들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배움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했고,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했습니다. 젊은 날 미처 끝내지 못했던 방송대에서의 배움이 저를 다시 살게 했습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성취가 아닙니다. 재활의 시간과 두려움의 순간을 모두 견뎌낸 결과입니다.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다섯 살의 새로운 나이와, 여전히 배우고 도전하는 예순다섯 살의 삶이 함께 쌓여 이뤄진 결실입니다.
저는 이제 확신합니다. 두려움을 마주하고 넘어서는 순간, 상처는 언젠가 아물고 삶은 새로운 빛을 찾게 된다는 것을. 오늘의 이 상은 그 증거이자,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길의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글을 통해 살아 있음의 기쁨을 기록하겠습니다. 두려움 앞에서 멈추지 않고, 고통 속에서도 배움을 놓지 않으며, 더 깊은 나눔과 성찰로 나아가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귀히 읽어주신 심사위원님들, 끝까지 배움의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방송대, 그리고 언제나 곁에서 응원해 준 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숙영 영어영문학과 3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