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입학은 40여 년 동안 품어온 오랜 희망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국어를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결혼과 가정, 생업의 무게 속에서 그 꿈은 늘 뒤로 미뤄져야 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에 다니게 됐을 때, 나의 마음속에 묻어뒀던 그 오래된 꿈을 꺼내 들었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곳이 바로 방송대였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방송대는 나이와 환경, 상황의 벽을 넘어 누구에게나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는 열린 대학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도 학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었다.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국어의 체계와 문학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배움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을 방송대를 통해 깨달았다.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상이 달라졌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며 사고가 확장됐고, 문해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는 일에도 변화가 생겼다. 배움이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자 일과 글, 교육이 서로 연결돼 더 깊고 풍요로운 의미를 만들었다.
부산지역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펴내는 순문예지 〈낟가리〉에 시를 응모해 입상하게 된 것을 계기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대한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했고, 두 번에 걸쳐 ‘부산문화재단우수예술사업’에 선정된 덕에 시집『부산공동어시장』(2021),『생선비늘빛 새벽』(2023) 연작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월에는『아이들 말놀이』 동시집이 또한 ‘부산문화재단우수예술사업’에 선정돼 세상에 내놓게 됐다. 세 번째 시집인 셈이다.
방송대에서 국어학을 공부하면서 언어의 근본 구조와 원리를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그 배움은 시 창작의 방향까지 바꿔 놓았다. 그동안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어머니 학습자들을 가르치며, ‘읽기’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분들에게 한글이 조금 더 가깝고, 따뜻하게 다가갈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그 고민이 결국 ‘한글 동시’로 이어졌다.
어느 날 초등학교 1학년·4학년 손주들에게 “어떤 과목이 제일 어렵니?”라고 물었더니 “국어요”라고 대답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이 한글을 어렵지 않게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쉽고 즐거운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글의 기본 자음과 모음을 중심으로 쓴 『아이들의 말놀이』 동시집이 탄생했다.
방송대에서의 배움은 나의 시 세계를 한층 넓히고, 교육자로서의 시야를 깊게 만들 수 있게 했다. 국어학을 통해 언어의 질서를 배우고, 문학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그 지식은 다시 문해교육과 시 창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해학교 강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배움이 곧 실천’이 되는 순환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배움의 가치는 지식을 쌓는 데 있지 않다. 배움은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자기 자신을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지만, 지금의 나는 누구보다 젊은 마음으로 살고 있다. 배움은 나이를 되돌리는 힘이 있고, 그 배움이 시와 만나면 언어가 다시 숨을 쉰다.
방송대는 내게 인생의 두 번째 봄을 열어준 학교다. 배움이 시가 되고, 시가 다시 배움을 부르는 이 길 위에서 오늘도 달린다. 나는 오늘도 배우며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