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생 2막을 위한 신경가소성 촉진 방법

평균수명 증가와 사회 변화의 가속화에 따라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방송대 재학생 중 40대 이상의 비율이 50%를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중년기 이후,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 쉽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를 둘러싼 비밀을 조금씩 밝혀내고 있는 현대 과학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라고 말한다. 특히 뇌과학(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신체적인 노화에 접어든 30세 이후 뇌라는 장기가 쇠퇴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발달하기도 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만학도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최신 뇌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뇌를 관리하고 학업성취도를 향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노화와 학습

<KNOU위클리>의 독자기고 란에서 중년기 이후의 학우들은 만학의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학습능력 저하로 인해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30대 이후부터는 신체적 노화는 물론이고 기억력 저하, 정보 처리 속도 감소, 집중력 저하 등의 정신적·인지적 노화 현상을 겪게 마련이다.

 

아동기부터 초기 성인기와는 현저히 달라진 이와 같은 변화는 평생교육 학습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장애물이다. 중년기 이후의 학우들은 학업 외에 일상과 직장에서 직면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처리해야 하고, 특히 노년기 학우들은 ‘머리가 굳어 공부하기 힘들다’라고 고백하곤 한다.


기억력과 습득 속도가 저하될 뿐만 아니라 온전히 학업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은 디지털 문해력 문제와 함께 방송대를 비롯한 원격교육기관 학생들의 중도 하차와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뇌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 신경가소성

20세기 중반 이후에 활발하게 이뤄진 뇌과학 연구는 인공지능(AI)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로운 발견으로 중년기 이후 학습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준다.


이전까지는 학습능력 저하가 불가피한 시기로만 여겨져온 30대 이후의 중장년기 및 노년기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개념이 등장함에 따라 ‘학습능력의 부흥기’ 혹은 ‘평생학습의 르네상스기’로 인식되고 있다.


신경가소성이란 성인기 이후, 심지어 노년기에도 뇌의 구조와 기능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달하는 특성을 가리킨다.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은 시냅스(synapse)라고 불리는 접합부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와 정보를 주고받는데, 각자의 경험과 학습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시냅스는 끊임없이 재구성되거나 강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냅스 연결 구조의 변화로 인해 뇌는 성인기 이후에도 개인의 직업이나 학습에 적합하도록 변형된다.


성인기에도 뇌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영국의 뇌과학자 엘리너 매과이어 박사(Eleanor Maguire)의 연구다. 매과이어 박사는 런던 택시기사들의 뇌 구조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분석했는데,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hippocampus) 영역이 유의미하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에 의해 런던 택시 기사들은 내비게이션 사용이 금지된 채 런던의 복잡한 도로망을 암기해야만 했었는데, 이러한 조건이 성인기 이후의 뇌 발달을 촉진한 것이다.


유전적 원인이나 후천적인 사고로 인해 뇌의 특정한 영역이 손상된 환자의 경우, 남아 있는 다른 뇌 부위가 손상된 영역 고유의 기능을 대신하게 됨으로써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게 되는 기적적인 사례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또 20세기 말까지는 인간의 신경세포가 태어날 때 완성되며, 그 후에는 성장 및 노화에 따라 신경세포가 줄어들 뿐 생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에서 발표된 수많은 연구 결과는 성인기 이후에도 제한적으로나마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가설을 입증하고 있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동아시아, 2018)를 비롯한 베스트셀러를 다수 출간한 저명한 뇌과학자 노먼 도이지(Norman Doidge)에 따르면, 신경가소성의 관념을 입증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캔델(Eric Kandel) 이후 많은 후속 연구들이 “정신적 활동은 뇌의 산물일 뿐 아니라 뇌의 형태를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라는 것을 밝혀냈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자들은 뇌가 중년기 이후에도 그 기능을 상당 부분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근육이나 자동차처럼 꾸준히 단련하거나 잘 관리한다는 전제하에.


만학도를 위한 뇌 관리법

그렇다면 중년기 이후의 방송대 학우들이 직접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뇌 관리의 비법 혹은 신경가소성 강화법은 무엇일까? 노먼 도이지, 대니얼 시겔(Daniel Siegel), 상드린 투레(Sandrine Thuret), 방송대에서도 최근 강연한 바 있는 정재승 KAIST 교수와 장동선 박사 등 국내외의 수많은 뇌과학자들이 수십 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제시한 신경가소성 강화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위에서 신경가소성 강화법으로 소개된 내용은 대체로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의 예방법과도 일치한다.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것이 곧 ‘명석한 뇌’를 가꾸는 지름길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중년기 이후 학습자의 인지적·정신적 특성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추상적인 추론을 하는 능력인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은 35세경부터 감소하는 반면에, 이미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는 능력 즉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중장년기에도 비교적 잘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암기하기보다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이 내 과거의 어떤 경험과 관련이 있을까?’ 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맥락’을 만드는 학습법이 유리하다. 이는 중장년기의 AI 활용법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또 학업 시간이 부족한 만학도일수록 수면 시간을 줄여서라도 학업 시간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그 의욕은 높이 살 만하지만 수면 시간의 부족은 기억력 저하와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베타 아멜로이드(β-amyloid)라는 단백질의 축적을 부채질한다. 충분한 수면은 낮에 습득한 지식을 재처리하는 데도 필수적이므로,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뇌과학 분야에선 새로운 연구 결과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고, 아직까지도 뇌와 관련된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방송대 학우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교육에 참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뇌를 불편하게 만드는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여러 스터디 그룹과 학생회 모임에 참석해 ‘새로운 상호작용’을 시작한 셈이니 동년배와 비교해 남다른 신경가소성을 가질 자격이 있는 것 같다. 더 젊고 활발하게 기능하는 뇌를 유지하는 데 있어 아직 정답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각자가 ‘나만의 정답’을 찾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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